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그릇 18
우에하라 키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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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의 인생을 놓고 따질 때, 특히 여자의 인생에서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결혼과 출산이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젊은 남녀만 보면 결혼시키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랄까? 그것이 성공하면 그 다음은 당연히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말할 수 없는 것이 출산이지만, 이 책을 보고 있으면 그것처럼 코믹하면서 감동적인 것이 없는 것 같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가정파탄을 겪고 새삶을 시작하고, 불륜의 결과인 아이를 갖고, 아무런 공포도 고통도 없이 아이를 낳고, 갈등도 없이 살아가는 세상.

너무나도 기형적인 이 세상이 가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겉보기엔 말짱해 보이는 우리의 세계가 많이 비틀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론 도저히 용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일, 즉, 남편이 바람 피워 만든 아이를 직접 받아내고, 또 그 남편을 용서하고, 재결합하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부모없는 아이를 입양하고 사랑하고. 너무나 억지스럽지만 정말 이 만화처럼만 모든 것이 단순하다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할까?

어쨌든 작가의 억지가 유쾌함을 던져주면서, 때론 코끝을 찡하게 만들면서, 그렇게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일 것이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생명의 소중함!! 너무나 단편적이고 억지스런 흐름이 마이너스를 먹지 않았다면, 별 다섯개를 다 줬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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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1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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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가득 꽂아놓고 심심할 때면 한번씩 읽어보는 책이 백귀야행이다. (세상~비밀도 함께^^) 몇번을 읽어도 재미있고 질리지 않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주인공 리쓰는 '보이고 들리는 사람', 즉 이형인 것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이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고, 그 존재 가능성 자체를 무시해버리는 이형. 쉽게 말하면 귀신이요 요괴다. 게다가 좀 무섭기까지 하고, 실제로 리쓰는 그들을 무서워한다.

하지만 리쓰는 그들에게 간섭하지 않으려 하고 못본척 피하며 세상에 해를 주는 사악한 존재가 아닌 한 존재를 묵인한다. 이것은 리쓰가 '보이고 들리는 사람'인 탓에 이 세상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신이 지나는 길에 인간이 호텔을 세워 재앙을 부르고, 산신의 몸체인 돌을 훔쳐내 목숨을 잃는 등 일련의 사건은 인간이 이형의 존재를 부정한 데서 온 것이다. 그 사건들을 해결하는 것은 이형의 존재를 알고 있는 리쓰.

그러니 백귀야행은 단순한 호러물이나 귀신 얘기와는 격이 다른 것이다. 보통 호러나 귀신물에는 '퇴마'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제법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 요괴와의 공존이다. 백귀야행도 공존의 성격이 짙다.'세상은 인간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존재가 있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다른 존재에 대해서도 배려를 해야 한다.' 마치 이러한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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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 1
하츠 아키코 지음, 서미경 옮김 / 시공사(만화)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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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좋아하는 인형이나 장난감에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그것을 친구 삼아 말을 걸고 함께 웃기도 하며 놀이를 한다. 아마도 풍부한 상상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른이 되면 그런 추억은 까마득한 기억 저편으로 멀어져 가게 마련이다.

이 책,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을 읽다 보면 어린 시절의 그런 추억 한토막을 떠올리게 된다. 사물에도 생명이 있다고 믿었던 때, 가장 좋아하던 인형이 낡고 낡아서 버리게 되었을 때, 마치 살아 있는 강아지를 버리는 것 같아서 마음 아팠던 기억 말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꿈꾸는 상상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할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렌'을 보면서 다시 한번 그 시절의 꿈을 떠올려본다. 상상의 힘으로 뭐든 될 수 있었던 그 때를...

어쩌면 정말 세상에는 우리가 보지 못할뿐 많은 신비한 것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좀 으스스하기도 하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책이 말을 걸어오거나 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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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달인 67
카리야 테츠 글, 하나사키 아키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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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많은 일본 요리 만화가 소개되어 있다. 자세한 레시피를 소개하는 요리책 같은 것에서부터, 요리를 양념으로 넣은 인간드라마까지 주제도 소재도 놀랄 만큼 다양하다.
맛의 달인은 요리책처럼 요리를 자세히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요리법 같은 것은 대충 언급하는 정도이다. 그 대신 메시지를 담은 쪽에 속한다. 요리를 매개로 여러 가지 사건을 헤쳐나가면서 언뜻언뜻 작가의 가치관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요리만화답게 일본 음식은 물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들이 소재로 등장한다. 모든 에피소드를 음식과 연관짓자니 때론 너무 억지스런 면도 없지 않다. 그리고 너무나도 일본적인 '일본 것이 세계 제일'이라는 사상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럼에도 이 만화를 그냥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그 우월주의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세뇌'시킨다고나 할까? 물론 이것이 너무 비약적인 생각일 수도 있고, 또 전부는 아니다. 일본의 아시아침략이나 한국에서 저지른 만행을 단편적이나마 언급하고 있는 요리 만화가 여러 가지 있고, 맛의 달인도 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두 가지가 있다. '정말 못말리는군, 우리 음식엔 더 훌륭한 것들이 많은데.'하는 것과 '창피하군, 왜 우린 이런 만화가 없는 거지'라는 것이다.

67권 진정한 국제화만 보아도 작가는 넓은 식견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또 다시 일본문화의 우수성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문화 현실은 분명 우리와 다르지 않고, 그 반성도 정당하기에 더욱더 부끄러울 뿐이었다. 그럼 도대체 왜 우리 만화에는 이런 형식의 만화가 없는 걸까? 하루빨리 재미있고 감동적인 국산 요리만화를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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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이치 풍경 4
야나하라 노조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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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꿈꾸었던 21세기는 로봇이 일상화되고 인간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삭막한 시대였던 것 같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점점 인간다운 온정이 사라져가면서 조금씩은 삭막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마루이치 풍경은 이런 현실에 쐐기를 박고 있다. '어느 시대를 살건 간에 인간 사회는 인간이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가정용 도우미 로봇 마루이치를 대신할 새로운 로봇이 만들어지고 두 로봇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새로운 로봇은 가르치지 않아도 요리를 척척 해내는 등 뛰어난 점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역시 마루이치 승!! 일일이 가르쳐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만큼 인간의 온정까지 함께 배우는 마루이치는 이미 단순한 로봇이 아닌 것이다. 아무리 뒤섞여 있어도 자신의 마루이치를 찾아내는 주인에게서 작가가 보여주려 했던, 아직은 남아있는 인간다움의 희망을 보게 된다. 추운 겨울 손을 따스하게 해주는 손난로 같다고나 할까? 마음이 추울 때 읽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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