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노래 - 이마 이치코 걸작 단편집 4
이마 이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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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도깨비는 장난을 좋아하지만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일본의 도깨비는 사람을 잡아먹는 공포의 대상으로 알려져 있고, 그것이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끼쳐 어느샌가 도깨비가 끔찍한 괴물이 되어버린 듯하다.
각설하고...

도깨비는 어디에서 생겼을까? 신이나 귀신의 존재가 그렇듯, 인간의 기원의식과 알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한 두려움이 그 근저에 깔려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중국 전설에 등장하는 물의 신 하백에게 기우제를 지내러 간다는 이야기를 줄기로 한 '해변의 노래'. 이 작품에는 신에 대한 경외감과, 이질적 존재에 대한 두려움 등이 표현되어 있다. 소망을 기원하는 대상이면서도 잡아먹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는 존재 하백과, 공존이 있는가 하면 약육강식의 법칙을 보여주는 두려움의 대상 도깨비. 그리고 언제 적으로 변해 공격해올지 알 수 없는 인간까지. 때에 따라 모든 것이 흉물스럽고 이질적인 존재, '도깨비'로 함축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두려움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비롯되었다. 인간 스스로 갖고 있는 나약함과 이기심, 인간 이외의 것은 모두 괴물로 치부해버리는 습성... 이런 것들이 모여 도깨비를 만들고, 다시 그 도깨비에게 휘둘려버리는 것이다. 결국, 도깨비는 인간의 마음에 살고 있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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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탐정 김전일 39 - 완결
사토 후미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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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전일 소년 사건부에는 천재만 나온다.
첫째, 어리버리하지만 추리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천재탐정 김전일.
둘째, 잘난 척 엄청 하지만, 그래도 똑똑하고 잘 새긴 외모라 봐주는, 아니 봐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아케치 경부.
그리고...거의 완전범죄에 가까운 트릭을 펼쳐놓는 범인들이다.

처음 김전일, 아니 긴다이치를 알게 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외전, 특별편, 소설판 등을 모두 섭렵하게 되었고, 종국엔 드라마까지 보게 되었다.
본래 추리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지라, 게다가 만화라면 밤을 새고서라도 읽을 만큼 좋아하는지라,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김전일은 내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때론 사건의 허구성이 너무 심해 짧은 머리로는 도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ㅠ.ㅠ) , 그래도 긴다이치의 해설을 듣다 보면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점이라면, 모든 경우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모든 경우에 항상 탐정이 그 현장에 있다는 것, 또한 밀실살인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경우나 그에 상응하는 사건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추리물다운 매력이 있는 것 아닐까 한다.

또 하나의 단점을 들자면 (모든 추리만화에 해당하는 얘기지만) 만화의 특성상 장면을 건너뛰고 보여주기 때문에 소설을 읽을 때처럼 세밀한 묘사가 불가능하고, 중요한 장면을 캐치해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하나의 사건에 대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들이대는 것,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만화가 막을 내렸을 때 또 하나의 즐거움이 사라지는구나 싶어 참으로 아쉬웠지만, '큐'를 다시 만나게 됐으니 그 정도는 눈감아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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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마플 13 수수께끼 동서 미스터리 북스 2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용숙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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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서점에 갔다가 한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새까만 책표지들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자유문고 시리즈로 나오던 추리소설들. 그 까만 책이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들이었다. 한 권 사서 읽고부터는 돈이 생길 때마다 서점으로 달려갔다. 당시 책값이 천백원이던가, 천사백원이던가? 학교 매점에서 고로케가 50원 백원 하던 시절이니 중학생에게는 좀 부담스런 금액이었다. 조금씩 용돈을 모아두었다가 부리나케 서점으로 달려갔는데...

그 많은 작품들 모두가 똑같은 수준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만큼,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도 따로 있다. 애크로이드 살인이나 쥐덫이나 ABC 살인 같은 것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었던 것이 바로 이 소설. 당시 제목은 '화요클럽의 살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열두명의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앉아, 아니 열세명이던가? 음... '''-.-;;; 아무튼... 서로의 사건을 털어놓는다.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는 가운데 역시 돋보이는 미스마플. 온화하지만 온동네 소문은 모두 듣고 있는 시골할머니가 모든 사건을 척척 풀어내는 것. 심지어 일어나지 않은 사건까지도.

이 책은 다른 장편들처럼 호흡이 길지 않아서 좋다. 한 사람이 하나씩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만큼 단편으로 나누어져 있으니 한편 읽고 잠시 쉬었다 읽어도 추리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탐정으로서는 좀 쉬엄쉬엄 접근할 만한 사건집이라고나 할까..^^;;

크리스티 작품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이 책이라면 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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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의 버디 1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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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비행기를 만든 건 하늘을 나는 새를 동경해서이다.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다는 바람...그 원초적인 소망이 이 작품에 깔려있는 것 같다.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사춘기 아이 같은 모습의 도키오가, 어떻게 어머니의 추억이 가득한 마천루를 떠나게 되는지 그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 이 작품.물론 그는 무슨 일이든 척척 해결해내는 만능 해결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 아이 같다는 말이 미심쩍게 들리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의도야 어쨌든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영화 '버디'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침대 머릿기둥(달리 표현이...-.-) 쪼그리고 앉아 새처럼 날고 싶어했던 주인공의 모습과 마천루에 웅거하며 하늘을 바라보는 도키오의 모습이 어딘가 닮았다고 느꼈다.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우글거리는 땅에 날개가 묶여버린 새 같다고나 할까?

솔직히 그가 마천루를 떠날 때는 너무나 아쉬웠지만, 그의 마음이 자유로워졌다는 데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조금 아쉬운 것은...너무 일찍 막을 내렸다는 것. ㅠ.ㅠ 좀 더 장수하며 즐거움을 주기 바랐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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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코토 진료소 9
야마다 다카토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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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직업은 우리 사회에서 '사'자로 통한다. 그것은 곧 지위와 재산을 의미하는 것. 그리하여 점점 환자의 신뢰를 잃고, 존경을 잃고...뉴스 사회면의 사건 사고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하지만 한 가지 퇴색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생명을 다룬다는 숭고함. 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도 거기에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기계 수리공과 다를 게 무에 있겠는가.

살펴보면 의학을 주제로 한 만화가 상당수 나와 있다. 유명한 닥터K나 블랙잭 같은 것은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제목은 알고 있으리라. 그 가운데 닥터코토 진료소는 독자적인 매력을 풍기며 한 자리를 당당히 굳히고 있다. 의료 만화에서 곧잘 등장하는 '천재 의사' 라는 설정이 여기서도 빠지지 않고 있지만, 경박하지 않고, 코믹하지 않으며, 잔잔하고 무게감 있게 의미를 던지고 있다.

사람의 생명을 가장 우선에 두는 의사. 돈도 필요 없고 명예도 한낱 백일몽일 뿐, 진정한 의사의 길을 걷고자 하는 코토의 진지함에 그저 마음으로 공감하게 된다. 어리버리한 그의 모습이 때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인간'이기에, 의사이기에 앞서 그 자신도 한 사람의 '인간'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일 것이다.

드라마로 제작되어 또 다른 코토를 보여주기도 한 이 작품은 단지 의료 만화로서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 진솔한 모습으로 상대를 감복시키며 인간드라마의 면모를 보여준다. 지면에선 느낄 수 없었던 망망대해,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 바다처럼 깊고 깊은, 맑고 맑은 코토의 심성은, 아마도 그만큼 순수한 섬에서였기에 더 잘 드러났으리라. 번역도 상당히 잘된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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