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서점에 갔다가 한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새까만 책표지들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자유문고 시리즈로 나오던 추리소설들. 그 까만 책이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들이었다. 한 권 사서 읽고부터는 돈이 생길 때마다 서점으로 달려갔다. 당시 책값이 천백원이던가, 천사백원이던가? 학교 매점에서 고로케가 50원 백원 하던 시절이니 중학생에게는 좀 부담스런 금액이었다. 조금씩 용돈을 모아두었다가 부리나케 서점으로 달려갔는데... 그 많은 작품들 모두가 똑같은 수준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만큼,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도 따로 있다. 애크로이드 살인이나 쥐덫이나 ABC 살인 같은 것이 그렇다.그중에서도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었던 것이 바로 이 소설. 당시 제목은 '화요클럽의 살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열두명의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앉아, 아니 열세명이던가? 음... '''-.-;;; 아무튼... 서로의 사건을 털어놓는다.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는 가운데 역시 돋보이는 미스마플. 온화하지만 온동네 소문은 모두 듣고 있는 시골할머니가 모든 사건을 척척 풀어내는 것. 심지어 일어나지 않은 사건까지도.이 책은 다른 장편들처럼 호흡이 길지 않아서 좋다. 한 사람이 하나씩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만큼 단편으로 나누어져 있으니 한편 읽고 잠시 쉬었다 읽어도 추리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탐정으로서는 좀 쉬엄쉬엄 접근할 만한 사건집이라고나 할까..^^;;크리스티 작품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이 책이라면 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