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대전 - 동서고금의 인문학 지식에서 발견한 42가지 만능 발상법
책읽는원숭이 지음, 지비원 옮김 / 클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1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을 바에야 안 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사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 읽어도 되는 책, 어느 부분을 읽어도 상관없는 책, 내가 필요한 부분만 찾아볼 수 있는 책도 무척 좋다. 대표적인 책으로 사전류나 한 분야를 총괄해 살필 수 있는 기본서, 입문서를 들 수 있을 텐데 이 책도 그런 쪽에 속한다(물론 리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다 읽었다...). '아이디어'라는 말에 혹해 샀다가도 도리어 그 말의 무게에 짓눌려 사놓고 안 읽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런 분들은 되도록 가벼운 마음이 들 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2

아, 다 읽지 않아도 괜찮지만 어디를 읽고 어디를 읽지 않아야 하는가를 선택하려면 일단 차례 정도는 다 읽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여기서 소개하는 어떤 방법에 끌리고 어떤 방법에 끌리지 않는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으니까. 서문은 이 책의 성격을 잘 설명하고 있지만 굳이 처음에는 읽을 필요는 없다(생각보다 안 읽히는 골치 아픈 부분이 있을 수 있다).

 

3

차례를 다 읽었다면 일단 마음에 드는 방법을 골라서 읽어보기 바란다. 굳이 하나만 콕 집어서 읽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두세 개 정도 골라서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이 책은 읽는 동시에 따라해봐야만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읽기만 해서 아이디어가 퐁퐁 샘솟는다면 참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방법은 여기에서 소개하고 있지 않다. 읽고, 따라해보고, 어떤 방법을 거의 내것으로 만들어 일상이 되는 순간부터 창의력이 나올 만한 바탕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두세 가지라도 마음에 드는 방법이 있다면 성공이다. 이 책에는 쉽게 따라해볼 만한 방법도 있고(일단 쉬지 않고 글을 써내려가며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새로운 생각을 발견하는 논스톱 글쓰기), 지식의 모든 분야를 섭렵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방법도 있다(카유아의 대각선의 과학.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분야에서 유사한 점을 찾아내고 이들을 연결할 만한 논리적인 가설을 세워 새로움을 찾아내는 방법. 때로 지식체계를 재편성하기까지 할 만큼 스케일이 큰 방법이다).

 

4

어떤 방법이든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반쯤은 독서 성공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다른 방법에 눈길이 가기도 할 테고, 그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이런 책은 한번에 소화하려면 답이 없고(370여 쪽이 읽기 만만한 두께는 아니다) 일단 당장 해보고 싶은 것들은 따라해보고, 곁에 놔두었다가 뭔가 생각이 나면 다시 찾아보는 게 상책이다.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책이 나오는 시절에 '오래 둘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나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5

이 책은 단순히 여기저기서 잘 알려진 아이디어 내는 법을 끌어모아 정리한 책이 아니다. 아이디어가 아니더라도 '생각 잘하는 법' 같은 건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이건 현대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고하는 법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맞물려 있다. 어느 시대든 그 시대 나름의 지적 욕구가 있고 이를 채우려는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 그중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직 도움이 될 만한 방법들이 있고, 이 방법들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역사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인문학'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원숭이를 자처하는데 심각한 겸손이다).

 

한편으로 지식의 범위가 끝도 없이 넓어지는 지금, 한 분야의 방법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경제학자의 사고법이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만 도움이 되라는 법이 없고, 예술가의 사고법이 예술을 하는 데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많은 방법들이 서로 연관성을 지닌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으로(역사를 살피며 분야를 아우르는) 사고법을 정리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독서를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힐 지경이다. 이전에 오카모토 유이치로의 책을 리뷰하면서도 느낀 거지만, 일본어로 된 책은 물론이고 영어로 된 논문까지 온갖 서지사항이 난무하는 가운데 여기서 소개하는 많은 책들이 한국에도 나와 있다. 하지만 나와 있는 게 다가 아니고, 그것들을 소화해서 거대하고 의미 있는 목록을 만들고 그 목록에 나온 지식을 재정리해 전달하는 필자의 중요함을 또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기에 저자가 과감하게도 '이 책은 실용서이자 인문서'를 표방하겠다고 한 게 아닌가 싶다. 문사철을 다루는 전형적인 의미의 인문서는 아닐지 모르겠으나 다 읽고 나면 '아이디어의 역사' '사고의 역사'라는 말이 반드시 떠오를 거라는 의미에서 이 책은 인문서가 맞다. 물론 따라해볼 가치가 있는 실용서이기도 하다. 꽤 희한하고 별난 책이기는 하지만 위에 말한 대로 일단 한두 개만 내것으로 만들어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각 방법의 연원과 배경에도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많으니 부담 갖지 말고 일단 옆에 놔둬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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