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피터 - 인생을 바꾸는 목적의 힘
호아킴 데 포사다.데이비드 S. 림 지음, 최승언 옮김 / 마시멜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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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키 작은 남자를 가리켜 `루저'라고 발언해 곤경에 처한 여대생이 있었다. 네티즌들은 이 여성의 뒷조사를 감행했고 사건은 개인정보 유출과 `마녀사냥'으로 이어졌다. 키 작은 남자들의 콤플렉스를 자극한 퀸가 여대생의 `루저' 발언은 잡담 수준이었다.  크게 흥분할 일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릴 서글프게 했다.   교양있는 여대생의 입에서 나온 발언치곤 수준 미달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외모로 평가할 수 있을까?  철부지 아이들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마시멜로 이야기>, <바보 빅터>의 작가로 미국보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더 환영받아온 호아킴 데 포사다의 최신작 <난쟁이 피터>(마시멜로,2014년)에는 키 작은 아이 `피터 홀'이 등장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못생기고 외소했던 피터는 커가면서 성장판이 닫혀 난쟁이로 살 숙명에 놓인다. 

 

피터에게 불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집은 가난했고 아버지는 알콜중독에다 무직자였다.  엄마는 생계를 책임지다 교통사고로 일찍 돌아가셨다. 아이들은 그를 난쟁이라 놀렸고 마음 속 분노는 쌓여 결국 `분노조절장애'를 앓아야 했다.  이쯤 되면 그의 나머지 삶은 상상이 간다.  돌아가신 엄마를 제외하곤 누구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했던 아이는 엇나갔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가출한 피터는 노숙자가 된다.  그런데 먼 훗날 피터 홀은 대단한 반전에 성공한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법률가가 되어 자신처럼 불행한 환경속에서 태어나, 희망조차 잃어버린 사람들을 돕는 사람으로 우뚝 선 것이다.  <난쟁이 피터>는 그 불가능할 것 같은 성취와 기적을 추적하고 있는 책이다. 

 

피터와 같은 환경에 처한 사람들은 많다. 헌데, 불행한 삶의 조건을 극복하고 반전을 이룬 사람들은 적다.   피터처럼 불행의 종합 선물세트를 갖고 태어난 사람은 많지만,  완벽한 조건을 다 가진 사람은 없다.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새로 쓴 사람들은 모두가 완벽하지 않았다.  피터는 평범한 우리와 닮았다.  열등감과 반항의식을 품지 않고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는 거의 없다. 그것이 지나치면 극단으로 치닫는다.  때로 사람들은 작은 장애앞에 생을 포기하려 한다.   핑계없는 무덤 없는 법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고 한다.   피터 홀은 장애를 가진 노숙자에서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로 삶을 반전시켰다.   그 비결은 뭘까?

 

피터의 삶을 제한하는 선천적 악조건 반대편에 그를 살리고 위대하게 만든 세가지 보물이 있었다.  그것은 `따뜻한 마음, 꿈의 도서관, 특별한 만남'이다.   첫째,  곁을 지켜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피터를 돕는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달리 피터의 엄마는 무한한 믿음과 사랑으로 그를 품은 사람이다. " 지식과 교양이 풍부한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사람이래 !  피터를 그런 사람으로 만드는 게 바로 엄마의 목표이자 돈을 버는 목적이란다." (41쪽)  아이들의 놀림과 자신의 콤플렉스에 상처받은 어린 피터에게 도서관 사서인 크리스틴 선생님이 구원투수처럼 등장한다.  피터처럼 크리스틴도 키가 작아 어린 시절부터 상처 받아온 사람이다.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도망가려는 피터의 손을 놓지 않고 크리스틴은 끝없는 관심과 애정을 주었고 피터의 인생관을 변화시킨다.

 

둘째, 꿈의 도서관이다.  크리스틴 선생님은 피터처럼 키가 작지만 마음의 키는 누구보다도 큰 사람이었다.  그가 그렇게 커 갈 수 있었던 것은 도서관과 책 덕분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이 노숙자로 살아가던 피터에게 삶의 목표를 건네준 건 `꿈의 도서관'이었다. 피터는 크리스틴 선생님의 지도아래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었다. "리더는 독서가다(Leaders are readers)라는 말, 혹시 들어봤니?  링컨이나 케네디도 독서의 힘으로 리더가 된 사람이야.  책을 통해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란다"(55쪽) 크리스틴 선생님이 건네준 책을 통해 그는 남다른 택시 운전사가 된다.  독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피터의 인생에 용기를 불어넣어준 잠언들을 기록한 `드림카드'를 택시에 비치했고, 손님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피터의 택시는 드림카드를 통해 `힐링택시'로 업그레이드 되고 곧 유명세를 탄다.

 

셋째, 특별한 만남이 기다린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돌아서며 피터의 삶은 달라졌다. 책 읽는 택시 드라이버, 드림 카드를 통해 손님들에게 희망을 전파하는 운전사로 변신했다.  그의 꿈은 열심히 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다.  노숙자에서 평균치의 인간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고 험했다. 하버드 대학의 프랭크 교수가 피터의 택시에 탄 날, 피터의 꿈은 이제 그 평범한 궤도를 수정한다.  프랭크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삶의 목적을 묻는다. " 그게 과연 피터 씨의 인생 목적일까요?  그걸 이루기 위해 피터씨가 이 세상에 태어난거라고 믿느냐 하는 거죠? "(159쪽)  피터는 훗날 프랭크 교수의 주선으로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진짜 원대한 꿈과 만난다.  나를 위한 삶이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을 사는 것 !  그 안에 진짜 행복이 깃들어 있다는 발견을 이룬 것이다. 

 

" 저를 바꾼 것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목적의 힘'이었습니다. 그 힘은 나(ME)를 뒤집어 우리(WE)를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가난은 참 많은 면에서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인생을 좌우할 만한 결정적인 변수는 되지 못합니다. 신체적 결함 또는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시련 같은 불가항력적인 고난 역시 우리 삶을 멈추게 할 정도로 중요한 요인은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목적이 없다면 삶은 확실하게 엉망이 됩니다.  반대로 삶의 목적을 분명히 세우고 땀 흘려 노력하면 누구나 자기 삶을 빛나게 가꿀 수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 앞에 서 있는 난쟁이 피터 홀처럼 말입니다. "   245쪽, 호아킴 데 포사다, 데이비드 림 <난쟁이 피터>

 

독자들은 이 책을 한 인간이 고난을 거쳐 성공의 관문에 안착하는 과정을 담아낸 평범한 자기계발서로 읽을 수 있다.  피터의 인생을 막아선 고난은 익숙하고 흔한 것들이다. 누군가는 그 앞에서 실의에 빠지고, 패배하고, 죽음을 결행한다. 피터는 일단 그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그 관문을 통과할 때의 빨간 약과 파란 약은 앞서 이야기한 `세가지 보물들'이었다.  신문지상에 등장하는 잔혹한 범죄자들의 공통점은 세가지 보물들을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한 데 있진 않을까?  우린 `따뜻한 마음과 좋은 책과 특별한 만남'을 통해 누군가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노숙자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결국 그들의 인생관을 변화시키며,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과 성과를 불러온 것은 그 좋은 예다. 

 

그와 더불어 필요한 건 다른 삶을 희구하는 개인의 `의지'다.  지난 천 년간 가장 위대한 인물로 선정된 바 있는 `징기즈칸'은 자신이 지은 시 한 편으로 무수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건넨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가난과 죽음의 위기와 변변찮은 배경을 극복한 비결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깡그리 쓸어버렸다."  노숙자 동료인 미셸은 검정고시를 앞둔 피터 홀에게 징기즈칸이 지은 시 한 편을 선물한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인 징기즈칸도 피터 홀처럼 태생은 별 볼 일 없었다. 운에 맞겨진 `숙명'보다는 노력해서 변화시킬 수 있는 `운명'의 힘을 믿어야 한다.  

 

이 책이 감명을 주는 것은 자기계발서가 추구하는 이기적인 목표와 결론을 뛰어넘어서다.  뛰어난 대중연설가이자 동기부여의 귀재인 호아킴 데 포사다는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는 길은 일생을 전념할 하나의 목표를 갖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목표는 흔히 상상할 수 있는 개인의 이기적인 목표가 아니다.   피터 홀의 택시에 오른 프랭크 교수는 인생에서 진짜 행복의 정체를 발설한다.  `성공해서 그 부를 이웃에게 베풀면서 살겠다는 믿음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순간, 성공할 수 있다' `행복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먼저 타인을 돕고 도덕적으로 뛰어난 인간, 함께 살 준비가 된 선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자기계발서가 윤리와 철학의 옷을 입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 질문은 철학의 영원한 주제였다.  인문학 공부의 목표는 그 답을 찾아내는 과정일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타락한 근본 원인은 사람들이 저마다 이기적인 성공만을 갈망해서다.  이 책의 작가는 `공부해서 남주자'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자신이 아닌 남(사회)을 주기 위해 공부해야만 진짜 성공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타락한 자본주의에 한줄기 빛을 건네는 복음이다. 이 책의 미덕은 다음 세가지다.  첫째, 피터 홀이 인생의 악조건을 딛고 성공에 이른 과정을 드라마틱한 감동으로 전했다.  둘째, 인생에서 진짜 성공은 남을 돕고 이롭게 하는데 있다는 점을 논증했다. 셋째,`드림카드'로 상징되는 인문학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도구임을 증거했다.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무수한 영감과 용기를 불어넣을 책이다.  자기계발서의 범주를 뛰어넘는 윤리적인 결말이 특별한 감동을 전해준다.  키작은 피터 홀은 쉽게 실망하고, 실패에 익숙한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훗날 그는 숙명적인 키의 한계를 넘어 인생의 거인으로 성장한다.  키가 작은 피터는 `루저'라는 세상의 편견을 극복하고,  진짜 `루저'들을 돕는 길로 나아갔다.  피터 홀 보다 키가 큰 당신은,  징기즈칸보다 출생배경이 나은 우리는, 지금 어떤 인생을 계획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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