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은 조해진작가의 소설이다. 책을 읽는 것도 몇 줄의 후기를 남기는 것도 버거운 시간인데. 소설이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 오래전에 읽어 줄거리는 희미하지만, <로기완을 만났다>의 로기완과 <단순한 진심>의 문주를 보면 작가가 쓰고 싶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어떤 것들인지 짐작이 된다.(책 속에서) 백복순과 백복희를 만나기 전까지, 연희는 대학 시절의 나와 비슷한 질감의 시간을 보냈을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이유도 모른 채 태어나 의지와 상관없이 사는 것일 뿐, 근원적인 마음의 끝은 죽음에 닿아 있던 그 암전의 시간 말이다. 그랬으므로, 연희는 아픈 백복순과 백복순이 낳은 백복희를 외면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 외면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 모녀는 연희에게 두 번이나 지켜 주지 못한 생명을 떠올리게 했을 것이고 다시는, 어떤 생명이든, 차갑게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을 테니까. 생명은 연희에게 위로이자 구원이었을 테니까.- 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