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 직선제가 필요하다

 

시골에 살면서 면 지역의 주민자치위원을 5년, 마을 이장을 2년간 했다.

나름대로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적은 힘이라도 보태려고 노력했으나 나의 부족함을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면 지역에서 살아보니 지역자치,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면장 직선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다.

현재 면장 임명은 군수가 군청 공무원을 지정해서 내려보내는 방식이다.

즉, 하향식 인사이며, 면장 자신이 공무원 신분이다. 결국 면장은 자신의 임명권자인 군수를 바라볼 수밖에 없고, 임기도 불안정하다.

면 지역에서 면장의 역할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

면장이 바뀔 때마다 면장의 성향, 능력에 따라 면정이 판이하게 달라지는데, 이는 면 지역의 안정적인 발전과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에 영향을 미친다.

공무원 신분의 면장은 지역 발전과 지역 화합에 관해 깊은 고민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들은 군청(군수)의 정책을 집행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그칠 뿐이고, 면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 주민 화합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 등에 관해서는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깊이 있게 알려고 하지 않는다.

주민이 군수는 직접 선거로 선출하면서 면장은 군수의 임명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지역자치,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한다고 생각한다.

면장의 임명을 내 나름대로 추정한다면, 면장의 위치나 역할이 워낙 미미해서 주민이 직접 선거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거나, 군수를 직접 선거로 선출하고, 군수가 군정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면장은 군수가 마음대로 인사를 관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군의 기본 단위는 면이다. 면은 지역 단위의 기본이며, 지역자치, 풀뿌리 민주주의의 세포 조직이라고 해도 좋다.

즉, 면 지역이 완벽한 지역자치를 이루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지역자치는 큰 성과를 이룰 것으로 믿는다.내가 사는 면 지역만 해도, 지역자치를 이루기 위한 조직들이 상당히 많다.

이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해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새마을회, 자율방범대 등 수 십 개의 자치 기구들이 있고, 여기에 속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지역의 많은 단체들은 모두 지역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이 지역을 위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작 면의 수장인 면장은 공무원 신분이고, 임기가 불안정한 상태여서 면장과 함께 면의 장기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군의 공무원이 면장으로 오면 좋은 점도 있다. 군 전체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고, 군청(군수)과 협력하기가 편하며, 군의 예산을 집행하기에도 도움이 되고, 군 전체의 무수히 많은 기관, 단체와 협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면 지역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구체적인 이익을 위해서는 면 지역에서 직접 면장을 선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이 잘 아는 사람을 면장으로 선출할 수 있고, 면에서 검증된 사람만이 면장이 되며, 면장 소환제를 통해 부정을 저지른 면장을 파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면의 부정부패를 철저히 막을 수 있다.

면 지역의 인구는 적게는 2천 명부터 1만 명 정도에 이르는데, 이 정도 인구는 직접 민주주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역 자치, 풀뿌리 민주주의에 적당한 인구라고 생각한다.

마을 이장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고, 군수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데, 유독 면장만 공무원을 임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고, 지역 민주주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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