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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ㅣ 유네스코 시리즈
마르코 카타네오.자스미나 트리포니 지음, 김충선 옮김 / 글램북스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유엔(UN)은 많은 기구를 거느린 국제연합체다. 세계정부들의 정부이기도 한 이 연합체는 정치,경제,군사 면에서 국가간 이합집산을 통해 각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고, 세계 평화를 궁극적 목적으로 지향하는 단체다. 인류는 1,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깨달은 평화,안보, 경제적 공동번영의 보편적 가치들을 오늘날 유엔을 통해 실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엔은 인류의 가장 이상적인 가치들을 공인하는데 앞장섰다. 1948년 발표된 `세계인권선언' 이 그 좋은 예다. 인권에 관한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이 선언문에는 인류가 가질 수 있는 이상적인 인간의 권리가 다 포함됐다. 시민,정치,자유권적 기본권, 생존권, 노동권 등이 이 선언을 통해 국제적 동의를 받는다. 유엔의 또하나 중요한 성취는 바로 `유네스코'의 설립이다. 이 기구는 교육,문화,과학의 보급을 통해 세계시민의 교류와 평화를 촉진하려는 문화적 성격을 갖고 출발했다. 지난 인류의 역사가 전쟁과 정복의 역사인 것에 비해, 이 단체의 이념은 세계시민으로서 문화적인 교감과 발전을 꿈꾼다.
오늘날 유엔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 기구로 성장한 유네스코는 1972년에 `세계유산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국경을 넘어, 세계에 흩어진 가치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인류의 자산으로 승격시키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것을 지키고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유산이란 과거로부터 현재를 지나 미래로 보존, 계승되어야 할 가치있는 자산을 통칭한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을 3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문화유산이다. 기념물, 건축물, 기념 조각 및 회화, 고고 유물 및 구조물, 금석문, 혈거 유적지 및 혼합유적지 가운데 역사, 예술, 학문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유산을 말한다. 둘째 자연유산이다. 무기적 또는 생물학적 생성물들로부터 이룩된 자연의 기념물로서 관상상 또는 과학상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것을 통칭한다. 셋째, 복합유산이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징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을 일컫는다.
세계유산은 2013년 6월 기준으로 160개국, 981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문화유산은 759점, 자연유산 193점,복합유산 29점이 등재 돼 있다. 파괴에 노출된 세계유산은 44점으로 보호가 필요한 실정이다. 2012년 9월 세계유산협약 가입국은 190개국이다. 한국은 1988년 102번째로 이 협약에 가입했다.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은 해인사 장경판전(1995년), 종묘(1995년), 석굴암 ·불국사(1995년), 창덕궁(1997년), 수원화성(1997년), 고창 ·화순 ·강화 고인돌 유적(2000년), 경주역사유적지구(2000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조선왕릉(2009년), 학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년)으로 총 10건이 있다.
유네스코가 세계에 흩어진 유물과 자연을 유산으로 선정하는 과정은 엄격하다. 한 국가내에서 소중한 자산이더라도, 세계시민의 관점에서 중요성을 갖지 못하면 선정되지 못한다. 각 국가는 많은 로비와 홍보를 통해 자국 내 문화,자연유산을 유네스코에 등재키 위해 숱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유네스코 유산 등재는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선별된 유산의 가치는 특별할 수밖에 없고 그 순간부터 인류의 보호와 관심이 뒤따른다. 한국 내의 세계유산만 보더라도 역사적 가치와 완성도, 자연물의 희귀성과 신비함이 그걸 말해 준다. 세계유산 자체가 인류 문명의 지적 성취와 위대함을 증거한다. 우리가 세계유산을 섭렵하고, 교육자료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글램북스 출판사에서 개정판으로 새롭게 내 놓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시리즈 3권>은 권 당 100점씩, 300여점에 달하는 세계 유산을 고화질의 사진 도판과 여행기에 준하는 흥미로운 해설로 담아낸 기획이다. 편집 자체가 유네스코가 지향하고 있는 유산의 분류체계를 따르고 있다. 이 책들은 세계유산을 3가지로 정리했다. 세계문화유산, 세계자연유산, 그리고 세계고대문명이다.

이 시리즈에 사진과 글을 제공한 두 명의 저자는 프랑스 내 잡지사에서 편집자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마르코 카타네오는 <Le Scienze>지의 편집자로 일하며 여행과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자스미나 트리포니는 여행전문기자로, 직업상 자주 여행을 다니며 인도, 동남아시아, 중동 지방의 고유문화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쌓았다. 뛰어난 사진과 박식하고 통찰력 있는 해설은 이 두 작가의 내공을 증명하며, 책의 깊이와 완성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시리즈의 어느 책, 어느 페이지를 넘겨도 뛰어난 화질과 화각안에 잡힌 전경 사진과 개별 사진들이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각 유산은 지도상의 위치가 표기돼 현장감을 살렸고, 독자의 위치감각을 잃지 않게 했다. 유적에 얽힌 내력과 전승되는 이야기, 여행객이 유념해야 할 점, 감상 등이 상세히 나열된다. 각 유적마다 화려한 도판이 제공되고, 사진에 관한 해설은 무척 충실하고 자체로 충분하다.
요즘엔 백과사전이 인기가 없다. 필요하면 모든걸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는 시대라서다. 시리즈 3권의 무게만 하더라도 10킬로그램은 나갈 것 같고, 책의 판형도 서재에 세워서 꽂을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넓다. 이렇게 큰 판형으로 만든 것은 각 유산이 현장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고화질 도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유적의 현장감과 웅장함이 대형 도판 사진들에서 전해오는 것은 기본이다. 전자책을 선호하지 않은 개인적 성향 때문인지 모르지만, 책은 만지고 보는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가들은 여전히 글쓰기를 펜으로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컴퓨터로 글을 쓰면 글이 나오질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내겐 책 읽기가 바로 그렇다.
스마트폰, 데스크탑, 노트북, 테블릿 등 어느 것도 잘 사용하고 최신 기술에 대한 편견은 없지만, 내게 독서란 `종이 책'을 읽는 과정이다. 종이책은 무겁고, 전자책에 비해 비싸지만 숱한 장점을 제공한다. 종이 책이 갖고 있는 시각적인 안정감, 손으로 책을 만지작 거리며 책을 읽을 때 전해지는 감성, 언제든 밑줄을 긋고 페이지를 접고, 메모를 할 수 있는 편의성 등은 포기할 수 없는 독서의 즐거움이다. 글램북스의 <유네스코 시리즈>가 제공하는 즐거움과 유익함이 바로 이런 것이다. 세계 여행에 관심있는 독자들은 유적들을 펼쳐보는 것만으로도 간접 관람의 기회가 된다. 여행작가을 꿈꾸는 이들에겐 무척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사진구도 혹은 여행지를 묘사하는 방법과 실제를 익힐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류 문명과 자연에 관해 교향과 지식을 쌓고자 하는 독자에겐 교양인문서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집안에 소장용 백과사전이 없는 요즘의 아이들에겐, 문화와 자연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고대문명>은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역사공부요, <세계자연유산>은 지구환경과 세계지리를 정리할 기회가 될 것이고, <세계문화유산>은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예술을 공부하는데 참고할 수 있다.
집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펴볼만한 책은 흔치 않다. 함께 책을 읽는 일 자체가 가족간의 대화와 소통의 재료가 된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적 유산들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이 책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즐겁고 유익한 독서경험을 선물할 것이다. 종이책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장점을 갖고 있는 이 시리즈물은 소장과 학습용으로 활용 가치가 무한하다. 챕터마다 통일성 있는 구성으로 읽기에 편하고, 풍부한 자료사진과 사진별로 추가적인 해설자료가 제공되며, 여행기처럼 읽기 쉬우면서도 유물과 역사, 유물과 문명을 교차하는 서술로 세계유산을 깊이 있게 접근한다. 하여, 인류의 문화와 고대 문명, 지구환경과 자연을 아우르는 이 시리즈물의 유익과 가치는 오직 소장하는 독자들의 몫이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