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 책을 쓰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임승수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독자로 사는 일은 즐겁다.  세상은 읽어야 할 책들로 넘쳐난다. 가만히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을 그래 난 이해하지 못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다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혼자 있어서 외로운것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낼 방법을 모를 뿐이다. <팡세>를 지은 철학자 파스칼은 "모든 인간의 불행은 방 안에 조용히 혼자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한적이 있다.  인간은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자기 자신과 만날 수 있고 그때에야 비로소 참된 삶과 만날 수 있다고 파스칼은 덧붙인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고 난 생각한다. 그것은 해도 되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참된 삶으로 가는 필수 코스다. 그런데, 독자로 사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다.  바로 저자 되기다.

 

책읽기는 죽는 순간까지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지만 또다른 꿈이 자라났다.  언젠가 내 책을 쓰고 말겠다는 야무진 꿈이다.  그건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꿈'이지만 매일 책을 접하며 이 꿈의 실현을 한번도 잊은적은 없다.  올해 글쓰기 관련서들을 많이 접하려 하는 것은 몇 해 독서 경험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내 독서 스타일이 본래 `골고루 잡식' 아닌가.  어떻게 저자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기가 막히게 생생한 경험담은 없을까.  로또를 사는 심정으로 매번 책을 읽었다.  지금껏 살펴본 책들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결론은 항상 `교과서' 적이다.  그런데, 드디어 저자 되는 그림이 잡히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임승수의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한빛비즈,2014)다.

 

이 책에는 밑바닥 독자에서 꼭대기 베스트셀러 저자로 `등극'한 이가 들려주는 헝그리하면서 쫄깃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임승수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 몇 해 전 내 서가에 들어와 지금껏 잠자고 있는 책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저자가 바로 그다. 그는 15권의 책을 펴냈고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난 모르겠다. 그것보다 얼마 전 이분이 해외 토픽감 뉴스를 만들어 낸 적이 있다. 대학에서 <자본주의 똑바로 알기>란 교양강의를 맡은 그를 재학생 모씨가 국정원에 신고한 것이다.  민노당 출신에다 강의가 반미적이자 반자본주의적이란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요즘 대학생들의 수준을 의심케 만드는 사건이었다. 그건 그렇고, 저자로서 그는 어떻게 인생역전을 이뤘을까.

 

그는 서울대 전기공학부 출신에다 대학원에서 반도체소자 연구로 석사까지 받은 공학도였다. 글쓰기와는 별 상관없는 젊음을 보낸 그는 벤체 기업에 입사해 5년을 다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인문사회 분야 저자로 삶의 진로를 수정한다.  스스로 고백하길 "책 쓰기는 고사하고 A4 용지 한 장 채우기도 버거운 글치 공학도" 였단다.  그런 그가, 2006년 이후 8년간 인문 사회분야에서 단독, 및 공저로 15권의 책을 써내며, 2013년엔 <경향신문>에서 선정한 가장 주목해야 할 저자 `뉴 파워라이터' 20인에 뽑혔다.  이 책은 그런 화려한 변신의 과정을 충실히 따라가며 복원하고 저자 되기의 구체적 과정들을 담아 낸다.

 

" 나이가 마흔이 넘으니 연료가 생각보다 얼마 안 남았다는 조바심이 부쩍 든다.  그렇다면 같은 궤도를 돌고 있는 차를 멈춰 더욱더 원하는 곳으로 곧장 달려가야 하지 않을까?  나는 돈에 시간을 팔지 않으면서부터 행복해졌다. 적어도 나에게는 `책 쓰기'가 바로 그런 삶이다. " 9쪽, 임승수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보기에 따라선 화려한 인생역전으로 보이지만 실상도 그럴까. 독자들의 환상을 깨주고 싶었는지 임승수는 도입부에 자못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과연 책써서 밥먹고 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에 따르면 초판 1쇄 2천부를 발행해 그것이 모두 팔렸다고 가정하고 저자가 받을 수 있는 돈은 약 300만원 남짓이란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책을 쓰겠다는 모든 저자가 베스트셀러를 꿈꿀 것이다. 그런데, 통계적으로 매년 4만 권의 단행본 가운데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서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니 확률적으로 죽을 힘을 다해 책을 쓰고도 300만원 받고 망할 확률이 더 높은 것이다. 그는 돈을 벌고자 한다면 차라리 장사를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라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책을 쓰는 이유는 뭘까. `책을 쓰지 않았으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을 쓰고 베네수엘라 정부의 공식초청으로 생애 첫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그가 그곳에서 머문 호텔 방은 500만원 짜리였단다. 책을 낼 때마다 다양한 매체에 저자 인터뷰와 책 기사가 실렸고 또 연이어 다방면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 했단다.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았다면 그가 이런 경험을 해봤겠는가.  해서, 그는 "지금 이 순간도 쪽박 찰 위험을 무릅쓰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고 고백한다. 책쓰기는 그에게 `돈에 시간을 팔지 않으며' 후회없는 인생을 살기 위한 수단이었다.  책쓰기가 자기을 세상에 드러내는 최고의 통로였다.   하여, 그는  새 책 작업에 들어갈 때마다 이런 질문을 한다.   " 이 원고가 책으로 출간되어 초판 1쇄도 다 팔리지 않을 정도로 쫄딱 망하더라도 책을 쓴 것에 대해 후회가 없겠는가."(25쪽)  

 

저자가 전하는 책을 쓰는 노하우 몇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책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차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설계도다.  책을 쓰기 전에 제대로 된 목차를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작정 글을 시작하면 책의 균형이 깨지고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 A4용지 100장을 쓰면 단행본 300페이지의 책이 되는데, 100장을 쓰겠다고 덤비지 말고 A4용지 4장짜리 글 26개를 쓴다 생각하면 작업하기가 쉽다.  둘째, `살아지는' 삶이 점점 줄어들고 `살아내는' 삶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글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때 자기 인생에서 쓸 거리가 생겨난다. 여기서 `살아지는' 삶이란 수동적인 직장 일과 같은 것이다. 보다 능동적인 삶의 경험을 늘려가야 책을 쓸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셋째, 자기만의 컨텐츠를 확보해야 사람들이 모인다.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출판 시장은 그 아류들로 채워지기 일수다. 유행의 꽁무니를 쫓지 말고, 자기 관심사를 갖고 유행을 선도해야 한다. 출판분야의 블루오션은 누구도 생각지 않는 저자의 관심분야가 될 수 있다. 연필깍기의 달인이 연필 깍는 방법을 다채롭게 서술한 책도, 미국에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누가 이런 것을 생각이나 했을까.  관점의 전환이야말로 저자 되기의 필수요소다.  넷째, 출판사에 무턱대고 투고하지 마라.  출판사의 편집자들은 당신의 천페이지짜리 원고를 읽을 시간이 없다. 단 한 페이지 기획서로 편집자를 사로잡아야 한다.  <The one page proposal>을 지은 페트릭 G. 라일리는 기획서 1장 짜리 개요서를 써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 1 Page Proposal은 나의 성공 비결 중 하나요. 당신에게도 매우 귀중한 성공 비결이 될 수 있소.  거래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있는 사람치고 한 쪽 이상의 분량을 읽을 만큼 시간이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문 법이오.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소"234쪽

 

최고 대학과 최고 인기 있는 학부를 나온 그가 전통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문 사회 분야' 저자로서 살아가고 있다. 이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는 로또를 주기적으로 산단다. 헝그리한 삶에서 좀 탈출하고자 해서겠다.  그런데,  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저자로서의 삶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왜냐면, "쫄딱 망한다 해도 진정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다"  요즘 그는 강연과 인세로 월수 300 정도의 비정규적 수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는 "돈에 자기의 인생" 즉 시간을 팔고 싶지 않아서 저자가 됐다고도 했다. 또 나이 마흔이 넘으니 시간이라는 연료가 부족하단 것에 조바심이 인다고 한다.  난 아직 책 한 권 내지 못한 저자 지망생이지만, 이 말들이 무척 가슴에 와 닿았다.  

 

블로그에 주기적으로 서평 몇 꼭지를 올리는 것도 직장 생활하며 남는 시간을 투자하는 내겐 힘에 벅찬 일이다. 탄탄한 밥줄인 직장을 포기할 순 없으니, 내가 저자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할 것이다. 지난 몇 해를 살펴보니 그래도 나름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독자에서 벗어나 공적인 글들을 요즘 쓸 기회를 갖게 됐다.  인세는 아니지만 심심찮게 원고료라는 부수입도 생겼다.  몇 해 전, 그저 책만 볼 때와는 분명 달라진 삶의 풍경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 없음을 걱정하라​"고 했다.  시간 없음도, 직장 생활도 모두 핑계일 수 있다.  내 능력이 부족하니 여전히 무언가를 쓸 수 없는 것이다. 아직 내겐 `목구멍까지 차올라 도저히 내뱉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런 이야기가 없다.  

 

책을 쓰는 과정, 어떻게 저자가 되는가, 라는 실용적인 경험담 위주로 쓰여진 이 책은 실력은 있지만 아직 길을 찾지 못한 예비 저자들에게 나름 큰 도움을 줄만한 저작이다.  그러나 누구도 저자가 되는 지름길을 대신 걸어줄 순 없다. 책을 읽는 것은 조용한 공간에서 내면의 고독과 맞서는 능동적 행위다. 그곳에서 파스칼은 인간이 `참된 자신'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책을 쓰는 것은 자신의 심연을 더 깊이 파고들어가, 그곳에서 자아의 금맥을 캐내는 가장 주체적인 행위다.  누구나 책을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저자가 될 수 없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 채굴한 진짜 금만이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저자 되는 길은 멀고 험해야 정상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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