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의 시대
필립 볼 지음, 고원용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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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내가 가장 좋아한 과목이 화학이다. 대학 때는 일반화학 과목에서 어려움을 느꼈고 그 이후 화학을 제대로 공부해본 적은 없다. 지금은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여전히 자연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교양과학서를 종종 찾아 읽는 편이다. 양자역학 따위를 설명한 교양물리학 서적은 많이 읽어본 반면, 교양화학 서적은 아마 이 책이 처음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뜻밖에 이 책은 상당히 어렵게 씌어진 책이었다. 화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추상적 이론으로 요약될 수 없고, 다양한 화합물과 관련한 실험적 발견 등이 주종을 이루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제법 두꺼운 부피에, 장마다 넘쳐나는 분자모형 그림, 복잡하고 어려운 화합물 이름들...물론 이 책이 무작정 지루하지는 않다. 저자는 해박한 지식으로 가능한 한 쉽게 이야기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번역자 또한 책이 씌어진 후의 연구 동향과 한국인 학자들의 성과들에 대해 보충을 해 주고 있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 자체가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나 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히 담겨 있는 사진과 그림들이다. 책 중간 쯤에 모여 있는 컬러 사진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본문 곳곳에 그려진 분자구조 그림들이 없었다면 내용 이해는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의 분위기를 굳이 표현하자면, 최근 화학 연구의 핵심 분야에 대해 심도 있게 씌어진 백과사전 정도라고 할까. 화학 전공자는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으나, 비전공자로서 화학에 대해 정말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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