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이주윤 지음 / 빅피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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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대화를 할 때면 그 상황에 적절한 어휘가 생각나지 않아 한참을 고민하곤 했다. 상황에 적확한 감정, 표현을 하고 싶은데 한계가 느껴지는 것이다. 내가 쓰는 표현이 맞는 것인지, 아리송할 때가 있는데 이 책 <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의 서문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1000개 안팎의 단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 많지 않은 어휘로 울고, 웃고, 사랑하고, 화를 냈다가 그리워하기도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51만여 개의 단어가 등재되어 있답니다.

이 말인즉,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수십만 개의 단어가 미지의 세계처럼 남아 있다는 이야기지요."


 작가는 의사소통에 있어서 어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말로 인한 오해가 일어나는 상황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복잡한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더 나은 소통을 위해  더 많은 어휘를 익히고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노력은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사고를 가능하게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힐 수 있게 한다. 


어휘를 익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많은 어휘가 담긴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어휘를 접하고. 문장과 단어를 하나하나 곱씹는 과정을 통해, 필사의 과정을 통해 체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 <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저자 이주윤 작가가 책 속의 '잊고 싶지 않은 문장'들을 종이 위에 옮긴 내용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국내외 작가들의 주옥같은 문장을 필사하기 쉽게 엮은 것이다.  작가는 독서와 필사의 과정을 통해 글쓰기를 업으로 삼게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좋은 글을 짓기 위해 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과정이 필사를 통해서 가능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은 좋은 문장을 접하고, 문장과 글을 통해 작가와 책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책에 담긴 문장을 읽고 쓰면서 책 내용이 더 궁금해지고, 작가와 책을 찾아보게 된다. 그렇게 독자는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을테다. 


빨간색 실제본으로 만들어진 책은 보기에도 이쁘고, 손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어서 필사에도 적합하다. 표지의 이쁜 색감과 깔끔한 내부 디자인, 그리고 책 속에 담긴 아름다운 문장들을 매일 사각사각 연필로 담아본다. 스마트폰과 조금은 거리를 두고 싶은,  책과 문장,  아날로그 글쓰기에 관심 있는 누구나 좋아할 책이다. 



**미자모 서평단으로,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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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 - 사과와 장미부터 크리스마스트리까지 인류와 역사를 함께 만든 식물 이야기 테마로 읽는 역사 8
사이먼 반즈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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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은 식물학자로서 화성탐사에 참여하게 된다. 그는 탐사 중에 모래폭풍을 인한 사고로 홀로 화성에 남게 되는데, 남은 음식을 소비하는 동안 구조대가 오지 않는다면 그의 생존은 힘들 것이다. 그러던 중 그는 기지 안에서 감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감자에 싹을 틔우고 감자 재배에 성공한다. 미래 사회를 다루는 여러 영화 속에서 식물은 그 자체로 희망의 메시지로서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서 등장하곤 한다.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의 서문은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식물이라는 자연은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당연한 존재로 자체가 주는 의미와 기능 등을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이 책은 식물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 ... 우리는 음식이라는 형태로 태양에너지를 소비한다. 식물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다. 식물은 광합성 과정을 거쳐 태양으로부터 음식을 만들어 낸다. 세상의 다른 어떤 존재도 이러한 일을 해낼 수 없다." 당연하게도 우리가 먹는 것은 식물이거나 식물을 먹어 성장한 동물이다. 식물은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공기, 산소도 공급한다. 생활의 편리를 더하는 석유 석탄,, 화석연료도 식물에서 비롯한 것이다. 결국 인간 생존의 기본이 되는 것이 식물이고, 식물이 인류와 세계사 속에서 - 문화 속에서 영향을 끼치고, 변화를 가져왔는가? 이 책은 식물이 인간의 생존과 역사· 문화 속 식물들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풀어 간다.

저자 사이먼 반즈는 30년 넘게 [더 타임즈]의 수석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자연과 동식물에 관한 저작을 다수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의 저작은 지구 위 생물을 향한 애정과 사려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전작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와 이번에 소개하는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는 자연세계와 인간의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인간 중심의 역사 인식을 벗어나 지구에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동식물과 자연을 세계사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책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연꽃, 감자 숙화, 옥수수, 딸기, 바나나에서부터 대마, 키겔리아, 교살무화과, 라플레시아 등 낯선 식물까지 100가지 인간의 삶과 역사에서 영향을 준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식물과 관련한 역사, 예술, 문학, 과학 등 다방면의 시각과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식물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시각을 접하게 된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를 이성을 갖추고 자연을 뛰어넘는 고귀한 존재, 무한한 능력을 지니고 천사처럼 행동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고, 세상을 우리 뜻대로 주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여전히 식물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우리의 과거는 모두 식물과 관련이 있다. 우리의 현재도 모두 식물과 관련이 있다. 식물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아프리카 대초원의 온갖 나무 그늘 가운데 최고는 교살무과화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이다. 무더운 날에 여행할 때 나무 그늘 밑을 걸으면 마치 성당에 들어간 기분이다. 육체와 정신이 금방 생기를 되찾고, 감사하는 마음에 심지어 경외심까지 느껴진다. "

"우리는 데이지를 좋아한다. 데이지에 대한 노래를 부르고 딸에게 데이지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러면서도 잔디밭에 데이지가 보이면 위신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뽑아버린다. 우리는 삶에서 데이지를 원하는 걸까, 아니면 원하지 않는 걸까? 데이지는 꽃이리까 잡초일까? 모두 맞는 말이다. "

"우리는 어떤 식물이 좋고, 어떤 식물이 그렇지 않은지 선택해왔다. 그런 선택의 효과는 광범위하고 복잡다단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명백하게 좋거나 명백하게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식물은 결코 없다."

"...19세기에는 달리 먹을거리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말 그대로 감자 덕분에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제 많은 선진국에서 감자는 빈곤층의 비만 문제와 관련이 있다. 한때는 부자들만 뚱뚱해질 여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부자들만 날씬해질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어느 쪽이든 감자는 가난한 사람들의 식물이다."

" 사람들이 오렌지에 대해 잘 알기 전에는 오렌지색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주황색 혹은 더 이국적으로 사프란색이라고 불렀다. 단어가 없다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도 달라질까? 뉴턴이 무지개 색깔의 목록을 만들 무렵에는 오렌지를 참고할 수 있었다. "

" 칡은 뿌리에 에너지를 많이 저장하기 때문에 아주 빨리 자란다. 하루에 최대 30센티미터씩 자라며, 줄기의 길이가 30미터에 이를 수 있다. 서둘러 많은 식물을 키우고 싶다면 칡을 선택하는 편이 좋다. 칡은 황진지대의 해결책처럼 보였다... 칡은 인간이 가장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 되레 살아가는 환경을 망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100가지 식물의 이름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궁금한 식물을 찾아 읽어도 좋고, 책장을 넘기면서 보이는 그림과 사진을 보다가 눈이 멈추는 장의 식물을 알아가도 좋다. 책을 읽다 보면 내용을 추가하여 저자에게 말해주고 싶은 내용이 생길 수도 있다. '칡'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편을 읽으면서, 칡은 한국도 원산지고, 한국 사람들은 칡을 약재와 식용으로 사용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 책을 통해 새로운 식물을 알아가고, 식물과 관련한 다양한 방면의 역사와 문화, 문학, 예술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자연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된다. 도시 길가의 은행나무가 한여름 땡볕 아래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 미자모 서평단으로,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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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는 연습 - 일과 나의 공존을 위한 1년간의 자기 챙김 프로젝트
라이언 홉킨스 지음, 김시내 옮김 / 현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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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는 연습

일과 나의 공존을 위한 1년간의 자기 챙김 프로젝트


집안 일과 아이 돌봄을 전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끔씩 일상에 지칠 때가 있다. 돌아서면 쌓이는 설거지꺼리, 빨래들.. '집안일'이라는 것은 안 하면 일이라는 게 티가 나지만, 일을 열심히 하면 일을 한지도 모르는, 일이 있는지 모르는 그 무언가인가? 싶을 때가 있다. 이런 마음이 들수록 나를 생각하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 책의 저자 라이언 홉킨스는  정신 건강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JAAQ의 CIO로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두고 있다. 

링크드인의 '일과 삶의 균형' 분야의 탑 보이스로, 테드의 연사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직업적 성취와 개인의 삶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직장 문화를 연구해 왔다고 한다. 자신의 폭식증, 우울증, 불안증에 대한 이야기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책 <지치지 않는>연습은 그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과 연구로 도출해낸 건강한 삶을 위한 실천 방법을 정리한 책이다. 

총 52장으로 된 목차. 하나하나가 저자가 제안하는 52가지의 제안이다. 

산책에 나서자/소음을 줄여보자/28일 안에 긍정적인 사람이 돼보자/뉴스와의 관계를 재설정하자/ 천천히 호흡하자/

나와의 약속부터 지키자/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스트레칭을 해보자/ 입꼬리를 올리자/ 빵 한 봉지를 걸어두자/

다가가자/ 타협하지 말자/ 워라벨과 작별하다/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자/ 불안감을 흥분감으로 바꿔보자/ 잠깐 신경 좀 끄자

 ... 돈과 친해지자/ 음악에서 답을 찾자/ 지치지 말고 행복하자.

몇몇 장의 내용들을 담아본다.

[조금씩 자주 하자]

"어쨌든 이 책은 거창한 계획, 멋들어진 기술, 복잡한 해결책과 거리가 멀다. 작지만 꾸준하고도 현명한 선택을 이어가야 한다는 쪽이다. 시간이 지나면 티끌이 모이고 모여 거대한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품게 된다. 일단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 헬스장에 못 가겠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다리를 떨면 된다."

"금방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조금씩 자주 하면 훗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성공을 마주할 것이다. 성공은 조금 늦게 찾아올 수 있다. 즉각적인 결과나 변화를 기대하지 말자... 저축, 취미 생활, 건강 증진, 관계 향상 모두 핵심을 매일 하는 행동에 있다. 꾸준히 노력하며 작은 행동의 힘을 믿어보자. " 

[아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보자]

"다 자란 우리는 어떻게 해야 놀라움과 호기심을 품고 아이처럼 온갖 것을 신기해하며 재미나게 살 수 있을까? "

"... 자연은 우리 모두를 사로잡고 충만한 기분에 젖게 한다. 정교하게 배열된 꽃잎을 들여다보자. 나비의 우아한 날갯짓에 감탄하고,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에 마음을 가라앉혀도 좋다. 아이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자."


 책은 직장과 개인의 삶의 균형과 공존, 건강한 삶을 위한 방법들을 공유를 목적으로 씌어졌지만, 결국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기 위한 실천들을 이야기하기에 - 더 나은 자신, 더 좋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누구나 읽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각 장의 내용과 제시하는 팁 중 하나라도 실행하게 되면 결국은 팁 하나가 여러 가지 제안과 연결되기도 하기에 가볍게(?) 실천해 보려고 한다.  최우선  나의 챙김 리스트는? 휴대 전화 내려놓기다.



** 미자모 서평단으로,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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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장르 - 인스타툰 작가들의 일·삶
김그래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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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으면서도 흥미롭고,  짧은 그림과 글 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일상 만화를 좋아하여 이 책을 만나보게 되었다.  그리고 살짝, 개인적으로도 이런 일상을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아주 먼 과거에 )했었기 때문에 작가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인스타툰이라는 용어가 생길 만큼 인스타에서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일상을 그리는 작가들이 많다. 

 김그래, 쑥, 작가1, 펀자이씨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작가들이다. 이미 단행본을 발행한 적이 있는 유명한 작가들이지만, 작품집과는 다르게 인스타툰 작가들의 속 깊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 김그래님은 만화를 그리는 일이 표현의 도구였고 세상과 연결해 주는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동시에 너무나 힘겨운 일이었다고 고백한다. 작가 쑥님은 일상툰만을 그리지 않지만 책의 집필을 마음먹고 자신과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소소한 이야기에 공감과 즐거움, 용기를 주기를 바라면서. 작가1 작가는 자기만의 고유성을 갖는 이야기를 쓰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가 펀자이씨는 자신의 성장과 변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는 마음에서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책의 서문에서 함께 쓰는 작가들과 함께 하는 작업을 결심하기까지의 동료 의식, 한배를 탄 사람들의 의기투합이 느껴졌다. 

 

"회사 생활을 할 때 억눌렸던 창작욕이 터져서 매일 쓰고 그렸다. 말 그대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렸다. 해가 떠 있을 때 작업을 시작해서 작업이 끝나면 해가 져 있었다. 창작이 좋다 아니다를 따질 겨를 도 없이 몰두했다. 그렇게 몰입하는 순간이 좋았다. 좋아서 했다. 계속했다." -  쑥 


"몹시 막막해서 겁날 때도 있지만, 일단은 계속해 보고 싶다. 내 그림과 글이 유독 별로인 날에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이 없어서 포기하고 싶어지는 날에도 마침내 다가올 어느 미래를 상상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림 그리는 할머니가 된 내 모습을. " - 김그래


"... 이 기록들은 결국 언젠가는 사라질 잠깐의 흔적이고, 오로지 나를 위한 즐거움이다. 마치 모래 위에 새기지만 파도가 지나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사랑해'라는 글자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비눗방울을 이야기를 기록하지 않는가." - 펀자이씨


" 그러나 기린을 그리는 과정은 어려움 그 자체다. 기린이 재치 있는 한마디를 내뱉기 위해 나는 수십 번을 생각하고 수정을 거듭한다. 많은 독자들은 인스타툰 속 기린의 언행을 보고" 어떻게 작가님은 그렇게 말을 시원하게 잘하세요?"라고 댓글을 달아주지만, 과연 그림 속 상황이 현실로 닥쳐왔을 때, 과연 내가 '기린처럼' 말을 통쾌하게 술술 잘할 수 있을까?" - 작가1



 인스타툰 작가들의 그림의 시작, 창작의 어려움, 캐릭터와의 괴리감 등의 갈등과 고민과 함께 자신의 일과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작가들이 마냥 부럽기만 했는데 현실적인 고민의 이야기는 또 그 안의 고군분투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림 속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고, 즐거움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 사각형 속의 그림 속의 작가들의 이야기가 반가웠고, 독자인 나도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고자 하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인스타툰을 그리고 있을 작가들의 그림과 일상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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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의 온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4
정다연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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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복숭아꽃 색

누군가의 운동화 끈을 묶어주는 다정함이 있는 표지 그림.

'다정의 온도'라는 책 제목에 이끌려 책을 만나보게 되었다. 


다정의 순간이 담긴, 작가의 일상과 생각이 담긴 짧은 이야기들이라 반갑게 다가왔다. 나는 소설보다는 누군가의 내밀한 마음의 이야기가 더 잘 읽히고, 나의 일상과 생각과 마주하게 되면 더 반갑고,  마음이 가는 사람이다. 시인 정다연님의 글도 궁금했다. 

 작가는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했다. 말하고 나면 사라질 무서웠다고. 

그러나 글쓰기를 통해 작가가 사랑하는 것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사물들, 사람들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것들과 조화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 순간의 에피소드 속에서 발현되는 다정함의 순간들이 담겨 있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시인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의 생각을 만나고, 나의 과거와 이야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게 된다. 

그리고 말할 수 있는, 쓸 수 있는 용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여러 에피소드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서유리 찾기', '분갈이'였다.   뉴질랜드로 이민 간, 연락이 끊긴 작가의 친구의 이야기. "나는 유리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모른다. 날 기억하고 있는지, 잊어버렸는지도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망각의 지대에서는 한 시절 나를 살게 한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을 테다. 어린 나에게 나무에서 떨어진  꽃잎을 보여주기도 하고 함께 손을 맞잡아 주기도 하면서." 가끔 연결되어 있지만 (카톡으로) 연락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작가는 닿을 수 없는 친구이지만, 나는 간단한 카톡 한번 인사를 건넬 수도 있는데.. 그런 용기를 못 내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잘 지내고 있구나. 고마웠어.'

'분갈이'에서는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어떤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내가 잘 못 알 수 있을까, 내가 모르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하고 싶은 말을 지나치게 하지 않아 고립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는 고백.. 그러나 지금은 쓰는 삶을 살고 있고, 용기를 내고 있다는 '충분히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넘기기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세상에 말을 건네고 싶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각박하고 이상한,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용기를 내는 사람이 있고. 나직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세상의 '다정의 온도'는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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