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러가 사랑한 수 e 경문수학산책 16
엘리 마오 지음, 허민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원제는 'e: 어느 수의 이야기'이다. 이걸 '오일러가 사랑한 수 e'라고 뽑은 것은 과장스럽지만 봐줄 수 있는 출판 기획이다. 오일러는 책에 등장하는 여러 훌륭한 수학자 중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e와 관련된 가장 아름다운 발견들을 남겼으니.

저자가 지적하듯 원주율 '파이'에 비해 e는 역사도 짧고 일반인들에게 덜 친숙한 수이다. 물론 파이에 대해서도 억지로 외운 원둘레나 넓이 공식으로 별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가진 이가 많겠지만, e라는 수를 이해하려면 로그함수까지 나와야 하므로 골치아프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대담하게도, 대중적 서적은 아니다. 어려운 개념을 피하고 대충 얼버무려 설명하는 책은 아니라는 거다. e가 가진 아름다움과 독특성을 에둘러 설명하기는 아마 불가능할 거다. 로그, 사인, 코사인, 미분, 적분 등등이 나오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이 책은 아주 잘 씌어진 개론 교과서이다. 복잡한 증명은 부록으로 미루면서도 엄밀하고자 애썼고, 여러 수학자들(네이피어, 뉴턴, 라이프니쯔, 베르누이 일가, 오일러, 가우스 등등)을 차례로 소개하면서 차근차근 e와 관련된 수학의 발전사를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복소함수 해석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또한 먹기 좋게 잘 썰어놓은 음식처럼, 주제 하나 하나가 간결하게 다루어져 있다. 짤막짤막한 단위로 나누어 놓은 책은 읽기에는 수월하지만 피상적이기 쉬운데, 이 책은 잘게 나누어졌으면서도 피상적이지 않다. 이것은 아마도 수학과 수 e가 가진 특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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