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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하는 미술관 - 내 삶을 어루만져준 12인의 예술가
송정희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얼마 전 '핫' 했던 미술 전시 '에드워드 호퍼'전에 갔었다.
워낙 유명한 전시였기에 대기 줄에 합류해 기다리다 전시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의 아내이자 그림 속 모델, 그림과 관련된 모든 일을 도맡은 조력자 '조세핀'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전시는 좋았지만 씁쓸한 마음도 한편에 가지고 돌아온 기억이 있다.
에드워드 호퍼를 만나지 않았다면 조세핀도 계속 붓을 들었을 것이고, 조세핀의 이름은 다르게 기억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다.
그리고 <매혹하는 미술관>을 만나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송정희, 프랑스 문학과 영어교육학을 공부하였다. 제주출신 화가 변시지의 그림에 반해 작품집을 발간하고 전시를 기획한 것을 시작으로 전시와 미술 강의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 그녀의 삶 속에서 많은 위로와 영감을 준 작가들을 꼽다 보니 12명의 여성작가들이 다가왔다.
" 그들이 개인적 현실과 시대의 벽을 어떻게 예술을 통해 넘어섰는지, 가족이나 사랑하는 연인에게 받은 상처를 어떻게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 시켰는지에 주목했다. 그 과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나의 내면을 비춰보는 일과 같았고, 그들이 남긴 발자취는 뒤늦게 갤러리스트가 되어 여러 장벽에 부딪힐 때마다 방향타가 되어주었다. 그런 만큼 이들은 예술에서 길을 찾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해준, 내게는 더없이 소중한 예술가들이다."
저자 서문에서 그녀가 마주했을 장벽에서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힘이 되어주고 길이 되어주었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책에서 소개하는 12인의 예술가는 다음과 같다.
아름다움, 그 너머 조지아 오키프 | 마리 로랑생 | 천경자
뮤즈에서 예술가로 수잔 발라동 | 키키 드 몽파르나스 | 카미유 클로델
몸을 통해 몸을 위해 판위량 | 마리기유민 브누아 | 프리다 칼로
회복과 치유의 약속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 케테 콜비츠 | 루이스 부르주아
[붉은 양귀비 No. VI], 1928 붉은 강렬함으로 독자들을 매혹하는 표지의 주인공 조지아 오키프가 처음 소개된다.
어디선가 본 조지아 오키프의 꽃 그림에 반해 그녀의 작품에 대한 평론을 찾았을 때, 그녀의 꽃은 여성의 생식기를 상징한다는 글을 본 기억으로 남아 있었는데 책을 통해 알게 된 조지아 오키프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띵~!!)
"오키프는 꽃을 마치 카메라로 접사하듯 확대해서 그렸다. 꽃 속에 숨어 있는 보송보송한 털이 다소곳하게 일어서고, 벌린 입속의 어둠, 늘어진 안쪽 꽃잎... 그래서인지 호사가들은 그녀의 꽃이 여성의 생식기를 닮았다고 수군거렸다. 오키프는 "그저 꽃을 확대해서 그렸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또 왜 그렇게 꽃을 크게 그리느냐고 물으면 그녀는 " 당신들은 산과 바다를 그리는 화가에게 실제보다 왜 그렇게 작게 그리는지를 물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석이 그림을 읽는 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녀의 통쾌한 대답에 속 시원했다. 그녀의 사랑과 배신, 그리고 우정에 대한 이야기, 작품에서 느껴지는 생명력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의 당당하고 멋진 태도, 수긍과 인정의 인터뷰를 보면서 이 작가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져 간다.
카미유 클로델은 18세의 나이에 44세의 오귀스트 로댕을 만나 연인이자 제자로 거장 로댕의 작품에 참여하기도 했다. 로댕의 연인이자 뮤즈로 발전했지만 관계가 끝나자 혹독한 시절이 다가온다. 카미유를 수치로 여기는 가족들, 로댕의 견제, 은둔생활 그리고 정신병원에 감금된 채 세상과 단절된 30년과 죽음은 깊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남성이 지배적인 예술계에서 로댕과의 소문은 어린 카미유에게 너무나 무거운 멍에였다... 둘의 추문이 알려지게 되면 사회적 명성과 부를 잃게 될까 두려웠던 로댕은 몸을 사렸다. 카미유는 로댕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조형적 탐구를 위해 가열하게 작업에 전념했지만, 로댕의 아류작이라는 사회적 편견은 심해져 갔다."
책에서 싣고 있는 카미유의 작품은 사진에서조차 인상적이고 아름다움과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당신은 결국 당신 자신이었습니다. 당신은 로댕의 영향에서 벗어나 기교와 상상력의 영역에서 위대한 예술적 성취를 이뤄 냈습니다. "
-외젠 블로-
2017년 카미유클로델국립박물관이 문을 열었고, 그녀의 유작 90여 점 중 43점이 소장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프랑스를 여행한다면 그녀의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시대와 불화하며 작품을 탄생시킨 여러 작가들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저자가 느낀 '삶을 헤쳐나갈 용기와 방향을' 예술가의 삶과 예술, 고통과 슬픔을 통해 알게 되고, (나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다시 작품을 마주해야겠다.
**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