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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Flow -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최인수 옮김 / 한울림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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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센트미하이 교수님의 좀더 얇은 책인 '몰입의 즐거움'을 읽었을 때 이미 눈앞이 환해지는 것을 경험 했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살아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나는 평범한 대다수 월급쟁이들처럼 매주 월요병을 겪고, 어쩔수 없는 야근과 휴일 근무에 시달리다가 겨우 휴식 시간을 손아귀에 거머쥐었을 때면, 그저 케이블 TV 리모콘만 누르면서 지냈었다. '몰입의 즐거움'은 그러한 나를 깨워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충만한 인생경험은 결국 나의 몫이라는 것을 배웠다.

이어서 읽게된 'flow'는  '몰입의 즐거움'보다 이전에 나온책이지만 오히려 삶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들을 종합 정리해주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감명깊게 읽은 몇가지 좋은 책 또는 교훈, 그리고 개인적 경험들이 이 책에서 통합되어 설명되는 것을 느꼈다.

'flow'와 연결지어지는 첫번째 책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다. 이 책은 누구나 아는 베스트셀러라는 것으로 입증되었지만 몇번을 읽어도 훌륭한 책임에 틀림없다. 요즘 넘쳐나는 '몸바쳐서 직장을 위해 일해라' 식의 생존경쟁 자기 계발서들과는 차원이 다른 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 핵심 내용 중의 하나가 인생의 사명, 인생의 비전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 중요성이 'flow'에서 더욱 심도있게, 그리고 좀더 폭넓은 관점에서 설명된다. 코비 선생님이 강조한 것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님에 의해 명확하게 뒷받침되는 것이다.

두번째 책은  '목표, 성취의 기술'이다. 이 책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비해서는 좀더 세속적인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몸바쳐 일하라에 가깝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건간에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시행해가는 것의 중요성과 그 방법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주어진 환경의 영향이 비록 클지라도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꼭 있다는 것이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님은 목표 세우기 그리고 어려운 환경속에서 개인의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서 사례와 함께 설명해 주신다. 

세번째 책은 '비블리오테라피'이다. 최근까지 나는 문학작품 읽기를 포함한 각종 예술활동이 나의 인생에 뭔 도움이 되겠냐고 생각하고 중단한 채 살아왔다. '비블리오테라피'는 문학작품을 읽음으로써 고통스럽고 힘든 삶을 이겨낼 수 있다고 문학작품의 효용성을 주장한다. 문학작품의 독자는 타인의 고통을 알게됨으로써 자신의 고통도 이겨낼 힘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고통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센트미하이 교수님도 고통을 이겨낸 사람들의 예를 많이 드신다. 그리고 그것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선택과 의지라는 것을 강조하신다.  또한 칙센트미하이교수님은 단순히 예술의 효용성을 넘어서 충만된 인생 경험을 위하여 예술을 즐기고 누리는 것도 매우 중요함을 알려주신다. 예술은 인생에 있어 의미있는 것이었다.

네번째는 아주 빈약하나마 내가 알고 있는 불교의 교리들과 일맥 상통한다는 것이다. 다른 생물들과는 다른 인간의 특수성으로 인해 인간은 삶을 고해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설명해주신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도 물론 알려주신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님은 성인, 고승의 경우처럼 오랜 수련을 통한 극복의 방법도 인정하지만 우리 범인들을 위한 방법제시에 더 열심이시다. 그리고 외적 조건보다 우리의 내적 의식의 통제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도 불교와 통하는 것 같다.

다섯번째는 나의 개인적 경험이다. 나는 고3과 재수생때의 경험이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나 의외로 합목적적인 순간들이었음을 기억한다. 목표가 분명했고 내가 해야할 일이 있었다. 모든 것은 내 할 바에 달려있었고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나를 지원해 주었다. 새벽에 나가고 한 밤중에 돌아오는 일과였으며 개인적인 취미나 여가생활은 거의 없었지만 틈틈이 쉬는 날이 매우 즐거웠다. 왜 끔찍한 그때가 오히려 일관되고 흔들림 없고 고민없는 좋은 시절로 자꾸 기억되는가. 그 이유를 칙센트미하이 교수님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배운 색소폰과 3년전부터 꾸준히 해오는 달리기가 왜 즐거운지 알게 되었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님은 등산이 왜 즐거우며 충만된 경험이 될 수 있는지까지 친절히 설명해 주시니까. 지나치면 안좋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으신다.

이 책은 읽는 것 자체가 하나의 flow 경험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끊임 없이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되씹게 될 것이다. 자신의 남은 삶을 충만한 경험으로 바꾸고 싶은 사람에게 이책은 절대 필독서이다. 물론 이책이 인생의 질문에 대한 결정판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지루하고 우울한 인생에 대한 해답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책이라고 하겠다.  어떤 분들은 결론적으로 새로울 것이 없는 얘기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옛말에 틀리는 것이 있겠는가.  하지만 '몰입의 즐거움'에서 교수님이 쓰셨듯이 교수님은 옛 성현들의 지혜를 현대 과학(사회학과 심리학, 사회생물학 등)의 근거를 토대로 다시 설명하고자 할 뿐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현대인에게는 교수님의 설명이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시는 모든 분들은 이책을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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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블루스 2021-06-28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년전 글인데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네요.
 
순발력은 나의 힘 - 다른 미래 시리즈 7
마티아스 펨 지음, 최성욱.정현경 옮김, 정훈이 그림 / 글담출판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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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 못하는 수많은 쑥맥들은 얼마나 많이 당하고 살아가는가. 그러한 쑥맥들을 가장 속 쓰리게 만드는 자괴감은 말 한마디 못 꺼내보고 당했다는 사실이다. 그 때마다 동네 중학생 깡패에게 얻어 맞고 돈 뺏기고 돌아온 초등학교 학생처럼 억울하다. 분하다. 두고보자!

때로는 그 초등학생은 형의 책꽂이에서 태권도 교본을 꺼내서 들쳐 보기도 한다. 격투에 대한 원칙을 설명하고 다양한 품세에 대한 사진 설명, 실전에서의 적용법, 훈련법이 나와있다. 책 한번 훑어본 것 만으로도 왠지 자신감이 넘친다. 이 책은 말 못하는 쑥맥들에게 바로 그 태권도 교본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자 이제 한번 크게 웃어보자. 크하하하핫!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태권도 교본 한번 읽은 것으로 중학생 형들을 패줄 수 있겠는가. 태권도 도장을 다니던지, 동네 뒷산에서 초야에 묻혀사는 무술의 대가를 만나 전수를 받든지 해야한다. 마찬가지이다.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가멸찬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책을 읽고 이 기술들에 대한 지식을 얻었을 뿐아니라 실제로 써먹을 수 있을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연습장소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인 것 같다 ).

좀더 곰곰히 생각해 보면 훈련과 연습이 가져다 주는 것은 기술의 숙련만이 아니다. 훈련이 가져다 주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인 것 같다. 배짱만큼 동네 애들 싸움에서 중요한 것이 없다. 게다가 누가 동네 싸움 대장이고  누가 태권도 도장을 다니더라는 소문 또한 실전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 책은 대화의 격투기술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무술이나 병법에서 보듯이 격투의 핵심은 적의 공격을 방어함과 동시에 그 약점을 놓치지 않고 반격하는 것이다.  적절한 반격은 상대방의 공격의지를 분쇄하고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결정타가 된다. 이 책은 대화에 있어서 그러한 순발력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이책에서 얘기하는 기술의 수준은  무술로 치면 하수다.  서로 말꼬리 물고 늘어지는 하수들의 싸움에 있어서나 이런 기술이 필요할 뿐이다. 고결한 뜻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자신감과 그것을 설득하려는 열정을 갖고 있다면 어떤 논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 내생각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말싸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뜻을 전달하려는 사람과 전달받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의 마지막 5,6장에도 이러한 언급이 살짝 드러난다.

문제는 우리들 대부분이 속세에서 아웅다웅하는 하수들이고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들도 대부분 하수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수의 기술을 익히지 않고서 고수가 되기도 힘들다. 그러니 하수인 우리들은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하수인데다 말 못하는 쑥맥들이여! 열심히 연습해서 우리도 가끔은 한방 먹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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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돼지
고이즈미 요시히로 지음, 김지룡 옮김 / 들녘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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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나름 대로 많은 책을 사왔다. 책을 수집하는 경향이 있는 터라 충동구매를 하지않으려고 책을 고르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아까운 책이 있고, 대부분의 책은 읽는 동안은 즐거워도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일부 읽고 나서 계속 마음에 남는 책도 있지만, 두번, 세번 읽게 되는 책은 정말 드물다. '우리는 모두 돼지'라는 책은 마지막 부류에 속한다. 산지 2년이 조금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수시로 들쳐보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삶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던 많은 것들을 다시 살펴보고 반성하였다. 사랑에 실패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사랑보다는 나의 아집이 더 컸음을 볼 수 있었고, 성공에 발버둥치던 내가 삶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기나 긴 인생살이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하는 눈 앞의 이익으로 괴로와하는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시리즈 3권을 산지 2년이 되어가는 동안 나는 두고두고 이책을 펼쳐보았다. 그것은 지난 2년간 나의 삶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두 번이나 직장을 옮겼고 가까운 가족들의 투병을 도와야만 했다. 힘든 순간마다 이 책은 현실이 주는 고통을 직면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불행도 행복도 다 마음이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는 것은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깨달음이다.

 몇몇 리뷰어들은 이 책의 예쁜 그림을 칭찬하며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하였다. 하지만 예쁜 그림은 저자의 방편이었을 뿐 전달하고자 하는 뜻은 심오한 것들 뿐이다. 이 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기본적인 불교교리를 아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일부 독자는  예쁜 캐릭터 상품 그림 같은 만화와 삶과 나에 대한 무거운 직시가 서로 어울리지 않아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류의 만화가 많다고 하는 일본에 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에 몰입할 수 있는 독자들이 적을 지 모른다. 

나의 결론은 이렇다. 즐겁게 읽을 수 있으나,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다.  돼지(중생)가 부처와 다르지 않으니 만화도 불경이 될 수 있다. 어떤 이는 네 컷 만화를 보고 하루 저녁을 사색으로 보내며 삶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독자는 주인공 덜돼지의 삷과 나의 삶, 덜돼지의 고민과 나의 고민이 다르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리고 삶의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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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이보그가 되었는가
케빈 워릭 지음, 정은영 옮김 / 김영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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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분명 소위 말하는 스타 과학자이다. 책을 읽다보면 과학 영웅이라는 말도 나온다. 세계최초로 사이보그가 된 그는 분명 그런 명칭이 걸맞다. 세계최초라는 말 다음에 사이보그라는 단어가 SF적인 크롬광택을 더해 주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보다는 다른 것에 자꾸 눈길이 간다.

과학자 케빈 워릭의 전망은 이렇다. 미래의 시작은 영화매트릭스에서 보여주는 비극의 시작과 다르지 않다. 인공두뇌, 로봇 그리고 인터넷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말은 매트릭스와는 다르다. 인간은 기계에 강제적으로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그길을 스스로 선택한다. 기계와 인간 사이의 정반합적 투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사이보그의 길이 인간의 확장이라고 한다. 또한  미래는 갑작스런 초인의 등장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사이보그의 초기 장비들은 장애인의 보조장비로, 군의 특수 장비로 천천히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점차 일반인용, 민간인용이 보급되어 갈 것이다. 그리고 사이보그가 주는 오락과 쾌락으로 인해 모든 인간들이 그 길을 선택할 것이다. 인터넷의 보급이 그러했듯이. 그리 먼 미래도 아니다. 저자는 그 미래를 직접 보게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는 그 미래를 직접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자꾸 관심이 가는 것은 그가 만들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 아니다. 스타 과학자로서 그의 능력이 놀라운 것이다. 리더로서 연구팀을 이끌어 나가고, 언론매체를 통해서 대중의 관심을 끌고, 꾸준한 교류를 통해 과학자 집단내에서 정치적인 힘을 얻고, 투자자들로 부터 연구비를 끌어오는 능력 말이다. 그는 자신의 연구팀만을 위한 홍보담당자까지 고용하고 있다. 이제 더이상 과학자는 이상한 화학약품 냄새와 금속 부품들로 가득찬 작업실에 처박혀 자신의 세계에 몰두해 있는 괴짜들이 아니다.  21세기의 스타 과학자는 조직을 이끄는 매니저, 대중적인 인기 강사, 연구비 유치 전문가, 사교모임의 스타가 되어야 한다. 물론 그의 연구업적이 허접할 지도 모른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21세기의 진정한 스타 과학자란 연구만 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스티븐 호킹도 스타 과학자이자 21세기형 과학자이다. 그는 신체적 장애를  극복한 천재의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끊임없이 대중적인 책을 내면서 그의 우주이론을 소개하는 외에도 갖가지 가십거리를 세상에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의 기존이론이 틀렸다고 한 고백에 대해 언론매체들이 몰려들어 떠들어 대지 않았는가.

케빈 워릭이 제시하는 미래는 암울한가 아니면 밝고 찬란한가. 100년전, 200년전 사람들이 21세기의 세계를 뭐라고 했을 런지 추측하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단정지을 수 없다. 다만 그가 가는 길은 피할 수 없는 길이고 어쩔 수 없는 인류의 갈 길인 것으로 보인다. 내가 암울해 지는 것은 그가 보여주는 미래때문이 아니다. 그의 과거 때문이다. 이 위대한 스타 과학자는 10대에 주말에 축구를 하거나 대형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폭주족  전화기 수리공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부러워서 우울하다.

참고: 번역하신 분이 고생하신 것은 이해한다만, 다른 독자를 위해 몇 가지 말하고 싶다.  205쪽의 EEG는 뇌파계 또는 뇌전도검사계를 말한다. 그리고 전혀 엑스레이를 쓰지 않는다. 물론 전기 뇌수 엑스레이 사진이라는 말이 더 멋있기는 하다. 하지만 334쪽의 autoclave는 고압솥이라고 하기 보다는 가압증기멸균기가 더 쿨~하다. 그리고 요즘 나오는 제품들은 솥처럼 생기지 않은 것도 많다. 이런 실수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정도는 의대생이라도 교정해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사이보그에 대한 책이라면 전자공학자 뿐아니라 의학자에게도 한번 감수를 받았어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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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 전10권 세트 대산세계문학총서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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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을 포함한 동양 3국에서 고전 서유기의 인기는 엄청나다. 어린이를 위한 각색본 뿐아니라 영화와 만화로 나온 것들의 수를 헤아려 보면 알 수 있다. 1달 쯤 전 일요일 11시 쯤에 서유기라는 책 자체를 없애려는 마왕들에 대항하여 손오공 및 그 일행들이 미국인 학자와 함께 서유기와 저자 오승은을 구하는 영화를 방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서유기를 번역한 임홍빈 선생의 지적에도 있듯이 원본을 감상한다는 관점에서 서유기 만큼 우리나라에서 푸대접을 받은 책도 없을 것이다. 70년대에 정음사에서 완역본이 나오고 80년대 절판된 이후로 국내 작가들이 만든 새로운 완역본은 없었다. 국내 최고의 작가 두분이 일으킨 최근의 삼국지 출간 붐과 비교해 보아도 그렇고, 고우영 화백의 만화들이 재출간되고있는 시점에 고우영판 서유기는 유독 소식이 없는 것을 봐도 그렇다.

나의 서유기 이력은 70년대 어깨동무라는 어린이 잡지에서 번역되어 나온 손오공이라는 일본만화에서 부터 시작된다. 어린이 풍의 귀여운 그림체였기는 하나 스토리상으로 상당히 원전에 충실한 만화였다. 천상과 천하를 종횡 무진하는 손오공과 동료들의 모험은 소년을 서유기의 세계에 푹빠지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 후로 아버지의 서재에 정음사판 완역 서유기를 발견하여 원본을 읽게 되었다. 우리나라 무협의 시조로 알려진 김광주 선생의 노작이었다. 불교와 도교를 아우르는 동양적 세계관을 접할 수 있었고 한문과 함께 제시되는 한시에서 우러나오는 동양적 풍경은 또 다시 나에게 무궁무진한 꿈을 꾸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아버지께서 오래된 책을 정리하면서 정음사 서유기를 함께 없애버리시고 말았다. 그후로 계속 연변에서 번역된 서유기를 사보기도 했으나 왠지 모자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할 수 없이 헌책방을 뒤져 정음사판 서유기 상중하 중 상권과 하권을 찾아내기도 하였다.

그런 마당에 새롭게 만난 서유기는 정말 나를 기쁘게 했다. 당장에 10권 한질을 구입하여 즐겁게 읽고 있다. 이 기회에 우리나라에도 서유기 원전을 읽는 사람들이 많기를 바란다. 사실 나는 우리나라 독자들이 삼국지에 지나치게 열광한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적 책 좀 읽는다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삼국지를 몇번 읽었다고 서로 자랑하는 일이 가끔 벌어지곤 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영옹호걸의 이야기가 재미있기는 하나 민심을 등에 업고 정권을 잡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은 작금의 현대 정치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 사실 궤변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작태속에 삼국지의 영향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반면에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보여주는 반역과 자유, 당 삼장의 구도심과 대중 구제의 자비심은 삼국지에 흐르는 정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신물나는 이 현실 속에서 진실로 찾아야 할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30년 서유기의 팬으로서 서유기 완역을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해온 역자 임홍빈 선생과 문학과지성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비록 황석영 선생이 삼국지 번역을 빗대어 노후대책이라고 할 만큼의 폭넓은 인기는 아닐지라도 나같은 열혈 팬들이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다. 다만 새 번역본에서 아쉬운 점은 정음사 판처럼 육백여수 한시의 한자 원문을 첨가하지 못하고 양장본으로 출간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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