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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 세트 - 전15권 ㅣ 이현세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
이현세 그림, 강주현.전영신.김기정 글, 구학서.정하현 감수 / 녹색지팡이 / 2011년 10월
평점 :
아이가 글을 깨치는 나이에 이르면 모든 부모들은 한가지 소망을 품는다.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많은 책을 읽히게 할까? 바로 이것이다. 책을 읽고 있는 아이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부모의 자랑이자 보람이다. 아이는 책을 통해 세상을 알고, 지식을 쌓고, 미래를 꿈꿀 것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소망대로 커가지 않는 법이다. 모든 아이가 책을 좋아할 수 없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와 책을 많이 읽히게 하고 싶은 부모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이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만화책으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물론 이건 오락용 심심풀이 만화가 아니다. 그건 TV로 충분하다. 역사와 문화를 만화를 통해 풀어낸 책이면 금상첨화다. 만화의 장점은 책이 주는 활자의 답답함을 줄이고, 흥미로운 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속에 빠져들게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일상 대화체를 사용하는 만화의 형식은 아이들이 읽기에 쉽고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탐방하는 만화는 어린이를 위한 일종의 `독서 당의정'이다. 만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지고 훗날 아이는 활자가 좀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독서를 멀리하는 아이를 독서광으로 만드는 이 `당의정 요법'은 꽤 역사가 깊다.

녹색지팡이 출판사에선 어린이를 위한 역사,문화 탐방 시리즈 3편을 최근 완간했다. 유홍준의 그 유명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박재동 화백이 기획,감수하고 만화가 김형배가 그림으로 풀어낸 책이다. 바로 <만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다. 유홍준의 원작처럼 이 어린이를 위한 만화전집도 7권으로 편집됐다. 강원도와 경상남도 상하 편, 경주편과 전라도 상,하편, 그리고 충청도 등 지역별 구성이 돋보인다. 유홍준 교수를 닮은 탐방대장과 아이들을 등장시켜 각 지역의 문화재와 인물, 지역 역사를 훑어낸다. 딱딱한 글로써 풀어낼 수 없는 상세한 그림 지도와 특색있는 지역의 풍광을 잡아내는 작법이 인상적이다. 부모가 유홍준의 이 시리즈를 읽었다면 아이와 대화 소재도 늘어날 것이다. 이 책과 함께 국토를 순례하는 가족여행을 떠나면 그 자체가 교육이자 놀이가 되겠다.

다음으로 한국사와 세계사를 이현세 화백의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전 12권,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전 15권 세트로 완간해 냈다. 한국사는 고대선사 시대와 고조선에서 현대사까지를 다루고 있다. 세계사 전집은 제 1 권 문명의 새벽에서 마지막 15권 세계의 오늘과 내일까지를 주제로 풀어썼다. 이현세의 그림은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의 만화를 읽고 자란 부모세대는 그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보낼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만화가 이현세는 "역사를 공부하는 까닭은 그 속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와 앞날을 내다보는 힘을 얻고자 함"이라고 썼다. 더불어 도도히 흐르는 그 역사의 강에서 큰 물줄기를 이해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읽기 쉽고 재밌는 만화 책 수 십권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많은 학생들이 역사와 멀어지고, 역사를 단순한 암기 과목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 이유가 물론 입시와 경쟁 현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에 이러한 역사만화를 읽어두는 것만으로도, 훗날 역사를 다시 배울 때 큰 부담감을 줄여줄 것이다. 어린 시절 많은 책을 읽어두어야 하는 이유도 그와 같다. 독서경험과 이력은 결국 학년이 올라가면서 큰 힘을 발휘한다. 배경지식이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가 수업을 듣는 태도는 전혀 다르지 않을까? 그 아이가 수업을 통해 섭취할 지식의 양과 질도 다를게 분명하다.
이 만화 전집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내 어린 시절 부족했던 독서이력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성인이 되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채워넣을 수 없는, 기억에 의존하는 능력이 존재한다. 어린 시절의 독서와 그것을 통한 지식의 기초를 쌓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교육학에선 어떻게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독서는 단절되지 않고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오늘 소개한 이 어린이를 위한 만화 전집은 한국 문화와 역사, 세계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가장 효율적인 기회다. 동시에 이 책은 인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어른들을 위한 만화라고 생각한다. 상세한 사진과 문헌 자료 등이 만화와 함께 제공되며 책의 충실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다섯살인 딸아이가 훗날 글을 깨쳐 이 만화를 읽을 날을 기대한다. 그 전에 먼저 한 두 권씩 시간내 내 자신 먼저 펼쳐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