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라는 작가를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거나 한 적은 없고, 그의 에세이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약간 부끄럽습니다.
그는 일찌감치 고등학생 때 와타나베 가즈오가 쓴 <프랑스 르네상스의 단장>이라는 책을 읽고 쓰는 세계로 갈 길을 정했습니다. 읽고 쓰는 삶을 계속하던 중 결혼 후, 스물 여덟살에 태어난 큰 아이가 두뇌 기형이라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습니다. 자식과 소통하지 못하고, 자식이 겪는 괴로움을 평생 같이 해야할 부모로서 작가는 인생 최대의 슬픔을 마주합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그는 책에 의지해서 삶을 지탱해나갑니다. 읽고 또 읽습니다.
그가 지닌 책의 네트워크가 이 책을 통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가 읽었던 작가와 고전들이 여기에 등장합니다. 그의 생애가 바로 독자와 작가로서 접했던 작가와 책들과 같습니다. 에드가앨런포, TS엘리어트, 윌리엄 블레이크, 허클베리핀의 모험, 단테의 신곡, 에드워드사이드의 저서와 생각 등. 그가 접해왔던 질과양의 책들이 그의 생애를 구축하고 있구나하고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그의 장남 히카리에게 닥친 장애가 그를 내면 깊숙한 마음에 슬픈 영향을 미치고, 그의 문학에 원치 않았지만 지대한 영감을 지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두 개의 강연과 그의 지인인 에드워드 사이드가 쓴 마지막 작품, 마지막 철학 같은데 대한 동조를 표하는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독서법이란 크게 두 가지가 소개되는데, 하나의 고전을 장기간에 걸쳐 번역서와 원서를 번갈아가면서 읽으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표시를 해가면서 완전한 이해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독서법(전신운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3년 정도를 하나의 작가나 작품만을 읽으며 그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것입니다. 양자의 경우 분명한 공통점이 있는데, 다독 보다는 재독(re-reading)을 추천하고, 깊이있게 읽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한 단테의 책과 주해서를 죽기전에 읽어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먼저 읽고 싶습니다.
[책에 등장한 인상깊은 작가와 도서]
- <<허클베리핀의 모험>>
- 애드가앨런포의 시집
- TS엘리어트의 <<오든시집>>
- <<프랑스 르네상스의 단장>>(와타나베 가즈오)
- <<한 밤중 톰의 정원에서>>
- 에드워드 사이드의 책들, 특히 후기 스타일
- 시몬 베유
- <<동물들>>
-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와 그림
- <<신곡>> 단테, 찰스 싱글턴 주해(책값이 어마어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