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니코 일기 5
마리 오자와 지음, 정혜영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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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싱글벙글 웃는 모양을 뜻하는 니코니코. 내용 역시 싱글싱글 웃음짓게 한다. 표지 그림도 경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책은, 한편의 동화책을 읽는 느낌.

아이 돌보는 일 따위 귀찮게 여기던 케이와 어린 나이에 마음에 상처를 입어 어두워진 니코가 함께 살면서 서로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결코 순조롭지 않은 출발이었지만, 니코와 케이의 생활은 어느새 하나의 가족을 이루어내고, 여느 집에서 볼 수 있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뛰어넘는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지만 둘의 애정은 어떤 부모자식에 비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

두 사람의 모습은 어느샌가 변질되어버린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단지 피가 섞였다고 가족일까? 함께 산다고 그것만으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서로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도 않고, 서로가 하는 일에 관심도 없는 채로,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케이와 교감을 나누며 밝게 성장해 가는 니코.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웃음짓게 만들 아이다운 모습이다. 그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 아이도 저렇게 밝은 얼굴로 만들고 싶다.

'알았다. 니코를 방긋 웃게 만드는 비결. 내가 먼저 웃으면 되는 거야. 단지 그뿐이었어.' 케이의 이 말이 만고의 진리처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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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사냥하는 자들 그리폰 북스 4
바버라 햄블리 지음, 이지선 옮김 / 시공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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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는 판타지 문학의 단골 소재인만큼 소재 자체에서 참신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앤라이스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이상 가는 수준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솔직이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그런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몇장 읽다 말고 약간 실망을 느꼈던 것도 당연한 일이다. 너무나 빤한 뱀파이어 전설과 거기에 맞춘 대응법 따위가 '괜히 샀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책은 불붙기 힘들지만 일단 붙고 나면 꺼질 줄 모르는 통나무 같았다. 장편이기는 하지만 구태여 복잡하게 구조를 꼬아놓지도 않았고, 독자의 뒤통수를 치고 또 치는 반전도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헐리우드식 액션처럼 불필요한 폭력도 자제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한 평이함이 못마땅한 독자도 있겠지만, 너무나 화려한 군중 속에서는 오히려 수수한 사람이 더 눈에 띄는 법이다. 이 책은 화려한 주인공보다는 묵묵히 연기로 승부하는 조연이라고나 할까.

인간과 뱀파이어가 서로 도와 '추악한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사건을 해결해 가는 기묘한 상황에 비해 거기에서 도출되는 주제가 너무 평이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래동화나 고전 소설에 등장하는 '권선징악'을 아무도 평이하다고 나무라지 않듯이, 너무나 평범한 이 주제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이다. 쿨한 매력의 소유자 이시드로, 살신성인하여 괴물을 물리친 뱀파이어 안토니, 이시드로와 믿음을 나눈 애셔 교수, 보호받기만 하는 나약함이 아니라 스스로 헤쳐나가는 강인함을 보여준 리디아,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지키기 위해 난폭함을 보였던 그리픈까지,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애셔와 리디아는 인간이지만, 그밖의 뱀파이어들이 보여준 모습 또한 너무나 인간에 가까운 것이었다. 원래는 인간이었으나 이미 인간이 아닌 존재. 그러한 존재가 오히려 더 인간답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끝으로 뒤로 갈수록 문장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읽기에 어려움을 느꼈다. 인물의 이름이 잘못 표기된 오류도 눈에 띄었으니 이제부터 읽을 작정인 분들은 몇쇄인지 확인하고 구입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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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노래 - 이마 이치코 걸작 단편집 4
이마 이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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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도깨비는 장난을 좋아하지만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일본의 도깨비는 사람을 잡아먹는 공포의 대상으로 알려져 있고, 그것이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끼쳐 어느샌가 도깨비가 끔찍한 괴물이 되어버린 듯하다.
각설하고...

도깨비는 어디에서 생겼을까? 신이나 귀신의 존재가 그렇듯, 인간의 기원의식과 알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한 두려움이 그 근저에 깔려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중국 전설에 등장하는 물의 신 하백에게 기우제를 지내러 간다는 이야기를 줄기로 한 '해변의 노래'. 이 작품에는 신에 대한 경외감과, 이질적 존재에 대한 두려움 등이 표현되어 있다. 소망을 기원하는 대상이면서도 잡아먹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는 존재 하백과, 공존이 있는가 하면 약육강식의 법칙을 보여주는 두려움의 대상 도깨비. 그리고 언제 적으로 변해 공격해올지 알 수 없는 인간까지. 때에 따라 모든 것이 흉물스럽고 이질적인 존재, '도깨비'로 함축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두려움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비롯되었다. 인간 스스로 갖고 있는 나약함과 이기심, 인간 이외의 것은 모두 괴물로 치부해버리는 습성... 이런 것들이 모여 도깨비를 만들고, 다시 그 도깨비에게 휘둘려버리는 것이다. 결국, 도깨비는 인간의 마음에 살고 있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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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탐정 김전일 39 - 완결
사토 후미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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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전일 소년 사건부에는 천재만 나온다.
첫째, 어리버리하지만 추리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천재탐정 김전일.
둘째, 잘난 척 엄청 하지만, 그래도 똑똑하고 잘 새긴 외모라 봐주는, 아니 봐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아케치 경부.
그리고...거의 완전범죄에 가까운 트릭을 펼쳐놓는 범인들이다.

처음 김전일, 아니 긴다이치를 알게 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외전, 특별편, 소설판 등을 모두 섭렵하게 되었고, 종국엔 드라마까지 보게 되었다.
본래 추리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지라, 게다가 만화라면 밤을 새고서라도 읽을 만큼 좋아하는지라,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김전일은 내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때론 사건의 허구성이 너무 심해 짧은 머리로는 도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ㅠ.ㅠ) , 그래도 긴다이치의 해설을 듣다 보면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점이라면, 모든 경우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모든 경우에 항상 탐정이 그 현장에 있다는 것, 또한 밀실살인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경우나 그에 상응하는 사건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추리물다운 매력이 있는 것 아닐까 한다.

또 하나의 단점을 들자면 (모든 추리만화에 해당하는 얘기지만) 만화의 특성상 장면을 건너뛰고 보여주기 때문에 소설을 읽을 때처럼 세밀한 묘사가 불가능하고, 중요한 장면을 캐치해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하나의 사건에 대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들이대는 것,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만화가 막을 내렸을 때 또 하나의 즐거움이 사라지는구나 싶어 참으로 아쉬웠지만, '큐'를 다시 만나게 됐으니 그 정도는 눈감아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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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마플 13 수수께끼 동서 미스터리 북스 2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용숙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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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서점에 갔다가 한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새까만 책표지들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자유문고 시리즈로 나오던 추리소설들. 그 까만 책이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들이었다. 한 권 사서 읽고부터는 돈이 생길 때마다 서점으로 달려갔다. 당시 책값이 천백원이던가, 천사백원이던가? 학교 매점에서 고로케가 50원 백원 하던 시절이니 중학생에게는 좀 부담스런 금액이었다. 조금씩 용돈을 모아두었다가 부리나케 서점으로 달려갔는데...

그 많은 작품들 모두가 똑같은 수준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만큼,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도 따로 있다. 애크로이드 살인이나 쥐덫이나 ABC 살인 같은 것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었던 것이 바로 이 소설. 당시 제목은 '화요클럽의 살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열두명의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앉아, 아니 열세명이던가? 음... '''-.-;;; 아무튼... 서로의 사건을 털어놓는다.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는 가운데 역시 돋보이는 미스마플. 온화하지만 온동네 소문은 모두 듣고 있는 시골할머니가 모든 사건을 척척 풀어내는 것. 심지어 일어나지 않은 사건까지도.

이 책은 다른 장편들처럼 호흡이 길지 않아서 좋다. 한 사람이 하나씩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만큼 단편으로 나누어져 있으니 한편 읽고 잠시 쉬었다 읽어도 추리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탐정으로서는 좀 쉬엄쉬엄 접근할 만한 사건집이라고나 할까..^^;;

크리스티 작품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이 책이라면 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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