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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돼지
고이즈미 요시히로 지음, 김지룡 옮김 / 들녘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 동안 나름 대로 많은 책을 사왔다. 책을 수집하는 경향이 있는 터라 충동구매를 하지않으려고 책을 고르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아까운 책이 있고, 대부분의 책은 읽는 동안은 즐거워도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일부 읽고 나서 계속 마음에 남는 책도 있지만, 두번, 세번 읽게 되는 책은 정말 드물다. '우리는 모두 돼지'라는 책은 마지막 부류에 속한다. 산지 2년이 조금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수시로 들쳐보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삶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던 많은 것들을 다시 살펴보고 반성하였다. 사랑에 실패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사랑보다는 나의 아집이 더 컸음을 볼 수 있었고, 성공에 발버둥치던 내가 삶의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기나 긴 인생살이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하는 눈 앞의 이익으로 괴로와하는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시리즈 3권을 산지 2년이 되어가는 동안 나는 두고두고 이책을 펼쳐보았다. 그것은 지난 2년간 나의 삶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두 번이나 직장을 옮겼고 가까운 가족들의 투병을 도와야만 했다. 힘든 순간마다 이 책은 현실이 주는 고통을 직면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불행도 행복도 다 마음이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는 것은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깨달음이다.
몇몇 리뷰어들은 이 책의 예쁜 그림을 칭찬하며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하였다. 하지만 예쁜 그림은 저자의 방편이었을 뿐 전달하고자 하는 뜻은 심오한 것들 뿐이다. 이 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기본적인 불교교리를 아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일부 독자는 예쁜 캐릭터 상품 그림 같은 만화와 삶과 나에 대한 무거운 직시가 서로 어울리지 않아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류의 만화가 많다고 하는 일본에 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에 몰입할 수 있는 독자들이 적을 지 모른다.
나의 결론은 이렇다. 즐겁게 읽을 수 있으나,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다. 돼지(중생)가 부처와 다르지 않으니 만화도 불경이 될 수 있다. 어떤 이는 네 컷 만화를 보고 하루 저녁을 사색으로 보내며 삶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독자는 주인공 덜돼지의 삷과 나의 삶, 덜돼지의 고민과 나의 고민이 다르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리고 삶의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