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어머니와 11월 1일에 결혼을 하셨다.

신기하게도 아버지 직장 동료중에 같은 날 결혼한 커플이 4팀이었다고 한다. 

그 날이 아마도 길일이었나 보다.

서로를 잘 몰랐던 그들은 해마다 그 날을 기념해서 40년 넘게 만났고, 

같이 여행도 다니고 서로의 안부를 챙기는 끈끈한 사이가 되었다. 

입사동기도 애틋하지만, 같은 날에 결혼을 한 결혼동기들도 애틋하지 않을까. 

매년 결혼기념일에 그들은 서로 한 해를 잘 버텨왔음을 확인하고 격려했을 터이다.

다만, 3년전부터 아버지는 그 모임에 가시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 시점부터 어머니가 몸이 나빠지셔서 요양병원에 들어가셨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를 부추겨서 그래도 같이 다니시라고 말씀 드렸다. 

아니면 아버지들끼리의 모임을 별도로 갖으시라고.

나이가 연로한 상황에서, 살뜰한 인간관계는 얼마나 중요한가. 

노후에 체력은 기본이고, 관계성을 형성하면서 갖는 정신적인 충족감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은 나도 같은 날 결혼한 커플이 회사내에 한 커플 있다.

신기하다. 

그 커플과 우리 커플은 며칠 전에 20주년을 맞았다. 

몇 년 전 부터 나도 이 소중한 기념일날 그 후배와 같이 식사나 차를 같이 해왔다.

올해는 20주년을 맞아 서로 어떤 선물을 해야될지 상의 했다.

상당히 간소하게 지내려했던 그 후배에게 그래도 성의를 어느 정도 표시하라고 주제넘게 권했다.

그 후배는 자신의 생각을 바꿔서, 좀 더 성심껏 이벤트를 준비하고 손편지도 썼다고 한다.

서로가 건강을 유지하고, 관계성을 형성하며 

계산적이지만 어느 정도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먼 훗날 부모님들 처럼 30주년, 40주년을 돌파할 때에도 편하게 만남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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