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수학 콘서트 - 나의 창의성을 깨우는 두뇌 개발 프로그램
김대수 지음 / 리더스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문학 바람이 거세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인문학은 이제 기업 면접장에서까지 측정 지표로 등장했다. 하여, 토익 점수 늘리기에 여념이 없던 취업준비생들은 이제 기업들로부터 새로운 스펙을 요구받는다. 바로, 인문학에 대한 지식과 소양에 관해서다. 그런데, 그런 소양이 일시적 과외와 단기 전략으로 습득될 수 있을까? 몹시 회의적이다. 인문학은 인간 자신의 삶, 문화,문명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작업이다. 인문학 공부가 폭넓고 오래 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창의성도 마찬가지다. 창의로운 인재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끝없는 수련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다.

 

20세기의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창의성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오늘날 더 이상 머릿속에 지식을 집어넣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런 기계적인 일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대체하고 있다. 창의력은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상상하는 가운데 개발된다. 인문학이 창의력에 관계하는 지점도 여기다. 인간을 깊게 이해하는 과정에서 학문은 통섭에 이르고 창의적 상상력은 인간을 이롭게 하는 위대한 기기와 예술품으로 완성된다. 중요한 건 그 모든게 연습과 노력을 통해 개발된다는 점이다. 창의력과 상상력은 후천적으로 습득될 수 있다.

 

기초 방정식과 사칙연산, 도형과 다이어그램 등 기초 수학을 통해 창의성을 습득시키는 노하우를 담고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창의수학콘서트>(리더스하우스 펴냄,2013년)다. 저자는 한신대 컴퓨터공학부에서 일하며 인공지능, 신경망, 퍼지이론을 국내외 대학에서 수십년간 연구해온 김대수 교수다. 그는 이 책의 도입부에서 수학의 효용성에 대한 독자들의 오랜 의문을 정면돌파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배우는 목적을 너무 좁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수학을 통하여 합리적인 사고력을 배양하고 끈기와 치밀성도 배울 수 있으며,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능력 등의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수학 공부를 통하여 물리학, 생물학, 공학뿐만 아니라 철학이나 인문학 등 타 학문의 학습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이 더욱 윤택해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33쪽, 김대수 <창의수학콘서트>

 

솔직히 학창시절 수학 때문에 괴로움을 당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대개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대체 그 어렵고 골치아픈 수학문제가 지금 내 삶에 보탬이 되고 있는가? 왜 수학 문제는 늘 쓸데없이 복잡하고 난해했을까? 이러한 질문이 보편성을 갖는 것은 우리에게 수학이 그리 달가운 학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학을 잘했고 수학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분명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저자가 밝혔듯이 수학은 창의력의 질료이자 연습 도구임이 분명하다. 수학은 공학 뿐만 아니라 인문적 사고에도 유용하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데는 수학에서 빌려온 합리성과 규칙성, 추리력, 직관력, 통찰력이 절실하다.

 

이 책에는 창의력을 배양하기 위한 다양한 문제들이 등장한다. 수식과 산술문제, 도형 추리, 숫자퍼즐 등 기발한 문제들의 만찬상이다. 이 문제들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곰곰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로 풀어낼 수 없다. 문제가 어려운게 아니라 익숙한 규칙으론 풀어낼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문제를 풀어내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게 이 책의 목적이다. 각 장에는 수학적 상상력을 기를 수 있는 인지능력별 연습문제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정독이나 속독으로 읽을 필요가 없다. 곁에 두고 낱말 퍼즐 맞추듯이 시간 날때마다 문제 하나하나를 풀어보면 연상과 추리 능력, 유추와 이해력, 응용력과 공간능력이 길러지고 결과적으로 창의적 사고력을 습득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된 스토리 텔링 수학이나 STEAM 교육(융합인재교육)은 수학에 창의성을 접목시킨 새로운 학습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토리텔링 수학은 수학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내, 학습 동기를 유발시키고 흥미와 호기심, 그리고 논리적 추론력을 통해 창의성 구현에 도움을 준다.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제시된 STEAM 교육은 과학과 기술, 공학과 수학, 그리고 예술을 합한 과학 기술 기반의 융합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을 배양하는 교육이다. 이 책에는 스토리텔링과 STEAM 교육 이론을 바탕으로 설계된 다양한 문제들이 제공되며 상세한 해설이 뒤따른다. 수학을 싫어하거나 논리와 추론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지적 자극을 줄 수 있을 듯 하다.

 

스티브 잡스는 자서전에서 애플의 DNA 속에는 "인문학과 공학의 교차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어떤 의미로 이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 그만 알 것이다. 하지만, 대충의 의미를 우린 감지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아무런 기술도 창조하지 않았지만, 세상에 없던 IT 기기들을 우리 앞에 가져다 주었던 혁신가였다. 그의 능력은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재주에 있지 않았다. 대단한 학벌도 재력도 없었다. 대학중퇴 경력에다 그의 양아버지는 자동차 수리공이었다. 하지만, 삶의 처음과 끝이 창의 그 자체인 사람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병까지도 창의적으로 다스리려 했다. 그런 창의적 인재를 지금 세상은 원한다. 창의력이 산업의 혁신을 불러오고 세상의 부를 끌어모을 수 있는 능력을 주기 때문이다. 기업이 기계적 토익풀이를 잘하는 사람보다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인재를 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창의력을 어떻게 후천적으로 습득할 것인가? 이 책은 그 절절한 고민끝에 나온 한 수학자의 창의력 습득 두뇌 개발 프로그램이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나 수학의 효용성을 의심했던 어른 모두에게, 이 책은 수학적 사고의 흥미로움과 가치를 깨닫게 해줄 것이다. 하나하나의 문제를 풀어내면서 성취감과 더불어 숨어있던 수학적 재능도 확인하게 된다. 아이를 창의적으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에게 이 책은 특히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이 책에 수록된 예시 문제들의 특징이 깊은 사고와 생각의 다양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능력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수학이 자신의 삶과 무관하다고 착각하는 그 많은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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