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24일
조성기 지음 / 한길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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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24일



이 책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를 총으로 사살한 김재규에 대하여 쓴 팩션(faction)이다.
팩션은 알다시피 팩트와 픽선의 합성어로, 실화에 근거하여 저자가 쓴 허구적이야기다. 책의 서술시점은 김재규 입장이다.

책의 제목인 1980년 5월 24일은 김재규가 형장에서 교수형을 당하고 죽음을 당한 날이다.
아직까지도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인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이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관점도 그 중한 가지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새롭게 알게된 내용이나 가설은 드물지만, 저자는 2023년에 이런 소설을 저술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 40여년전 국민의 자유와 권리, 민생을 함부로 알던 독재자가 어떻게 측근에 의해 세상을 마감했는지를 상기시키려는 것 아닐까.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가 부하들과 함께 현직 대통령을 암살한 그 날의 사건은 이미 수 차례 책으로도 영화로도 나와있다.
그러면, 이 책은 얼마나 다른 정보 또는 관점을 제시하는가라고 묻는 다면, 조금 밋밋한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나무위키 등) 기존지식을 통해 많이 알고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이 책에서는 박정희가 유신통치를 하며 저질렀던 만행들도 드러난다. 젊은 가수, 여대생들을 자신의 개인 만찬에 강제로 끌고와서 참여시킨 것이 그것이다. 봉건사회에서 왕들이나 할 일을 버젓이 자행했다. 10.26. 당시에는 ‘그때 그사람’ 심수봉이 불려와 있었음은 다 알고 있다.

김재규는 자기는 죽더라도, 국민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원하길 바란다고 책에서 말한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누리기 원했던 자유민주주의는 전두환을 필두로 등장하는 신군부 세력에 의해 많이 지연되는데, 김재규가 그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도 드러난다. 1인칭 시점이기에 상대적으로 김재규에 좀 더 우호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작가는 김재규라는 개인이 박정희를 죽인 것이 아니라, 독재자로서 여과없이 치닫는 광기와 실정을 함에 따라 박정희는 시대에 의해 어떻게든 죽음을 맞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후기에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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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속의 영원.
책, 도서관, 고전의 역사와 이를 둘러싼 이야기.
급하게 사서 읽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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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어머니와 11월 1일에 결혼을 하셨다.

신기하게도 아버지 직장 동료중에 같은 날 결혼한 커플이 4팀이었다고 한다. 

그 날이 아마도 길일이었나 보다.

서로를 잘 몰랐던 그들은 해마다 그 날을 기념해서 40년 넘게 만났고, 

같이 여행도 다니고 서로의 안부를 챙기는 끈끈한 사이가 되었다. 

입사동기도 애틋하지만, 같은 날에 결혼을 한 결혼동기들도 애틋하지 않을까. 

매년 결혼기념일에 그들은 서로 한 해를 잘 버텨왔음을 확인하고 격려했을 터이다.

다만, 3년전부터 아버지는 그 모임에 가시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 시점부터 어머니가 몸이 나빠지셔서 요양병원에 들어가셨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를 부추겨서 그래도 같이 다니시라고 말씀 드렸다. 

아니면 아버지들끼리의 모임을 별도로 갖으시라고.

나이가 연로한 상황에서, 살뜰한 인간관계는 얼마나 중요한가. 

노후에 체력은 기본이고, 관계성을 형성하면서 갖는 정신적인 충족감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은 나도 같은 날 결혼한 커플이 회사내에 한 커플 있다.

신기하다. 

그 커플과 우리 커플은 며칠 전에 20주년을 맞았다. 

몇 년 전 부터 나도 이 소중한 기념일날 그 후배와 같이 식사나 차를 같이 해왔다.

올해는 20주년을 맞아 서로 어떤 선물을 해야될지 상의 했다.

상당히 간소하게 지내려했던 그 후배에게 그래도 성의를 어느 정도 표시하라고 주제넘게 권했다.

그 후배는 자신의 생각을 바꿔서, 좀 더 성심껏 이벤트를 준비하고 손편지도 썼다고 한다.

서로가 건강을 유지하고, 관계성을 형성하며 

계산적이지만 어느 정도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먼 훗날 부모님들 처럼 30주년, 40주년을 돌파할 때에도 편하게 만남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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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은 넷플릭스에 있으며, 요청시 삭제합니다. 




2023년에 오랫만에 속편이 등장한 영화<<아바타>> 의 1편이 나온 해는 2010년이다. 당시에는 웹하드 같은 곳에서 디빅스 파일을 받아서 먼저 보는 경우도 많았다. 디빅스는 DVD파일을 영상과 음성을 손실하는 방식으로 압축해서 컴퓨터 파일로 볼 수 있게 하는 포맷이다.  그 다음 해였나. 같이 일하던 직장의 선배가 ‘아바타’ 1편을 디빅스로 다운 받아서 컴퓨터 모니터로 보았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고 했다. 나는 그 선배에게 모니터가 몇 인치였냐고 물었다. 15인치라고 했다. 그 때 너무 어이가 없어 하며, 극장에서 아이맥스 급 상영용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면서 특히 스펙타클한 화면을 강조하는 영화인데 15인치로 어떤 감흥이 있겠냐 하고 반문했던 기억이 난다.

시절을 다시 현재로 돌려와 보면, 요즘은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모두들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고  있다.  영상을 보는 쪽은 유튜브, OTT, 인스타 등 다양하다. 15인치를 무시했는데 이제는 6인치나 7인치로 영화를 보고 있다. 물론 영상 컨텐츠의 범람인 상태에서 언제 제대로 큰 화면에서 집중하면서 따로 볼 시간은 부족하다. 그리고, 자기표현의 시대이기 때문에 감상한 것에 대해서는 어디다 소감을 남긴다. ‘구리다.’라고. 작은 화면으로 본 영화는 다가오는 감동은 더 작아지지 않을까?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이어폰으로 전달되는 스토리와 대사는 놓치기 쉽지 않을까?

그래서, 다양한 영상 콘텐츠 중에서 영화를 타겟으로 타든 작품들은 최소한 휴대폰 이상의 화면으로 보아야 제대로 보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개인 유튜브, 인스타 릴스,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은 작은 화면으로 보아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에 대해서 만큼은 웬지 그게 최선입니까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와 감독이 의도한 것이 과연 얼마나 그걸 보는 사람에게 전달 될 수 있을까. 웬만한 작품은 일생에 한 번 보고 마는데, 과연 그렇게 작은 화면으로 본다면 어떤 감동이 남을 수 있을까? 나중에 직장의 선배처럼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15인치 디빅스로 보고는  참 별로 그저그런 영화였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최근, 넷플릭스에 <<길복순>>이 스트리밍 되고 있다. 3/31일 기준으로 배급이 되기 시작했다. 전도연, 설경구, 구교환 등 명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였기에 오매불망 기다림 끝에 보기 시작했다. 한국의 날짜 기준이 아니라서인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스트리밍이 되었다. 그래서, 퇴근길에 나도 너무 자연스럽게 핸드폰 스트리밍으로 감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10분 정도 보다가 퍼뜩 생각했다. 이건 아니다. 그렇게 고대했던 작품을 6인치 화면으로 본다는 건…양에 차지도 않고, 제대로된 감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최선이 아니었다. 그래서, 욕망을 거스르고 화면을 껐다. 그리고, 대중교통으로 집에 오는 시간을 견뎌내고 집에서 보았다.  컴퓨터 15인치 화면으로 2시간 넘는 영화를 완주했다. 기껏해야 10인치 넘는 걸로 보았을 뿐이지만, 밀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집고 겨우 보는 상황에 비해서는 영화를 좀 더 잘 이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최선은 아니었지만, 차선은 택할 수 있었다. <<길복순>>감상에 예우를 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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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맨 2023-04-0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대놓고 (국내) 네이버에서 평점 테러하는 분위기네...
할 일 없는 놈들
 

시인은 인간의 본성을 우리의 근원인 바다에 비유하지
-매리 올리버


바다는 미쳐 날뛸 수도 있고, 잔잔할 수도 있지,
숨 쉬는 비단처럼 누워 있을 수도 있고
해안에 재앙을 가져다줄 수도 있지,
선물을 줄 수도,
아무것도 주지 않을 수도 있지, 차오르고, 빠지고,
맹렬히 솟구치는 분수처럼 거품을 물 수도 있고,
한결같이 달콤하게 속삭일 수도 있지. 나도 그렇 듯이,

그리고 분명, 당신 그리고 당신도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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