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도구들 - 1만 시간의 법칙을 깬 거인들의 61가지 전략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 외 옮김 / 토네이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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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의 시대는 한물 간지 오래다.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자기계발을 해도, 세상은 개인들이 가진 출중한 능력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의 스펙은 단군 이래 최고라지만 그런 스펙으로도 사회와 세상에서 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스펙이 평준화된 세상이다.  자기계발서는 그렇게 조용히 서점가에서 사라졌었다.  과거, 나는 자기계발서를 종종 읽었다.  살다보면 의기소침해지는 날이 있고, 그런 날들에 이런 종류의 책들은 동기부여의 근거가 돼 주고, 용기을 건네주었다.  유명 강연가 김미경은 자기계발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못한것을 염두해 두고 "자기계발서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인문학"이라고 표현한 적도 있다.

요즘 심한 의기소침을 겪었다.  1월에서 3월 사이에 너무 규칙적으로 살아서였을까. 4월 한달 동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 몇시간 글을 쓰는 일이 무용하게 느껴졌다면 말 다 한 것 아닌가. 대통령 없는 정부처럼 불안했던 4월은 이래저래 많은 이들이 안보 스트레스에 휩쓸렸을 것이다. 그런 여파도 있었다. 아무튼, 어떤 책을 골라 읽어도 새롭지 않았고 글을 쓰고자 하는 동력은 바닥이 났다. 그 사이에 빨간 책 한 권이 나타났다.  내가 오랜 시간 읽기를 피해온 자기계발서였다.  <타이탄의 도구들>(토네이도, 2017)은 전혀 내 관심을 끌지 못할 책이었다.  하지만,  읽는 동안 `번 아웃' 돼 버린 나는 차츰 기운을 차렸다.  자기계발서 무용론을 이제 내가 반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책이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 다른 특징을 한가지 들자면, 그 독특한 기획에 있다. 저자 팀 페리스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의하며, 자신이 집필한 책 4권을 모두 뉴욕타임스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에 올려 놓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팟 캐스트 방송 `팀 페리스 쇼'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 방송에서 그는 수백만 청취자의 요구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 200명'을 뽑아 출연시키는데 성공했다. 사실 <타인탄의 도구들>은 이 기획에 따라 진행한다면 성공이 보장될 수밖에 없었다.  최고의 유명인 200명이 들려주는 각자의 인생론을 그대로 옮겨적기만 해도 그것은 막강한 컨텐츠가 될게 분명하니까.

그 200명은, 과히 세계적인 유명인사들이다.  알랭 드 보통, 세스 고딘, 말콤 글래드웰, 파울로 코엘료 등의 작가로부터 구글,픽사,트위터, 페이팔, 인스타그램 등의 창업가와 CEO들, 그리고 예술가, 전문직 종사자, 피트니스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계각층을 총망라한 인물들이 한마디씩, 자신의 삶과 성공 노하우, 인생에 관한 생각들을 특유의 입담으로 조언한다.  팀 페리스의 팟캐스트 방송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2016년 말, 아이튠스 3년 연속 최고 청취율에다, 팟캐스트 비즈니스 분야 다운로드 수 1억회를 돌파했단다. 이 방송이 성공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할 일이다.  놀라운 것은 이 방송의 성공이 아니라, 팀 페리스라는 인물의 섭외력과 기획력이라고 본다.  이 젊은 작가이자 강연가, 비지니스 맨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이 거인들과 친구가 됐고,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포섭했다.

"당신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줄 사람이 필요한가?  그에 적합한 인물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정신이 번쩍 나도록 세차게 뺨을 때려줄 사람을 원하는가?   그에 적합한 수많은 인물들이 또한 여기에 있다. 당신의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절실한가?  당신 삶을 빠르게 바꿔놓을 계기가 필요한가?  좋다. 이 책에서 모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당신 삶의 모든 것을 변화시켜줄 지헤로운 도구들을 갖춘 거대한 창고다."  11쪽,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페이팔의 창업자이자 페이스북을 비롯한 100개 이상의 기업을 발굴, 투자해 억만장자가 된 피터 팔은 목표와 실행 사이의 간극에 대해 조언 한다.  "인생을 걸어볼 목표를 찾아라"  젊은 독자들은 목표가 생겼다면 대개 10년 계획을 세우지만 `왜 그 일을 6개월 안에 시작하지 못하는걸까?'  피터 팔은 `지금 당창 무모하게 시작해서는 절대 안되지, 10년이 걸릴 거창한 거니까 진지하고 신중하게 시작해야 해'라는 변명 때문이라고 일갈한다.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자기합리화가 목표를 무력화 시킨다는 얘기다.  테슬라 모터스의 CEO 앨런 머스크는 화성 식민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스페이스 X 프로젝트를 생각해 낼때, 인생을 걸 만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타인이 절대 대체 할 수 없는 나만의 사명을 찾다보니, 화성에 이르렀다고 회고한다.  

"찾다가, 찾다가 오죽했으면 화성에 갈 생각을 했겠는가? 이건 아무도 못할 일이라고 생각했더니 웃음이 사라지고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46쪽

구글 임원이자 벤처 금융의 성공 신화를 썼던 크리스 사카는 인생의 두가지 패턴에 대해 요약한다.  "공격적인 삶과 수비적인 삶"이다. 그는 거두절미하고 돈을 잃고 싶지 않다면 수비적 삶을, 돈을 벌고 싶다면 공격적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이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상관없지만, 한가지는 알아야 한다. 돈을 벌고 싶다면 공격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승부를 결정짓는 골은 대부분 공격수들이 넣기 때문이다.  스무 살에 최연소로 미스터 유니버스 타이틀을 획득한 보디빌더이자 영화배우,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아널드 슈워제너거는 "눈에 잘 띄는 곳에 존재하라" "버티는 자가 이긴다"라는 말로 자신의 인생론을 설파한다.  아널드가 처음 할리우드에 진출할 때, 제작자들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더스틴 호프만, 알 파치노, 우디 앨런 처럼 체구가 작고 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배우들이 각광받던 시대라서다.

하지만, 아널드는 태연했다. 사람들이 잘 생기고 매끈한 배우에게 점점 식상해지는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모두가 살을 빼고 금발 미남처럼 보이려 노력할 때 내가 그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들처럼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한 것은 그저 버티는 것이었다. 제작자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계속 머물면서 팝콘이나 먹는 것 말이다."(79쪽) 실제로 그는 <트윈스>의 메가폰을 잡은 이반 라이트 감독의 눈에 띄었고 영화는 대성공을 거뒀다. 더군다나 이 영화 출연 조건은 노개런티였다.  영화 성공에 따른 러닝개런티 즉 성공보수를 받기로 했는데,  놀랍게도 영화는 3억 달러 흥행 수익을 올렸다.  아널드의 예언대로 기다린 사람에게 그의 시대가 온 것이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 사라지지 마라. 그들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볼 때까지 기다려라. 퇴장만 하지 않으면 반드시 누군가가 나를 기어이, 본다."  81쪽

책을 읽고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조언을 건넨 인물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미래를 얻는다"  인터넷 사이트 구축 프로그램 워드프레스의 개발자, 매트 뮬렌웨그는 회사 입사 서류를 오직 이메일로만 받는다.  지원서류의 완성도를 보고, 사원채용을 결정하는 것은 글쓰기에 대한 그의 철학 때문이다. "글의 명확성이 곧 사고의 명확성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굳게 믿는다. 디지털 시대가 발전하면 할수록 글을 쓰는 사람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오늘날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 모두는 말하기와 글쓰기에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우리는 어렵잖게 발견한다."(92쪽)

사회 초년생들,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전략 자문 회사를 운영하는 CEO이자 작가인 라이언 홀리데이는 "안테암불로가 돼라"는 말을 건넨다. 안테암불로는 로마 시대 후원자를 위해 앞장서 길을 터주고, 메세지를 전달하고, 심부름을 하며 후원자의 생활 편의를 도와주는 사람을 말한다.  라이언은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을 때, 초년생들은 자발적으로 안테암불로가 돼야 할 이유로, 상사와 동료가 잘 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도와주는 일이 결국엔 자기를 위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직장에서 타인(상사)을 섬기겠다는 자세로 일하는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고, 위기에 처했을 때 모욕감 없이 자존심을 굽힐 수 있게 해주고, 편견 없이 모든 유용한 조언들을 스폰지처럼 흡수하며,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깊게 마음에 와 닿는 예화 한 가지를 언급하고 싶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CD베이비 라는 온라인 음반 스토어를 창업해 성공한 크리에이터이자 CEO,  데릭 시버스는 자전가 타기에서 터특한 인생론을 들려준다.  그는 산타모니카 해변에 살때, 한 친구 덕분에 자전거 타기에 푹 빠진 적이 있다. 그곳엔 40km의 자전거 도로가 뻗어 있었다. 그는 자전거를 탈때, 그 거리를 빠른 시간내에 완주하기 위해 새빨개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페달을 밟곤 했는데, 매번 운동이 고통스러웠다. 하루는 "너무 빨리 달리지 말고, 그렇다고 느리게는 아니고, 그냥 좀 느긋하게 달려보자"란 생각으로 페달을 밟았다.  그러자, 평소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와 박혔다.  하늘을 나는 펠리칸, 바다 쪽에서 유영하는 돌고래, 얼굴에 와 닿는 바람과 대자연의 풍광들.  그 모든 걸 즐기고도 전보다 2분 정도밖에 늦지 않았고, 그 이후 그는 인생을 접근하는 시각을 완전히 바꿨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온갖 군데서 돈을 최대한 짜내고 분초를 다투면서까지 시간을 빈틈없이 쓰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멈추는 것'입니다.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으악'하는 소리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게 신호입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하지 마십시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틈틈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멈출 줄 아는 것, 그리고 좋은 신호를 얻기 위해 2분 정도 기다려줄 줄 아는 것, 그것이 곧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성공입니다." 87쪽

이 책에 등장하는 유명인들의 삶은 저자도 인정하듯이, 완벽하지 않다. 그들은 누구도 예외없이 자신이 완벽한 사람이며, 자신의 성공이 필연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모두가 실패와 의기소침, 고통과 불안을 경험했다.  저자 팀 페리스는 그 점을 강조한다. 그들이 비록 성공했지만 그들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 말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완화치료 전문의 BJ 밀러는 이 책에서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로 우리는 충분히 보상받고 있다"고 말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누구도 감사할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불행의 이유로 삼는다.  생각을 바꿔, 내가 가진 것을 되돌아보면 갖지 못한 것은 보완하고 죽을 때까지 노력하는 일, 그것이 인생의 비밀이자 아름다움 아닐까.  한 권의 자기계발서가 던지는 위안과 지혜는 어떤 인문서의 가르침보다 직접적이고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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