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발력은 나의 힘 - 다른 미래 시리즈 7
마티아스 펨 지음, 최성욱.정현경 옮김, 정훈이 그림 / 글담출판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말 잘 못하는 수많은 쑥맥들은 얼마나 많이 당하고 살아가는가. 그러한 쑥맥들을 가장 속 쓰리게 만드는 자괴감은 말 한마디 못 꺼내보고 당했다는 사실이다. 그 때마다 동네 중학생 깡패에게 얻어 맞고 돈 뺏기고 돌아온 초등학교 학생처럼 억울하다. 분하다. 두고보자!

때로는 그 초등학생은 형의 책꽂이에서 태권도 교본을 꺼내서 들쳐 보기도 한다. 격투에 대한 원칙을 설명하고 다양한 품세에 대한 사진 설명, 실전에서의 적용법, 훈련법이 나와있다. 책 한번 훑어본 것 만으로도 왠지 자신감이 넘친다. 이 책은 말 못하는 쑥맥들에게 바로 그 태권도 교본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자 이제 한번 크게 웃어보자. 크하하하핫!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태권도 교본 한번 읽은 것으로 중학생 형들을 패줄 수 있겠는가. 태권도 도장을 다니던지, 동네 뒷산에서 초야에 묻혀사는 무술의 대가를 만나 전수를 받든지 해야한다. 마찬가지이다.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가멸찬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책을 읽고 이 기술들에 대한 지식을 얻었을 뿐아니라 실제로 써먹을 수 있을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연습장소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인 것 같다 ).

좀더 곰곰히 생각해 보면 훈련과 연습이 가져다 주는 것은 기술의 숙련만이 아니다. 훈련이 가져다 주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인 것 같다. 배짱만큼 동네 애들 싸움에서 중요한 것이 없다. 게다가 누가 동네 싸움 대장이고  누가 태권도 도장을 다니더라는 소문 또한 실전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 책은 대화의 격투기술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무술이나 병법에서 보듯이 격투의 핵심은 적의 공격을 방어함과 동시에 그 약점을 놓치지 않고 반격하는 것이다.  적절한 반격은 상대방의 공격의지를 분쇄하고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결정타가 된다. 이 책은 대화에 있어서 그러한 순발력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이책에서 얘기하는 기술의 수준은  무술로 치면 하수다.  서로 말꼬리 물고 늘어지는 하수들의 싸움에 있어서나 이런 기술이 필요할 뿐이다. 고결한 뜻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자신감과 그것을 설득하려는 열정을 갖고 있다면 어떤 논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 내생각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말싸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뜻을 전달하려는 사람과 전달받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의 마지막 5,6장에도 이러한 언급이 살짝 드러난다.

문제는 우리들 대부분이 속세에서 아웅다웅하는 하수들이고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들도 대부분 하수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수의 기술을 익히지 않고서 고수가 되기도 힘들다. 그러니 하수인 우리들은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하수인데다 말 못하는 쑥맥들이여! 열심히 연습해서 우리도 가끔은 한방 먹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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