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쎈연필 > 눈으로만 서로를 알고 있는…

눈으로만 서로를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관계보다 더 미묘하고 더 까다로운 것은 없다. 날마다, 아니 매시간마다 서로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쳐다보기도 하지만 인습이나 자신의 기우 때문에 인사나 말을 건네지 않고 짐짓 냉담한 낯설음을 가장한 채 뻣뻣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 사이엔 불안감과 극도로 자극된 호기심이 있다. 그들 사이엔 인식과 교환에 대한 욕구가 불만족스럽고 부자연스럽게 억압되어 생겨나는 히스테리, 즉 일종의 긴장된 존중의 감정이 있다. 왜 그런가 하면 인간은 다른 인간을 평가할 수 없을 때에만 그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까닭이며, 동경이란 것은 불충분한 인식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ㅡ 토마스 만, <베니스에서의 죽음>(박동자 번역, 민음사, 489-490쪽)에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arla 2003-11-24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스 만... 대학에서인가 기억이 아득한데 숙제로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읽었다. 이 구절을 보니 다시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