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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한조각 커다란 동그라미를 만나
쉘 실버스타인 / 청목(청목사) / 199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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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해를 맞아 집안 곳곳을 정리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옷이며, 물건들이며, 책이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들을 모아 정리했다. 그러다보니 오랫동안 구석에 숨어 있던 책들도 많고, 박스 안에 들어가 있는 책들도 참 많았다. 아이들이 어려서도 잘 안 보이는 곳에 책들을 놔두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책을 일부러 찢거나 하지는 않으니 책을 내놔야지 싶었다. 그러다보니 한동안 못 봤던 책들을 하나 둘 만날 수 있었다.

 

이 책 역시 책장 깊숙이 숨어있던 책이었다. 근데 너무 오랜만에 봐서인지 책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참 기분 좋게 읽었던 기억은 강하게 남아있어서 정리하다 말고 책장을 넘기었다. 역시나 이 책은 쉽게 읽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애써 설명하거나 설득하려 하지도 않았고, 화려하고 현란한 문장으로 현혹하지도 않았다.

 

그저 어느 한 조각의 기다림과 만남을 들려주었고, 만남 속에서 지나가듯 한 마디 툭 듣게 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한 마디 덕분에 조각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원하던 동그라미가 되어 함께 굴러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신의 짝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각의 기다림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누구든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짝을 기다린다는 생각에 말이다. 쉽게 자신의 짝을 찾지 못하는 조각의 짧고 어려운 만남 역시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각이 자신과 꼭 맞는 조각을 찾았을 때 나도 기뻤고, 점점 커져가는 조각 때문에 그 조각과 헤어졌을 때는 나도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 역시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커다란 동그라미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하고 함께 갈 수는 없어도 너 혼자서 굴러갈 수는 있을 거야.”

커다란 동그라미가 대답해 주었네.

“나 혼자 말이야? 나처럼 이렇게 떨어져 나간 조각은 혼자 굴러갈 수 없는 걸.”

“혼자 굴러가려고 생각이나 해봤니?”

커다란 동그라미가 야단치듯 물었네.

“끝이 뾰족한데 굴러갈 수 있을까.”

조각이 되묻자

“구르려고 애쓰다 보면 뾰족한 건 닳아서 모양이 변할 거야. 하여튼 난 가야하니까 나중에 만나자.”

그리고는 커다란 동그라미는 데굴데굴 굴러가 버렸네.

- <떨어진 한 조각 커다란 동그라미를 만나> p65 중에서 -

 

커다란 동그라미가 들려준 그 한 마디는 참 강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했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이 몰려왔다. 나는 어떤가 싶었다. 나 역시 혼자 굴러가려고 생각이나 해봤다 싶었다. 왜 나에게 부족한 것을 찾아 채워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까. 왜 나의 부족한 점을 모두 다 채워야만 내가 구를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싶었다. 내가 내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것에만 급급하다면 난 평생 구를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부족한 점은 채웠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또 커질 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나는 지금의 나로서는 구를 수 없다고 단정지어버렸던 것 같다. 아무것도 해보지도 않은 채 혼자서는 구를 수 없다고 말이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나는 다짐해본다. 나도 잠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굴러서 더 이상 조각이 아닌 동그라미가 되어보겠다고.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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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 나를 움직인 한마디 세 번째 이야기
곽경택.김용택.성석제 외 지음 / 샘터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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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수하고 힘들어 할 때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라고 말이다. 가슴 따뜻해지는 위로 한 마디와 포근한 느낌의 귀여운 그림을 보며 난 나도 모르게 부드러운 미소를 짓게 되었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을 본 것이 오랜만이라 더 반가웠다. 그런데 보통은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그림 작가가 나와 있지 않아 한참을 뒤적거린 뒤에야 난 그림 작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림 작가는 김성신 작가였다. 이름을 보자 생각이 나는 작가의 그림들. 난 책 속의 그림들을 먼저 본 뒤에야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림 못지않게 포근함이 단긴 이야기들을 보며 난 어느새 나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괜찮아. 그래 괜찮아.’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것이 여러 이들로부터 위로의 말을 듣는 것 같았기 때문인 듯하다. 꼭 ‘너무 힘들다’는 내 한 마디에 많은 이들이 나에게 우르르 와서 나를 둘러싸고는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그러니 힘내’라고 말하는 듯했다. 한 사람마다 들려주는 두 장 남짓한 이야기들은 짧았지만 간결했고, 진솔했기에 마음에 더 와 닿았다. 꼭 각자 커피 한 잔씩을 앞에 놓고 모여 앉아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쇼생크 탈출> 포스터에 쓰여 있던 말을 떠올린다.

‘두려움은 당신을 가두고, 희망은 당신을 자유롭게 하리라.’

(Fear can hold you prisoner, hope can be set you free)

-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p33 중에서 -

그 후 나는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한층 성숙해진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시선으로 상황이나 사물을 보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아들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어린 시절 만화경으로 들여다보던 유쾌한 세계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든다.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물론 아도 알고 있다. 딸기가 들어간 모든 음식은 최고라며 감탄하고, 주인공보다는 악당이 멋있다며 해맑은 표정으로 떼를 쓰는 어린 아들의 순진무구함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한없는 신뢰와 사랑을 담아 엄마, 아빠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빛이 언젠가는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도.

-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p71 중에서 -

“나를 재는 잣대는 나 자신일 뿐입니다. 나를 믿으면 그런 것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인생이 진짜 인생이라고들 한다. 그 말에 기대어 살지만 나는 자주 흔들린다. 나보다 잘난 사람이 왜 그리 많은지, 내 걸음은 왜 이다지도 느리고 소용없게 느껴지는지. 그때마다 모렐 씨가 했던 말이 나를 깨운다.

‘당신의 잣대는 바로 당신!’

-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p89 중에서 -

소설사는 지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겸손해야 한다. 매 순간 자신의 결핍을 인정하고 어떤 경우에든 완성을 시인해서는 안 된다. 작품으로건 인간으로건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완성을 시인하는 바로 그 순간, 영원한 미완의 세계로 자신도 모르게 추락하기 때문이다. 우주 삼라만상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어떻게 ‘나’를 특별한 존재로 내세우고 자랑삼을 수 있단 말인가.

-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p108 중에서 -

“이걸 어째 너.....” 말을 잇지 못하시다가 후~ 한숨을 내쉬고는 “꼬리치마 싫증 났는데 통치마 만들어 입어야겠다.” 하셨다. 말씀은 가벼웠지만 눈가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어머니는 잘잘못의 경계는 일러 주셨지만, 철부지 딸이 저지른 행위 너머에 있는 창의성을 죽이지 않기 위해 가볍게 넘겨주셨다.

이런 어머니를 통해 분수는 자기 한계를 뜻하며 많은 삶의 경험을 통해 지혜가 생긴다는 것을 느꼈다. 주어진 여건을 인정하고 자신의 능력을 직시할 수 있는 겸손함이 분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p172 중에서 -

‘잔잔한 파도는 노련한 사공을 만들지 못한다’는 말처럼 나도 거친 파도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 것 같다. 그래서 젊은이들을 만날 때마다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성공은 인생의 지평을 넓혀 주지만, 실패와 역경은 인생의 깊이를 더해 준다.”

-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p194 중에서 -

“나보다 어린 애송이 조감독이 나를 무시합니다. 나는 하루하루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대놓고 세트에서 나를 무시하니 일에 지장이 많습니다. 미술부 수장인 당신이 나서서 이 일을 해결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조용히 응시하며 한마디만 하였다.

“Respect is earned, not give (존경은 노력하여 얻는 것이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p213 중에서 -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니,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해주어야 했고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해주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엄마가 되기보다는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때론 도망치고도 싶었다. 난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엄마의 자리는 나의 자리가 아닌 것만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아이들을 커가고 있었고, 아이들은 엄마인 나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는 엄마라는 자리에 갇혀있다고 여겼다. 그것이 나 자신을 스스로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 역시 알고 있었다.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변해야 하는 것은 내 마음임을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이들을 곁에 두고 싶어도 곁에 둘 수 없다는 것을. 완벽한 엄마가 아니어도, 조금은 서툰 엄마여도 괜찮다고 말이다. 그저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을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엄마라는 것을. 누구도 미리 경험할 수 없는 엄마이기에 엄마는 서툴 수밖에 없으니까. 이 책을 읽으며 난 위로받았고, 나 자신을 사랑해주게 되었다. 때때로 너무 힘들지만 이 힘겨움이 내 인생의 깊이를 더해 주고 있음을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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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생각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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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사랑에 대해 알게 될 줄 알았다. 항상 사랑을 찾고, 사랑을 원하면도 정작 사랑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사랑에 대한 답을 주기 보다는 제목 그대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대체 사랑이 뭔지 더 모르게 만들어버렸다. 가까이 다가서려하면 오히려 점점 더 멀어지는 사랑처럼. 그렇게 사랑에 대해 알려하자 사랑은 나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버렸다.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을 때는 나는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그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것에 대해 설명을 하려하면 나는 더 이상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 <사랑을 생각하다> 중에서 -

사랑을 생각하다보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남편에 대한 사랑, 아이에 대한 사랑, 부모님에 대한 사랑,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사랑까지도.. 이 모든 게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지만, 그 사랑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각기 달랐다. 그리고 때때로 그 사랑은 온전한 사랑의 형태가 아닌 사랑과 짝을 이루지만 정반대인 미움의 형태로 바뀌기도 했다. 그렇다면 미움도 사랑인 것일까.

 

그렇다면 굳이 내 사랑을 상대방뿐 아니라 나 자신까지도 힘들게 하는 미움으로 내 사랑을 표출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졌다. 사랑은 사랑 본연의 모습인 사랑으로 표출하는 것이 서로를 더 행복하게 하지 않을까 싶어졌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고 차분해졌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사랑을 온전한 사랑으로 하고 있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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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청춘 - 행동하는 청춘 15인이 전하는 나와 세상을 바꾸는 긍정 에너지
박수진 지음 / 글담출판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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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인 ‘액션!청춘’은 영화 촬영장에서 들을법한 말인‘레디, 액션!’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그런지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자, 다들 준비됐나? 그럼, 이제 달려라!’라고, ‘이 책을 읽으려면 단단히 무장을 하고 읽으라’고 말이다. 난 책장을 넘기기 전 시동을 걸듯 마음의 준비를 하고, 조금은 전투적인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너무나 솔직하게 쓴 추천글을 읽으며 약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강연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15명의 강연사들의 강연 내용을 묶어서 낸 책이라는 사실과 이런 스타일의 책이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가감 없이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책의 본문 내용을 읽으면서 추천글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강연사가 강연장에서 보고 강연했을 강연사의 원고 묶음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래서 난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어딘가 있을 동영상 플레이버튼을 자꾸 찾게 될 정도였다. 책으로 읽는 것보다는 영상으로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냈기에 나 같은 사람도 강연의 내용을 글로라도 볼 수 있는 것이니까, 독자를 넓히는 의미로서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부가 설명을 덧붙일 수도 있고 말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이런 두려운 마음이 문득 들면 괜히 또 불안해져요. 그런데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아! 이것이 삶이구나. 산다는 것은 어쩌면 끝없는 불안과 두려움을 만나는 과정이구나.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을 살아가다 보면 저절로 괜찮아지는구나. 이런 게 바로 삶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사실 무엇보다 두려움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왜냐하면 일부러 무섭지 않은 척하면 정말 더 무섭거든요.

두려움이 찾아올 땐, 아! 그래. 무서워. 무서운 게 정상이야. 당연한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이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순간, 두려움이 날 압도하지는 않더라고요. 두려움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두려움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더 이상 그 감정 때문에 뭔가 새롭게 도전하는 일을 망설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 <액션청춘> p60 중에서 -

혹시, 지금 주머니에 얼마쯤 갖고 계세요?

누군가 제게 이 질문을 하면 ‘1,200만 원 정도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해요.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용 지팡이가 500만 원, 육교같이 계단이 있는 곳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휠체어가 700만 원 정도 한다고 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1,200만 원이란 기본 자본금을 갖고 시작한다는 계산이 되더라고요.

‘살면서 무엇을 가장 후회 하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25퍼센트는 했던 것을 후회하고, 70퍼센트 이상은 해보지 않았던 걸 후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60대 할아버지도 사하라 사막 마라톤의 결승점을 통과했어요. 건강한 몸, 1,200만 원이라는 기본금까지 가지고 있으니, 도전해 볼 만하죠?

- <액셩천춘> p182 중에서 -

이 책을 읽다보니 요즘 청년들이 정말 힘들게 살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나도 쉽지 않은 청년기를 보냈지만, 요즘 청년들은 심각하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청년들의 문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되고 말이다. 그러다보니 요즘 청년들에게는 젊으니까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이 줄어들게 된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이제는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젊다는 이유만으로 봐주지는 않기 때문인 듯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 주변에는 아직 많은 청년들이 젊은 패기와 뜨거운 열정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많은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주며, 아무리 힘들고 괴롭고 어려워도 주저앉지 말고 앞으로 달려 나가자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살아간다는 것은 불안과 두려움을 만나는 과정’이라는 말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그 말이 참 많은 힘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삶이다!’는 말에 나만 힘든 것이 아니고, 모두 그렇게 살아가는 구나 싶은 생각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든든해졌다. 삶이란 게 원래 다 이런 거니까 말이다. 살아있기에 불안과 두려움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이렇게 생각을 하자, 이제는 더 이상 불안과 두려움이 무섭지 않았다. 앞으로도 불안과 두려운 감정이 생기더라도 전보다 쉽게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게다가 당연하게 여겼던 나의 눈과 발이 1,200만 원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다는데, 입고 있고 손도 있는 내가 세상에서 불안해하고 두려워할 게 뭐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작물은 세상의 시간과는 거꾸로 걸어요. 인간의 눈으로는 작물이 자라는 속도를 알아챌 수가 없죠. 그만큼 느리게 천천히 조금씩 자라나죠. 비가 왔다 가면 훌쩍 커 있기도 하고, 어느샌가 귀여운 열매를 달고 있기도 하고요. 저는 농사를 지으면서 느린 호흡을 배웠어요. 빠르게 지나쳐버린 것들은 우리에게 울림을 별로 남겨 주지 않잖아요.

- <액션청춘> p197 중에서 -

청춘이라는 필름을 열심히 돌리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다보니, 그들의 열정이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나 역시 청춘이라는 시기를 보냈기에 그들의 열정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들의 열정은 잠시 식은 나의 열정까지도 불러 일으켜주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은 어느 정도 자라면 자라는 속도가 작물이 자라는 속도보다도 훨씬 더 느리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가 우리에게 열매가 맺힐지, 맺힌다면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잘 몰라서 불안하고 두려운 거라고. 하지만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든든한 기본금을 소중히 여기고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간다면 우리는 누구나 귀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말이다.

지금 제가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한 삶을 선택하지 않아서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자유롭지 않다면, 저를 자유롭게 못하게 하는 어떤 힘에 대해 싸우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 <액션청춘> p222 중에서 -

저희 노래 <꿈을 꾸네>라는 곡에 ‘늘 꾸던 꿈을 그때는 당연한 거라 여겼지 어제의 내가 했던 말은 내일 이뤄져 있다고’라는 가사가 있어요.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것’을 먼저 좇다 보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계세요?

- <액션청춘> p263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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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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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너무나 만나보고 싶었다. 오지 탐험가로 이름을 날릴 때부터 말이다. 한비야. 왠지 그냥 이름만 부르면 안 되고, 선생님이라도 붙여야 될 것만 같다. 한비야 선생님. 이 책이 내가 책을 통해 처음 만나는 한비야 선생님이었다.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 어떤 분인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역시나 정말 대단한 분이었다.

 

그리도 한비야 선생님에 대해서도 몇 가지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있었다. 월드비전은 기독교NGO단체라, 한비야 선생님도 은연중에 기독교, 개신교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이 책을 보면서 한비야 선생님은 가톨릭이라는 걸 알게 돼서 참 반가웠다. 또 한 가지는 월드비전에서 한참 활동하시다 긴급구호 요원으로 활동하신 줄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쉽지 않은 일인 긴급구호 요원으로 활동하셨을 줄이야.

 

아무튼 월드비전의 긴급구호 요원의 눈으로 보는 세계는 너무나 척박했고 위급했으며 그로 인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리고 불과 50여 년 전엔 우리나라도 이러했다는 것이 너무나 믿기지가 않았다. 50년 전이면 딱 우리 부모님이 지금의 우리 아이들 또래이셨을 때다. 이렇게 생각하면 다른 나라의 힘겨움이 더더욱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 너무나 대견하게 느껴졌다. 물론 아직 경기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국가적으로 볼 때 예전처럼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만해도 지금 내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한 번의 외식만 참아도 생기는 단돈 3만원이면, 세계 어딘 가에선 한 가정이 한 달 동안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결코 그 돈이 아깝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결혼과 함께 우리의 행복이 참 크다고 여기고 신랑과 함께 마음먹었던 것이 있다. 앞으로 결혼기념일은 거창하게 보내지 말고, 결혼기념일마다 월드비전에 아동을 후원하자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지금 월드비전을 통해 인도의 한 소녀와 인도네시아에 한 소년을 만나 후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두 아이들까지. 이렇게 매년 우리에게는 결혼기념일마다 아이들이 생겨났다. 얼마 전 5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5번째 아이를 월드비전을 통해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집에서 조촐하게 지내기로 하고 말이다. 앞으로도 우리 결혼기념일에는 집에서 케이크 하나로 보내자 마음먹으며.

 

처음 시작은 매달 단돈 3만원이었지만, 이제는 매달 9만원이고 매년 108만원이라고 생각하니 그 돈이 참 크게 느껴져서 사실 주저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주저하는 마음이 싹 사라졌다. 요즘은 좀 괜찮다하는 옷도 한 벌에 3만원이 넘고, 좀 좋다하는 화장품도 3만원이 넘는다. 그리고 친구 두 명만 만나도 흔히 먹게 되는 커피 두 잔과 조각 케이크 두 조각 정도에도 3만원이 훌쩍 넘곤 한다. 내가 한 달에 한 번씩만 이런 것들을 참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 쉽게 느껴졌다.

 

난 절대 한비야 선생님처럼 직접 현장에서 활동할 수는 없다. 한비야 선생님처럼 또는 다른 현장 활동가분들처럼 내 생활을, 내 삶을, 내 인생을 모두 다른 이들을 위해 내던질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부리는 사치를 조금 줄일 수는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난 전보다 더 많은 것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너무 예뻐서 살 빼면 입는다고 사놓고 아직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너무 싸서 미리 사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잔뜩 사놓곤 신고 나가보지 못한 구두들이, 필요할 때마다 사기 귀찮다고 장볼 때 한가득 사서 가득 채워놓은 찬장 속 음식들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졌다.

 

멋지긴 하지만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이 책의 제목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인지 말이다. 이 말은 한비야 선생님이 이 책의 독자들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야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더 많은 이들이 지도 밖으로 행군하길 바래본다.

 

그는 구호 일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기술을 습득하느냐보다 어떤 삶을 살기로 결정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거칠게 이분화한다면 이런 게 아닐까. 자기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힘있는 자에게 보태며 달콤하게 살다가 자연사 할 것인지, 그것을 힘없는 자와 나누며 세상의 불공평, 기회의 불평등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할 것인지. 혹은 평생 새장 속에 살면서 안전과 먹이를 담보로 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포기할 것인지. 새장 밖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지고 있는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며 창공으로 비상할 것인지.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p13 중에서 -

관계의 습관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일 혹은 어떤 사람과 어떻게 처음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설정되는 관계의 틀 말이다. 평소 늦잠을 자던 버릇이 새 집으로 이사한 뒤 말끔히 고쳐진 것처럼.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좋은 틀을 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디 일뿐일까.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 새로운 시간, 그 어떤 것이라도 처음 시작은 우리에게 좋은 관계의 습관을 짤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준다. 지금 나에게 그 기회가 왔다는 걸 잊지 말자.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p29 중에서 -

현장으로 떠나기 얼마 전에 받은 이메일에서 누군가가 그랬다. 당신들이 목숨 바쳐 일한들, 아프가니스탄에서 고통받는 사람 전체 중 얼마를 돌볼 수 있느냐. 잘 해봐야 10만 분의 1도 구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면 맥이 빠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되새긴다.

바닷가에 사는 한 어부가 아침마다 해변으로 밀려온 불가사리를 바다로 던져 살려주었다.

“그 수많은 불가사리 중 겨우 몇 마리를 살린다고 뭐가 달라지겠소?”

동네 사람의 물음에 어부는 대답했다.

“그 불가사리로서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건진 거죠.”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p61 중에서 -

작년에 한정된 구호 자금 때문에 한 마을은 씨를 분재하고 그 옆 마을은 주지 못했단다. 안타깝게 비가 오지 않아서 파종한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씨를 나누어준 마을 사람들은 씨를 심어놓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수확기까지 한 명도 굻어 죽지 않았는데, 옆 마을은 아사자가 속출했다고 한다. 똑같이 비가 오지 않는 조건이었음에도 단지 씨앗을 뿌렸다는 그 사실 하나가 사람들을 살려놓은 것이다.

이곳에서 씨앗이란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다.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p65 중에서 -

돌이켜보면 철들고 나서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이 방법을 쓰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가령, 할까 말까 망설여지는 일이라면 해야 하는 이유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나란히 써본다. 그러면 적어가는 과정에서 상황이 객관화되어 명쾌하게 정리되면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해야 하지만 거창하고 복잡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라면. 지금처럼 큰 종이에 사안과 일정 등을 표로 정리해본다. 이렇게 해놓으면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일도 한 장의 종이 안에 들어올 만큼 간단 명료해지며 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생긴다. 난장판으로 어질러진 방 안을 말끔하게 정리정돈 해놓은 기분이다.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p104 중에서 -

그래, 그래. 지금 99도까지 온 거야. 이제 이 고비만 넘기면 드디어 100도가 되는 거야. 물이 끓는 100도와 그렇지 않는 99도. 단 1도 차이지만 바로 그 1도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가. 그러니 한 발짝만 더 가면 100도가 되는데 99도에서 멈출 수는 없어. 암, 그럴 수는 없지. 99도까지 오느라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말이야.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p132 중에서 -

‘막내누나. 난 지금 권투 시합중이야. 센 상대방 선수에게 잽을 많이 맞아 비틀거리다가 방금 정통으로 한 방 맞아서 링 위에 뻗어 있어. 심판이 카운트를 하기 시작했어. 하나, 둘, 셋. 그러나 나, 정신은 놓지 않았어. 숫자 세는 소리 똑똑히 듣고 있어. 그러면서 힘을 비축하고 있지. 열 세기 전까지만 일어나면 되는 거 아니야? 그때 일어나서 다시 싸우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막내누나, 지금 링 위에 누워 있다고 걱정하지 마. 열까지 세기 전에 꼭 일어날게.’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p141 중에서 -

다시 한 번 라주 대령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썩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눈매가 서늘하고, 웃는 모습도 천진하다. 무엇보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품위가 배어나왔다. 신기하다. 도대체 그 품위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군인이라는 직업이나 지휘관이라는 직책은 아닐 거다. 군 지휘관이라고 모두 라주 대령 같지는 않을 테니까. 사람의 품위를 결정하는 게 외적 조건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그럼 답은 분명해진다. 결국 품위는 자기 존재에 대한 당당함.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 통제력, 타인에 대한 정직함과 배려 같은 소프트웨어에서 나오는 거다. 이것이 없다면 왕이라도 전혀 품위가 안 날 것이고, 이것이 있다면 일개 농부라도 품위가 넘칠 것이다. 나는? 난 아직도 멀었다. 저 소프트웨어가 대단히 탐나지만 하루아침에 얻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p197 중에서 -

눈을 들어 산을 보아라. 너의 도움이 어디서 오나?

천지 지으신, 너를 만드신 야훼께로다.

네 발이 헛디딜까. 야훼 너를 지키시며 졸지 아니하시리라.

너를 지키시는 자는 졸지도 잠들지도 아니하신다.

야훼는 너의 그늘, 너를 지키시는 자는 항상 네 오른편에 서 계시어

낮의 해와 밤의 달도 너를 해치지 못하리라.

야훼께서 너를 모든 재앙에서 지켜주시고 네 목숨을 지키시리라.

떠날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너를 지켜주시리라.

이제로부터 영원히 너를 지켜주시리라.

시편 121편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p214 중에서 -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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