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은 조해진작가의 소설이다. 책을 읽는 것도 몇 줄의 후기를 남기는 것도 버거운 시간인데. 소설이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 오래전에 읽어 줄거리는 희미하지만, <로기완을 만났다>의 로기완과 <단순한 진심>의 문주를 보면 작가가 쓰고 싶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어떤 것들인지 짐작이 된다.(책 속에서) 백복순과 백복희를 만나기 전까지, 연희는 대학 시절의 나와 비슷한 질감의 시간을 보냈을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이유도 모른 채 태어나 의지와 상관없이 사는 것일 뿐, 근원적인 마음의 끝은 죽음에 닿아 있던 그 암전의 시간 말이다. 그랬으므로, 연희는 아픈 백복순과 백복순이 낳은 백복희를 외면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 외면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 모녀는 연희에게 두 번이나 지켜 주지 못한 생명을 떠올리게 했을 것이고 다시는, 어떤 생명이든, 차갑게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을 테니까. 생명은 연희에게 위로이자 구원이었을 테니까.- p.175
그리고 어느 퇴근길에 선물 같은 순간을 한 번 더 만날 수있었다. 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구간인 옥수역과 압구정역 사이에서, 지하철 디제이가 말했다. 한강을 지나고 있으니 고개를 들어 밖을 보시라고, 잠깐이라도 마음에 여유를 가지시라고, 마침 해가 지고 있었고 세상에 다시 없을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나는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 모든 게 엄청나게 황홀한 우연, 그러니까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 P139
어른들은 행복해지려면 적어도 10~20만 원은 필요하지않나요? 학교에 다닐 땐 2만 원만 있어도 행복해질 수 있었는데, 어른이 된 후로 행복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거죠. 똑같은 기쁨을 얻는 데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진 거예요.그런데 이 아이는 사탕 하나에 진심으로 웃을 수 있어요. 난이런 걸 잃어버렸구나, 싶었습니다. - P75
안 그랬던 것 같은데보관함에 담겨 있는 책중 읽은 책을보관한 책에서 삭제하면 읽은 책에서도삭제해 버린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닌데나만 불편한가.다음 업데이트에 고쳐졌으면 한다.
오베르캉도 좋지만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는 건 역시 파리의 서점이다.꽤 오래전부터 언젠가 파리의 서점 가이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좀처럼 시작을 못하고 있었다. 파리에는 신간과 중고책을 취급하는 서점이 정말 많다. 얼마 전에 소르본 부근의 호텔에 묵은 적이 있는데 어디든 학교와 서점이 있었다. 중고책 서점만 가지고 리스트를 만들어 보니17세기 문학에서 초판본이나 한정판, 원고와 편지, 신문과 잡지기사 등등.전문 장르가 많았고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할지 고민스러웠다. 유명한 것은센 강변에 있는 중고책 노점이었다. 진귀한 책을 찾는 재미는 조금 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는 서점이다. 물론 여기에도 전문이 있 - P67
다. 노트르담 부근 왼쪽 강변에서 학원 부근까지가 가장 노점이 많았는데 오른쪽은 품격이 좀 벌어지는 것 같다. 벚꽃 날리는 센강을 친구와 산책하며 들은 이야기인데 이 노점의 권리는 파리시가 관리하고 있어 취득하기위해서는 비싼 권리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도 자리가 비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이 줄지어 있다고 한다. 권리를 가지게 되면 전에 있던 주인의 책까지 모두 사주는 것이 전통인데 이렇게 세대교체를 하면서도 바로 얼마 전까지 국보급 희귀본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노점에 잠자고 있다가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단다. - P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