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맨 - 아웃케이스 없음
론 하워드 감독, 러셀 크로우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복싱은 ‘헝그리 스포츠’라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복싱이 별로 인기가 없나봅니다.

대부분 먹고 살만하고, 가난한 젊은이라도, 처절한 고통이 따르는 복싱을 좋아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복싱이 굉장한 열풍으로 뒤덮었던 때가 있었지요. 세계 챔피언이 무려 13명이나 되었던 바로 그때, 1970년대 말.

복싱 챔피언은 카퍼레이드도 하고, 텔레비전에서 황금시간에 중계 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의 화려한 챔피언들도 이제는 평범한 시민이 되어 고기집을 운영하거나 때로는 실패한 인생으로 전전하기도 합니다. 세월은 화려함을 빛바래게 합니다.

‘신데렐라 맨’은 미국의 경제 공황기에 화려하게 재기한 한 복서의 이야기입니다.

뉴욕의 빌딩에서 투신 자살하는 사람들이 마치 눈송이 같았다고 하던 바로 그 참담한 빈곤의 시절에도 100달러짜리 지폐로 담배를 말아피던 자본가들은 여전히 있었고, 민중들은 빵 한쪽을 얻기 위해 무슨 일이건 해야 했습니다.

바로 그 시절에, 무명에 가깝던 제임스 브래덕은 복싱계에서 쫓겨나 부두 노동자로 전전해야 했고, 전기와 가스가 끊긴 지하 셋방에서 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피눈물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세 명의 아이를 굶지 않게 하려고 무슨 짓이든 하려던 브래덕에게 우연히 링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고, 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침내 세계 챔피언이 됩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는 인생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누가 그랬지요. 브래덕이 상대 선수의 펀치를 맞고 다운 되었을 때, 그의 칩 세컨이던 조 굴독이 이렇게 외쳤답니다.

“이봐, 지미, 아이에게 우유를 먹어야 한다! 지미, 아이에게 우유를 먹여야 해!”

아이가 있는 평범한 아버지라면, 이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낄 겁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의 가족을 위해,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서야 하는 아버지의 책임을.

물론, 이렇게 드라마틱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습니다만, 심정적으로는 다들 긍정하실 겁니다. 밑바닥 인생에서 세계 챔피언이 되는 순간까지 브래덕이 뉴스를 타면서 브래덕과 같은 실업자들과 도시의 민중들은 그를 ‘신데렐라 맨’이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희망은 있다는 것을 브래덕이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특히 공황이 한창이던 30년대 초에 미국은 누군가 영웅이 필요했던 것이고, 마침 브래덕의 놀라운 재기는 영웅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브래덕이 세계 복싱계의 최고 선수라고 일컬어지는 조 루이스에게 패할 때까지, 신데렐라 맨의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그 후에도 브래덕은 평범한 시민으로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경제 공황도 지나가고 미국은 그후 끊임없이 경기가 좋아지고, 살기가 좋아졌지요. 미국만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신데렐라 맨’은 희망을 줍니다. 그것이 숲을 못 보고 단지 나뭇가지만을 보는 것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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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하고 짜증나서 견디기 힘들다.

도로 위에서 차가 지나갈 때마다 속도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대는 바로 그 카메라 때문이다.

나는 이 감시 카메라를 볼 때마다, 내 자유가 속박 당하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감시 당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몹시 불쾌하다.

고속도로에서도 100Km 제한 감시 카메라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고, 국도에서도 80Km나 60Km 제한 감시 카메라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나는 굴욕을 느낀다.

내가 사는 사회가 정말 ‘민주주의’ 국가인지 심하게 회의하면서.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속도 감시 카메라를 없애버리면, 도로 위는 무질서하고 난폭하며 엉망진창이 될 거라고.

우리는 이미 무의식까지 침투한 ‘자기 검열’과 ‘통제’에 너무 익숙해 있다. ‘자유’와 ‘선택’이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지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근대화부터 현재까지 ‘민주주의’가 실현된 적이 없는 나라이고, 시민들도 ‘민주주의’ 훈련을 올바르게 받은 적이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전근대, 군국주의, 독재, 파시즘의 그늘이 짙은 나라이고, 명령과 복종이 당연하게 인식되며,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인 것이다.

도로 위의 속도 감시 카메라가 갖는 의미도 마찬가지다.

감시 카메라가 많을수록, 경찰이 시민을 감시하고 자유를 억압하며 권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단지 ‘속도’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감시와 억압이 일상화되면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굴종’과 ‘복종’을 내면화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민주시민’이 아닌, ‘노예’가 되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도로에서 속도 감시 카메라를 모두 제거한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까.

독일의 아우토반이 무법천지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예전에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금지를 법으로 정했던 시대가 있었다.그것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는 이제 다 알고 있다.

통행금지를 해제할 때, 어떤 작자들은 마치 무법천지가 될 거라고 핏대를 세우기도 했지만, 어떤가? 과연 밤 12시부터 새벽4시까지 온세상이 무법천지가 되었는가 말이다.

도로 위의 속도 감시 카메라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이 사라지면 마치 엄청난 혼란이 올듯이 떠들어대는 바로 그 작자들이 바로 ‘원흉’이다.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시민을 통제와 굴종의 굴레에 가두려는 음험한 수작을 부리는 것이다.

도로 위에는 지금과 같은 안내 시설과 방범 카메라 정도만 있으면 된다. 

강력하게 감시하고 처벌할 곳은 ‘어린이 안전시설’과 관련이 있는 곳, 마을의 골목길, 장애인 위반 시설 정도면 된다. 나머지 도로 위의 감시 카메라, 특히 속도와 관련된 감시 카메라는 모두 철거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감시’와 ‘통제’가 아닌, 자율의 힘이며, 그것은 결국 시민 스스로의 훈련을 통해 배워나가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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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직선제가 필요하다

 

시골에 살면서 면 지역의 주민자치위원을 5년, 마을 이장을 2년간 했다.

나름대로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적은 힘이라도 보태려고 노력했으나 나의 부족함을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면 지역에서 살아보니 지역자치,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면장 직선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다.

현재 면장 임명은 군수가 군청 공무원을 지정해서 내려보내는 방식이다.

즉, 하향식 인사이며, 면장 자신이 공무원 신분이다. 결국 면장은 자신의 임명권자인 군수를 바라볼 수밖에 없고, 임기도 불안정하다.

면 지역에서 면장의 역할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

면장이 바뀔 때마다 면장의 성향, 능력에 따라 면정이 판이하게 달라지는데, 이는 면 지역의 안정적인 발전과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에 영향을 미친다.

공무원 신분의 면장은 지역 발전과 지역 화합에 관해 깊은 고민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들은 군청(군수)의 정책을 집행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그칠 뿐이고, 면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 주민 화합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 등에 관해서는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깊이 있게 알려고 하지 않는다.

주민이 군수는 직접 선거로 선출하면서 면장은 군수의 임명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지역자치,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한다고 생각한다.

면장의 임명을 내 나름대로 추정한다면, 면장의 위치나 역할이 워낙 미미해서 주민이 직접 선거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거나, 군수를 직접 선거로 선출하고, 군수가 군정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면장은 군수가 마음대로 인사를 관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군의 기본 단위는 면이다. 면은 지역 단위의 기본이며, 지역자치, 풀뿌리 민주주의의 세포 조직이라고 해도 좋다.

즉, 면 지역이 완벽한 지역자치를 이루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지역자치는 큰 성과를 이룰 것으로 믿는다.내가 사는 면 지역만 해도, 지역자치를 이루기 위한 조직들이 상당히 많다.

이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해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새마을회, 자율방범대 등 수 십 개의 자치 기구들이 있고, 여기에 속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지역의 많은 단체들은 모두 지역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이 지역을 위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작 면의 수장인 면장은 공무원 신분이고, 임기가 불안정한 상태여서 면장과 함께 면의 장기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군의 공무원이 면장으로 오면 좋은 점도 있다. 군 전체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고, 군청(군수)과 협력하기가 편하며, 군의 예산을 집행하기에도 도움이 되고, 군 전체의 무수히 많은 기관, 단체와 협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면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구체적인 이익을 위해서는 면 지역에서 직접 면장을 선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이 잘 아는 사람을 면장으로 선출할 수 있고, 면에서 검증된 사람만이 면장이 되며, 면장 소환제를 통해 부정을 저지른 면장을 파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면의 부정부패를 철저히 막을 수 있다.

면 지역의 인구는 적게는 2천 명부터 1만 명 정도에 이르는데, 이 정도 인구는 직접 민주주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역 자치, 풀뿌리 민주주의에 적당한 인구라고 생각한다.

마을 이장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고, 군수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데, 유독 면장만 공무원을 임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지역 민주주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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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일을 컴퓨터로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하드디스크가 늘어났다.

하드디스크는 5년도 훨씬 넘었을 IDE 방식도 있고, 3, 4년 된 SATA 방식의 하드디스크도 있다.

데이터가 많아지고, 하드디스크를 하나씩 늘려가다보니 본체의 디스크 랙에는 무려 6개나 되는 하드디스크가 자리를 잡았다.

데이터가 많으면 늘 불안하다.

잃어버릴 것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렇게 쌓아놓은 것이 모두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오랜 시간에 걸쳐 모아놓은 자료를 한꺼번에 없애는 것도 ‘아집’과 ‘집착’에서 놓여나지 못한 중생으로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짓이다.

늘 조심스럽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컴퓨터를 다루었는데, 마침내 사단이 났다. 며칠 전부터 화면에 [하드디스크에 문제가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메시지는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뜻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하드디스크 정리를 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하드디스크가 몇 개씩 되면서도, 데이터가 거의 목까지 차올라서 겸사해서 하드디스크를 새로 장만했다.

이번에는 좀 마음 먹고 깔끔하게 하드디스크며 데이터를 정리하겠노라고 ‘굳은 다짐’을 하면서 새로 도착한 1테라바이트 하드디스크를 컴퓨터에 장착했다.

이때부터는 제사장이 제를 올리는 듯한 경건한 마음이 되어서 조심스럽게 하드디스크를 다뤄야 한다.

컴퓨터를 만진 세월이 20년이 넘었지만, 데이터를 다루는 작업은 늘 조심스럽고 경건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먼저, 얼기설기 뒤엉킨 케이블을 모두 빼내고, 하드디스크에 번호를 적었다.

모두 6개, 새로 장착할 하드디스크까지 7개. 이 가운데 1테라 이하는 이번 기회에 모두 빼내서 따로 보관하기로 생각했다.

실수 없이 일을 하기 위해 하드디스크의 시리얼 번호를 모두 적고, 그 옆에 일련번호를 먹였다.

문제가 생긴 하드디스크는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 것이었다.

그 안에는 꽤 많은 데이터가 들어 있었는데, 데이터 때문이라도 빨리 손을 써야 했다.

새로 구입한 1테라 하드디스크를 장착하고, 케이블을 연결한 다음 컴퓨터를 켰다. 이때 운영체제를 설치하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치고, 부팅하면서 곧바로 운영체제를 설치했다.

1테라바이트를 반으로 나눠, 각각 XP와 7을 설치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운영체제를 설치할 때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그나마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어서 다행이다.

이번에도 역시 문제가 생겼다. 운영체제 설치를 마치고 첫 화면이 뜨면, 메인보드 CD를 넣고 각종 드라이버와 유틸리티를 먼저 설치한다.

그리고 비디오카드 CD를 넣고 설치한다. 대개 문제 없이 잘 설치되지만 이번에는 비디오 카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화면 해상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모니터의 케이블을 컴퓨터 본체에 두 개 모두 연결한 것이 문제였음을 알아냈다. DVI 케이블과 VGA 케이블을 모두 연결했더니 모니터 설정에서 모니터를 두 개로 인식하고, 해상도 조절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문제를 해결했고, 운영체제의 업데이트까지 모두 마쳤다.

이제 문제가 생긴 하드디스크를 본체에 장착한 다음, 데이터를 모두 새로 설치한 하드디스크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혹시 빠뜨린 것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했다. 문제가 생긴 하드디스크를 로우레벨 포맷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한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된다.

데이터를 옮기고 먼저 인터넷 검색에서 ‘하드디스크에 문제가 생겼다’는 메시지를 입력하니 몇 개의 해결 방법이 나타났다. 먼저, 베드 섹터를 찾아서 복구하는 방법. 문제가 생긴 하드디스크는 시게이트 제품이었는데, 시게이트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유틸리티가 있었다. Seagate DiscWizard와 SeaTools for Windows가 그것인데, 유용하긴 했지만 이 유틸리티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문제가 생긴 하드디스크에는 베드 섹터가 없었고, 디스크 앞부분에 Delay가 생기는 것이 문제였다.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Delay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로우레벨 포맷’ 외에는 없는 듯 했다.다시 HDD Regenerator라는 프로그램을 구해 하드디스크 복구를 시도했지만 역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hddguru.com에서 로우레벨 포맷 유틸리티를 내려받아 하드디스크를 완벽하게 포맷했다. 모든 데이터가 사라지고, 하드디스크는 초기화 된 것이다. 이 과정까지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컴퓨터를 수십 번 부팅하고, 기다리는 시간도 하염없었다.

하지만, 로우레벨 포맷까지 했음에도, Delay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하드디스크 A/S센터에 문의를 했고, 교체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 가지 문제는 해결했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새로 장착해 운영체제까지 설치한 하드디스크에 기존에 사용하던 하드디스크를 연결하자 하드디스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눈앞이 아득해졌다.

빼놨던 기존의 운영체제 하드디스크를 다시 연결하고 데이터들이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를 연결하자 탐색기에 하드디스크가 모두 나타났다. 아니, 한 개를 제외하고.

데이터가 가득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 한 개는 기계적인 문제는 없었지만 이미 파티션이 날아간 상태였다.마음이 급해져서 하드디스크를 가지고 용산 서비스센터로 달려갔다.

하드디스크가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지, 대기자가 꽤 많았다. 번호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려서야 차례가 돌아왔다. 문제가 생긴 하드디스크를 점검한 다음, 로우레벨 포맷을 한 하드디스크는 새 제품으로 교환을 해주었지만, 데이터를 인식하지 못하는 하드디스크는 기계적으로는 정상이라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 데이터를 살리려면 데이터 복구 센터에 맡기라고 하는데, 하마터면 거액을 들여 그렇게 할뻔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교환한 새 하드디스크를 장착하고 컴퓨터를 켜서 확인했다. 데이터가 들어 있는 기존의 하드디스크도 장착했더니 잘 인식했다. 문제는 데이터를 인식하지 못하는 하드디스크 한 개.

서비스센터의 직원은 데이터를 복구하기 불가능할 거라고 말했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마음 속으로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인식하지 못하는 하드디스크를 장착하고 데이터 복구프로그램을 설치한 다음 ‘물리 드라이브’를 읽어들였다. 그리고 밤새 컴퓨터를 켜놓고, 데이터 복구프로그램이 하드디스크를 읽도록 내버려두고 잠을 자러 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모니터를 보니 화면에는 아직도 12시간이나 더 디스크를 읽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타나 있었다. 320GB의 데이터를 복구하기 위해 온전히 하루를 꼬박 지내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취소’ 버튼을 눌렀다. 그동안 읽었던 데이터를 보고나서 복구를 할 것인지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취소’ 버튼을 누르자 데이터 복구프로그램이 읽었던 섹터에서 데이터 목록이 주르륵 나타났다. 아… 다행히 미리 백업을 해둔 것들이었다. 그리고 하드디스크 전체를 복구 할 수 있을 정도로 양호한 상태였다.

굳이 복구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었다.문제가 생긴 하드디스크도 본체에서 빼내고, 기존에 운영체제를 설치했던 하드디스크도 빼내서, 본체에는 꼭 필요한 운영체제용 하드디스크 1개와 데이터가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 2개, 그리고 새걸로 교환한 하드디스크 1개를 장착해 모두 4개의 하드디스크가 순서대로 장착되었고, 모두 1테라씩 4테라바이트의 용량이 되었다.

그동안 사용했던 120GB, 250GB, 320GB 등의 하드디스크는 은퇴를 했다. 이제 데이터를 다시 정리하고, 필요하면 1TB 이상의 하드디스크가 장착될 것이다. 아니면 요즘 눈길을 끌고 있는 NAS도 선택 대상이다.생각해보니 무수히 많이 백업해 두었던 CD와 DVD를 요즘은 거의 구입하지도, 사용하지도 않게 되었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오고 가고, 인터넷으로 저장하고, 대용량 하드디스크와 NAS에 저장하면서 하드디스크에 문제가 생기면 순식간에 엄청난 데이터를 잃게 되고 말았다. 이건 필연이다.

대량, 집중화는 그만큼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데이터를 완벽하게 보관하는 방법을 모색하던지, 아니면 과다한 데이터를 포기하고 자료에 대한 다이어트를 통해 가벼운 마음을 갖던지 구 가지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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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 : 공공의 적 1-1 (1disc)
강우석 감독, 설경구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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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공의 적 1편과 2편]을 보고그러니까, 영화가 현실을 이끈다는 희망을 가지라는 것인가.

아니면, 영화는 영화일뿐, 그냥 오락으로 즐기라는 것인가. 영화를 보고 대리만족의 자위를 하라는 것인가.

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쨌거나 이 영화 두 편은 무지 재미있다.

예전에 강 감독이 만든 [투캅스]의 코미디와는 일단 차원이 다르다. 아마, 강 감독도 ‘엿같은’ 우리 사회에 좀 질렸나보다.1편에서 ‘강동서 강력계 강철중’ 형사는 출신성분이 다른 경찰이다.

그는 아시안게임 특채 경찰인데, 아시안 게임 복싱 은메달리스티였다. 한마디로 ‘꼴통’인 강형사는 우연한 기회에 살인자와 만나게 되고, 그를 기억한다.

살인자는 자기 부모를 죽인 패륜아지만 사회에서는 가장 잘 나간다는 펀드매니저.우리 사회의 펀드매니저들은 좀 기분이 좋지 않겠다. 이렇게 냉혈하고 이중인격의 인간을 펀드매니저라고 그리고 있으니.

뭐, 그렇더라도 이건 영화고,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이 중요한게 아니고, 이를테면 엘리트라고 하는 자들의 허위의식과 이중인격을 그리고 있는 것이니 직업이 어떤가는 큰 문제가 안 된다.

펀드매니저이자 이중인격자, 부모를 살해한 패륜아 역할의 이성재의 연기는 훌륭하다.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하는 냉혈한은 영화처럼 단지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일테면, 극중에서 조이사는 젊은 나이에 성공한 인물이지만 그의 성격은 잔인하고 냉혹하다. 그런데, 그의 부모는 고아원을 돕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모두 내놓을 만큼 덕이 많고 인자한 사람들이다.

어떻게 그런 부모 밑에서 그토록 악랄한 자식이 나올 수 있을까.나올 수 있겠지만, 그것이 단지 개인의 성격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사회적 문제를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비정함’의 원인이 ‘물질’에서 온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꼴통’ 경찰을 통해 잘나가는 엘리트의 범죄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것으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 것이 이 영화의 재미라면, 조연들의 맛깔나는 연기는 영화에 양념처럼 잘 어울린다.

2편에서는 강철중이 검사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대한민국 검찰’의 교육용 영화로 봐도 좋겠다. 대한민국 검찰은 이 영화를 의무적으로 보고, 한달에 한번씩 꾸준히 봐서 영화 속 검찰을 보고 배우기를 바란다.

역시 ‘꼴통’ 검찰인 강철중은 우리 사회의 거물인사, 사회지도층이고 상류층인 명선재단 이사장 한상우를 잡기 위해 온갖 꼴통짓을 다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라는 부류가 얼마나 썩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역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데, 기껏 정치가 한 두명 더 잡아넣는 것으로 끝나는 걸 보면, 이 영화의 스케일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보다 감이 떨어진다고 해야 하겠다.

우리 현실을 보면, 영화보다 더 규모가 큰 비리가 산적해 있고, 한상우보다 더 나쁜 놈들이 트럭으로 실을 정도로 많이 있지만, 정말로 ‘사회 정의’가 ‘구현’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영화는 그야말로 ‘환상’의 세계에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이고 아주 재미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좋고, 시나리오도 탄탄하고, 조연들의 감칠맛나는 연기도 좋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에서 통쾌하게 풀어낸다고 해도 현실이 더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영화만 보고 잠시 기분좋으려다 현실로 돌아오면 더 짜증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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