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사냥하는 자들 그리폰 북스 4
바버라 햄블리 지음, 이지선 옮김 / 시공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뱀파이어는 판타지 문학의 단골 소재인만큼 소재 자체에서 참신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앤라이스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이상 가는 수준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솔직이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그런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몇장 읽다 말고 약간 실망을 느꼈던 것도 당연한 일이다. 너무나 빤한 뱀파이어 전설과 거기에 맞춘 대응법 따위가 '괜히 샀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책은 불붙기 힘들지만 일단 붙고 나면 꺼질 줄 모르는 통나무 같았다. 장편이기는 하지만 구태여 복잡하게 구조를 꼬아놓지도 않았고, 독자의 뒤통수를 치고 또 치는 반전도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헐리우드식 액션처럼 불필요한 폭력도 자제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한 평이함이 못마땅한 독자도 있겠지만, 너무나 화려한 군중 속에서는 오히려 수수한 사람이 더 눈에 띄는 법이다. 이 책은 화려한 주인공보다는 묵묵히 연기로 승부하는 조연이라고나 할까.

인간과 뱀파이어가 서로 도와 '추악한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사건을 해결해 가는 기묘한 상황에 비해 거기에서 도출되는 주제가 너무 평이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래동화나 고전 소설에 등장하는 '권선징악'을 아무도 평이하다고 나무라지 않듯이, 너무나 평범한 이 주제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이다. 쿨한 매력의 소유자 이시드로, 살신성인하여 괴물을 물리친 뱀파이어 안토니, 이시드로와 믿음을 나눈 애셔 교수, 보호받기만 하는 나약함이 아니라 스스로 헤쳐나가는 강인함을 보여준 리디아,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지키기 위해 난폭함을 보였던 그리픈까지,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애셔와 리디아는 인간이지만, 그밖의 뱀파이어들이 보여준 모습 또한 너무나 인간에 가까운 것이었다. 원래는 인간이었으나 이미 인간이 아닌 존재. 그러한 존재가 오히려 더 인간답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끝으로 뒤로 갈수록 문장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읽기에 어려움을 느꼈다. 인물의 이름이 잘못 표기된 오류도 눈에 띄었으니 이제부터 읽을 작정인 분들은 몇쇄인지 확인하고 구입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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