오랜만에 문학회 문집을 들췄다 새삼스럽게 대부분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책을 잔뜩 사놓고 막상 읽지는 않는 습성, 읽지 않은 책들을 잔뜩 쌓아둔 채 새 책들 사기에 바쁜 관성이라면 관성일 버릇. 그렇다고 해도 책과 문집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읽지 않고 쌓아둔 문집이 마음에 걸렸다.
작품들은 모두 화사했다. 몇 편은 이미 인터넷으로 읽었던 것들이었는데, 인쇄된 문자를 보니 더욱 풋풋하고 진지해 보였다. 나도 명색이 문학회에 적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내 것은 없었다. 말 그대로 명색인 탓이다. 서글펐다. 나는 왜 글을 쓰지 않았나. 대학생활이라면 문학회 활동 달랑 하나 남는 형편인데 그것마저 소홀했다. 작자로서도 독자로서도.
다른 학교 문학회의 문집도 있었다. 우연찮게 찾아가 받아둔 것들이다. 이곳의 문집에는 날적이라고 흔히 불리는, 동방에 생각나는 대로 끼적이라고 놓아둔 노트의 글들이 따로 실려있다. 살가운 글들이다. 철없어 보이기도 하고, 서로에 대한 친근한 마음이 엿보인다. 내가 문학회의 날적이에 글을 남겨두는 일은 거의 없었다. 괜스레 어설퍼 보였고, 딱딱한 느낌만 남기는 것 같아 아예 쓰지 않거나 써놓고 찢어버렸다. 그러니 나의 흔적은 없다.
나는 완전이 아니면 무가 되려는 것 같다. 완전은 이루기 힘든 것이고, 그래서 지금 내게는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