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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그냥 재미로 - 우연한 혁명에 대한 이야기
리누스 토발즈 & 데이비드 다이아몬드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겨레출판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우선 내가 매긴 평점에 대한 해명부터. 별 넷을 주고 싶었지만, 반 개는 이 책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미디어 때문에, 나머지 반 개는 성의 없는 번역 때문에 깎았다.
우선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한 신문사에 의해 발행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저자 리누스 토발즈는 언론인 가족과 친척들 사이에서 별종으로 자라났고, 따라서 '언론'을 쓰레기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아마 그 신문사가 이 책을 펴낼 때는, 그 바탕에 깔린 태도 - 오픈 소스 내지는 카피레프트라는 - 에 대한 반가움과 또한 가벼운 필치로 씌어진 이 책이 가진 잠재적 상업성을 보았을 것이다. 다소 불행하게도 이 책은 그 두 가지 점에서 약간의 배신을 때리고(?) 있다.
1. 저자 리누스 토발즈는 그 자신이 책에서 누누히 강조하듯이 오픈소스주의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주의'를 혐오한다. 그것이 비록 오픈소스일지라도. 따라서 그는 리처드 스톨만 같은 이와는 다소 거리를 둔다. 그가 리눅스의 소스를 처음 공개했던 것은 철없는 대학생 시절 자신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당시에는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았던) 인터넷 상의 다른 해커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한편 자랑도 하고 한편 도움도 얻기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 리눅스는 수많은 개발자들의 협력 속에 놀라운 성공스토리가 되었다. 그리고 토발즈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어떠한 해명이나 합리화도 시도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재미'있었다는 것 말고는.
물론 지금에 와서는 리눅스의 성공을 여러 가지로 합리화할 수 있다. 폐쇄된 개발(Micro$oft를 생각해보라)보다는 수많은 능력있는 젊은이들에 의한 열린 개발이 훌륭한 결과를 낳을 수 있었고, 그 과정에 참여한 이들은 젊은 시절 자기들만의 공동체에서 나름대로 실력을 뽐낸 기쁨도 누릴 수 있었고, 금상첨화로 그렇게 검증된 실력은 나중에 기업에 채용되는데 도움도 되었다. 또한 와중에 본의 아니게 리더가 된 리누스 토발즈는 백만장자가 되는 행운도 누렸다.
2. 이 책의 가치는 특이한 한 사람의 개인적 이야기를 솔직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개인적 이야기로 담길 내용이 사실 리눅스를 개발하던 그 몇 달 간의 고독한 과정과, 그 후 미국으로 이주해 잘 나가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삶 뿐이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빈약하기는 했다. 그래서 그냥 두어도 나름대로 재미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기 위해, 토발즈와 그의 공동 저자(언론인!)는 약간 무리한 노력을 보여준다.
그 한 예가 책의 첫머리와 말미를 장식하는 토발즈의 인간사회 진보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다. 생존에서 사회적 질서로, 결국은 오락으로 발전해간다는 그의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고, 그 자신 이를 그다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도 않는 듯하다. (뭔가 멋있는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만들어낸...)
아무래도 인간존재의 의미 따위를 논하는 토발즈는 재미가 없다. 차라리 리눅스를 개발하는데 들어갔던 시시콜콜한 기술적인 이야기들이 독자 중 일부(컴퓨터광?)를 열광시킬 수 있을 것이고, 토발즈가 본 빌 게이츠나 스톨먼의 이야기들이 오히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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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야말로 재미를 위한 것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지어다. 리눅스에 관심있었던 사람이라면 그 창시자라는 토발즈라는 친구가 도대체 어떤 놈인지 한번 그 떠드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재미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문제는 우리 번역판에서는 고의인지 미숙함에서인지, 수많은 영어 단어들을 그저 음역만 해놓는데(군데군데 엉성한 번역과 함께) 그쳐서 얼핏 보면 대충 써서 팔아먹는 컴퓨터 매뉴얼을 읽는듯 하다. 허긴 생각해보면 이런 류의 사람들은 평소에도 그런 식으로 떠들긴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