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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의 온도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4
정다연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평점 :

연분홍 복숭아꽃 색
누군가의 운동화 끈을 묶어주는 다정함이 있는 표지 그림.
'다정의 온도'라는 책 제목에 이끌려 책을 만나보게 되었다.
다정의 순간이 담긴, 작가의 일상과 생각이 담긴 짧은 이야기들이라 반갑게 다가왔다. 나는 소설보다는 누군가의 내밀한 마음의 이야기가 더 잘 읽히고, 나의 일상과 생각과 마주하게 되면 더 반갑고, 마음이 가는 사람이다. 시인 정다연님의 글도 궁금했다.
작가는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했다. 말하고 나면 사라질 무서웠다고.
그러나 글쓰기를 통해 작가가 사랑하는 것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사물들, 사람들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것들과 조화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 순간의 에피소드 속에서 발현되는 다정함의 순간들이 담겨 있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시인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의 생각을 만나고, 나의 과거와 이야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게 된다.
그리고 말할 수 있는, 쓸 수 있는 용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여러 에피소드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서유리 찾기', '분갈이'였다. 뉴질랜드로 이민 간, 연락이 끊긴 작가의 친구의 이야기. "나는 유리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모른다. 날 기억하고 있는지, 잊어버렸는지도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망각의 지대에서는 한 시절 나를 살게 한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을 테다. 어린 나에게 나무에서 떨어진 꽃잎을 보여주기도 하고 함께 손을 맞잡아 주기도 하면서." 가끔 연결되어 있지만 (카톡으로) 연락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작가는 닿을 수 없는 친구이지만, 나는 간단한 카톡 한번 인사를 건넬 수도 있는데.. 그런 용기를 못 내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잘 지내고 있구나. 고마웠어.'
'분갈이'에서는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어떤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내가 잘 못 알 수 있을까, 내가 모르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하고 싶은 말을 지나치게 하지 않아 고립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는 고백.. 그러나 지금은 쓰는 삶을 살고 있고, 용기를 내고 있다는 '충분히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넘기기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세상에 말을 건네고 싶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각박하고 이상한,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용기를 내는 사람이 있고. 나직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세상의 '다정의 온도'는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 미자모 서평단으로,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