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살롱
황지원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고급 예술로서 인식되는 오페라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다.  관람할 기회도 없을뿐더러 오페라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너무 멀고 높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의 벽이 높지만 많은 이들이 클래식 음악에 빠져들곤 한다. 문제는 그게 고급이냐 관람의 기회가 있느냐, 하는게 아니다.  오페라를 즐기려면 오페라가 무엇인지 아는게 먼저란 얘기다.  오페라는 독특하게도 음악만으로 이루어진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판소리가 스토리를 내장한 것처럼 오페라도 음악과 춤, 연극적 요소, 시적 요소가 섞여 있는 종합 예술이다.


오페라 마니아 황지원이 들려주는 오페라 이야기 <오페라 살롱>(웅진리빙하우스,2013년)에는 놀라운 요소들이 가득하다.  세계 오페라 무대를 직접 찾아 관람할 정도로 애정이 가득한 그는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와 미국 뉴욕까지 발품을 파는 열정으로 이 책을 써냈다. 황지원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오페라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전 세계 오페라 하우스를 순례한지 10년이 돼 가는 오페라 마니아다. 뉴욕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 후원회원이자 밀라노 라 스칼라 오페라 우호협회 정원회이며 국내 주요 언론에 오페라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고, 다수의 방송에서 오페라 해설자로 출연했다.

 

이 책은 오페라가 무엇인지, 오페라의 정의, 구성요소 등을 해설하고 본격적으로 전 세계 오페라 하우스가 위치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난다. 오페라 주제여행이라 해도 좋을 듯 하다.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오페라에는 다분히 역사와 정치, 인문적 요소가 가득 들어차 있다. 한 편의 오페라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 지역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먼저 공부해야 할 정도다.  오페라의 어원은 라틴어 `오푸스Opus(작품)의 복수형으로, 시를 바탕으로 노래와 연기, 춤 등 다양한 예술이 하나의 작품 안에 모여 무대 위에 펼쳐 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저자는 그것이 인류가 창조해낸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라고 극찬한다.

 

`뚱뚱한 여자들이 부르는 노래'라고 오페라를 비꼬아 부르곤 했는데, 그건 마이크 없이 수천 명 앞에서 노래하는 성악가들에게 풍부한 성량과 강인한 체력은 필수였기 때문이다. 또 오페라는 영화와 함께 생일과 출생지가 있는 대표적인 예술이다. 오페라는 1597년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아름다운 르네상스 도시 피렌체에서 탄생했다. 당시 피렌체에는 문화 예술의 붐을 일으킨 귀족들이 모인 인문학 스터디가 많았다. 그 가운데 바르디 백작이 주도한 스터디 모임에선 그리스 비극을 되살려 근대적인 음악극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다. 이것이 오페라의 출연 순간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연극처럼 음악과 연극이 합쳐지고, 신이 아닌 인간들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노래하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극이 만들어진 것이다. 첫 작품은 야코포 페리가 지은 <다프네Daphne>였다.

 

오페라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이 규칙은 우리가 TV의 오페라 무대에서 자주 봐왔던 것이다. 소프라노와 테너가 서로 사랑을 노래하고, 곁의 바리톤이 이를 방해한다.  여성 최고음인 소프라노가 오페라의 주인공이며 이를 프리마 돈나Prima Donna(이탈리아어로 `첫 번째 여인'이란 뜻)라 한다. 소프라노의 파트너이자 연인으로 남성 최고음을 노래하는 테너Tenor가 등장한다. 테너는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개런티가 높고 스타성을 자랑한다. 세계 3 대 테너로 알려진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의 유명세는 잘 알려져 있다.  지금은 파바로티가 췌장암으로 2007년 사망하고 세계 2대 테너만 생존해 있다.  마지막으로 소프라노와 테너의 사랑을 방해하는 캐릭터가 바리톤Baritone이다.  바리톤은 테너보다 음역이 낮고 베이스 보다는 높은 남성의 중간 음역을 말한다.

 

오페라는 아리아Aria 라고 불리는 독창과 그 외의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아리아는 연극의 독백에 해당하며, 등장인물이 홀로 노래하는 부분이다. 아리아는 오페라의 꽃에 해당하며, 오페라의 핵심이다. 파바로티와 안드레아 보첼리, 폴 포츠 등이 불러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는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3막에 등장하는 유명한 테너 아리아였다. 또,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에는 `남 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라는 아리아가 유명하다. 

 

또 오페라에는 듀엣곡과 합창곡이 있다.  듀엣은 남녀간의 러브 스토리를 그리는데 필수적이다. <라 보엠>의 이중창이나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Brindisi 등은 너무도 유명한 듀엣곡이다. 합창은 베르디가 쓴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나 `대장간의 합창' 베버의 <마탄의 사수> 속 `사냥꾼의 합창'이 명곡으로 꼽힌다. 

 

"이처럼 마음속으로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상상의 드라마를 즐기다 보면 밤의 베네치아가 주는 묘한 신비감과 퇴락의 로맨티시즘이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온다. 하긴, 시인 바이런도 이런 베네치아를 너무도 사랑했다.  마침 그가 이 도시를 찾았을 때 베네치아는 영락없는 황혼기여서 그 쇠락의 멜랑콜리가 그의 낭만적인 감성을 더욱 강렬히 자극했다.  바이런은 베네치아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가장 푸르른 내 상상의 섬"  " 134쪽, 황지원 <오페라 살롱> 

 

책의 대부분은 오페라 여행기에 해당한다. 각 도시가 하나의 박물관이란 별칭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에는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가 많다. 저자는 공연 일정에 맞게 이 도시들을 찾아 오페라 원작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생생한 육성과 현장감이 있는 묘사를 통해 이탈리아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유럽의 역사, 음악의 맥을 그려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오페라를 주제로 이탈리아를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풍성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예술은 아름다움에서 기원한다.  오페라는 미적 요소가 가득한 장르다.  더군다나 인류의 인문 혁명이 발원한 이탈리아는 그런 미적 요소가 넘치는 곳이다. 르네상스의 놀라운 기운이 오페라에는 담겨 있다. 오페라는 단순한 음악장르가 아니라 역사,문화적 의미를 함축한 예술 영역이다. 오페라의 아름다운 아리아와 듀엣곡들에 반한 사람들이 많다.  이것이 바로 이 장르가 가진 놀라운 흡인력이다. 무릇 모든 위대한 예술은 국경과 시대를 초월하는 법이다.  이 책을 통해 오페라를 제대로 알고 감상하는 독자들이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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