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01년) 취미로, 또는 일 때문에 읽은 책이 한 60여권 되는 것 같네요.
알라딘에 독자서평도 여러 개 올리고 했지만, 한 해를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을만한 책이 그다지 많지는 않군요. 특히 연초부터 역사책(?)을 많이 읽었는데, 재미있어 보였던 소위 '미시사(감자, 대구, 설탕 등)'류는 대개 실망스러웠고 우리 고전 중에서 건진 것도 여럿이지만, 실패도 여럿이었고 또 읽을 땐 재미있었지만 올해의 회고에 끼우기엔 좀 그런 책들도 있고...

연말 쌓인 일을 하다가 문득 돌이켜 기억에 남거나, 나름대로 내 '지적 생활(?)'에 영향을 준 책들을 꼽아보았습니다.

먼저, 하위권이라고 하면 섭섭하지만, 어쨌든 honorable mention goes to

10. 홍승우, <비빔툰> 2 & 3
... 이미 인터넷 한겨레신문을 통해 보았던 것들이지만 그래도 간직하고 싶었던 만화들.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가정을 이루어가는 모습들이 정겹죠.

9. 가토, 마루야마, <번역과 일본의 근대>
... 깊이가 없어보여 일본책은 잘 읽지 않지만, 그래도 읽을 때마다 그 실용성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데, 이 책의 경우에는 오히려 일본의 저력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고 할까

8. 가모브,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
... 오래전 물리학도를 꿈꿀 때 줄쳐가며 읽었더랬는데, 다시 읽어도 재미있더군요

7. Mandell, "Credit Card Industry: A history"
... 요건 일 때문이기도 했고, 요즘 들어 온갖 종류의 역사에 관심이 가다보니, 좀 지루하긴 했지만 즐겁게 읽었던 책. 역시 매사에 역사를 알고 들어가는 것이 눈이 밝아진다고.

6. 김준희, 최연희, <딸기엄마의 출산일기>, <딸기엄마의 생생 육아일기>
... 사실 후딱 읽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인생의 새로운 국면에서 불안감을 다소 씻어주었던 만화책들

이제 진짜 올해 기억에 남는 책들은:

5. 강만길, <고쳐쓴 한국근대사>
... 지난 추석 부모님댁에서 굴러다니는 책을 주워다 돌아오는 기차간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 신선함이란. 역사에 대한 관심, 내지는 그저 잡다하게 읽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켰던 책이죠.

4. 역사문제연구소, <학문의 길 인생의 길>
... 위의 책을 읽고 나서 강만길 교수가 들어간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우연히 이 책을 만났습니다. (편집자인 이이화씨 책도 마침 읽었기에) 이 책에 대해서는
알라딘에 서평을 올렸더니, 어떤 놈이 yes24에 자기 서평인양 베껴가는 사태가 벌어졌었죠. 그 때 안 사실이지만 yes24에는 젤 먼저 서평을 쓰면 사이버머니를 준다고... 나처럼 남들이 서평 안 한 책만 골라가며 서평하는 사람은 진작 그런델 갔어야 하는데...

3. 한명기, <광해군>
... 요즘 우리 고전과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이 가는데다, 작년 인기(?) 드라마 '허준'을 끄트머리만 보면서 광해군이 궁금해졌더랬죠. 시류 편승 같아서 좀 기다리다가 올해 읽었는데 실망시키지 않더군요. 올핸 여인천하 초반부를 보고서, <조광조>를 알고 싶어졌는데...

2. Swedberg, "Economics and Sociology"
... 연구소 도서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위의 <학문의 길 인생의 길>류의 학자들 대담물이죠. 경제학과 사회학의 경계에 있는, 즉 사회경제학자와 경제사회학자들과의 대담인데, 사회학과 사회과학 전반에 새롭게 눈을 뜨게 해주었다고 할지...

그리고,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짜자잔....

1. 정민, <비슷한 것은 가짜다>

연암 박지원의 글들을 번역하고 주석한 책인데, 이 책을 읽을 때는 정말 (성경님 죄송합니다^^) 꿀과 송이꿀보다 더 달았습니다. 후련하고 통쾌하고 유려하면서도 꼿꼿하고 슬프기까지 한 박지원의 글들은, 학문, 사회, 우정과 인생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반드시 다시 읽고 싶지만, 허투루는 읽고 싶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기백년의 세월을 넘어 박지원이라는 좋은 벗이요 스승을 만났기 때문에, 여전히 고전을 읽고, 심지어 홍대용의 북경여행기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재미와 감동이 다르겠지만 한 번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아내의 지도교수께 추천해 드렸다가 저의 평판이 매우 높아졌다는 후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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