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오바마
이하원 지음 / 김영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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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말인 1880년 일본에 파견된 수신사 김홍집은 귀국길에 <사의조선책략私擬朝鮮策略>이란 책 한 권을 구해와 고종에게 바친다. 그 책은 일본에 주재하던 청국의 외교관 황쭌센이 지은 것으로 개항기에 조선이 처한 국제 정치적 위기의 타계책을 설명하고, 외교정책의 나아갈 방향을 설정한 저서였다. 청국의 외교관은 남하 정책을 추진하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조선은 친중국(親中國), 결일본(結日本), 연미국(聯美國)해서 국력을 키워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전략이 조선의 미래에 도움이 되었는가, 하는점은 논쟁거리지만 분명한 시사점 한가지를 건네고 있다. 즉, 조선과 오늘의 대한민국 사이 100여년이란 시간동안 여전히 4강의 영향권 아래서 한국 정치와 외교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면에서 세계 10대 교역국이 되고, 잘사는 나라들의 모임인 OECD에 가입하고, 자주적 국방과 외교를 추진하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이라지만, 우리에게 국제적인 운신의 폭은 4대강국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돌아가는게 현실이다. 이것은 근대화와 20세기 냉전 이후 한국이 처한 운명적인 조건이 됐다. 4대 강국 가운데 특히, 우리는 G2(주요2개국)로 불리는 중국과 미국의 외교정책과 방향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마침 2012년 중국은 제18차 당대회를 통해 5세대 지도부를 선출하면서 시진핑을 차기 주석자리에 앉혔고, 미국은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2기 행정부를 최근 출범시켰다. 더불어, 한국과 일본의 지도부가 동시에 교체되면서 2013년 벽두를 맞이하게 됐다. 우리에게 지금은 한말에 배포된 <조선책략> 못지 않은 정교한 논리와 전략을 담은 책 한 권이 필요한 때다.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로 워싱턴 특파원과 외교안보팀장을 역임한 이하원은 미국의 다양한 외교인사들을 동행취재한 전력과 하버드 대학 등에서 초빙연구원으로 국제정치를 연구한 식견이 남다른 저자다. 그는 2013년 새로 출범하는 한반도 주변의 신집권 세력의 성격과 외교정책을 검토하고 세계 G3(중국,미국,일본)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한반도의 정세를 분석한 저서로 `21세기 신 조선책략'이라 불릴만한 책, <시진핑과 오바마>를 최근 내놓았다.

 

 

저자는 G2의 지도자인 시진핑과 오바마의 출생과 성장배경, 성격과 정치역정으로 시작해, 그들이 대내외에 선포한 정치 비전을 분석해 들어간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갈등과 협력의 2중주'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즉, 많은 부분에서 부딛칠 것이 확실하지만 결코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왜냐하면, 이 두 거인은 일본의 스모 선수들처럼 한 선수가 쓰러지면 동시에 다른 선수도 역시 쓰러질 수밖에 없는 역학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외교,군사면에서 대결하고 있지만, 경제면에선 두 나라는 운명공동체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면 한반도는? 저자에 따르면, 한반도 유사시 매번 중국과 미국은 똑같은 반응을 해 왔다. 즉, 급변사태의 방지와 안정, 그리고 관리다. G2 어느 나라도 한반도가 격랑속에 빠져드는 일을 원치 않는다. 즉, 그들은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다. 이 말은 평화와는 다른 뜻이다. 그들은 나쁜 방향으로도, 좋은 방향으로도, 변화를 원치 않는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결국, `신 조선책략'인 이 책에서 저자는 남북이 협력과 화해, 그리고 통일을 이루는데 민족의 자주적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결론짓는다. 그 어느 나라도 편애하지 않고 자극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힘을 키워 궁극적인 통일의 시대를 예비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선택할 미래다.

 

 

 

" 양국이 말하는 한반도의 ‘안정’을 다른 말로 바꾸면 ‘현상 유지’다. 남북이 분단된 상태를 지속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미중이 한반도 정세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전될 수 있는데도 일시적인 혼돈이 두려워서 현상을 유지시키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한반도에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안정’만을 외치는 미국과 중국에 끌려 다니는 것은 아닌지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164쪽, 이하원 <시진핑과 오바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유엔 제재, 그리고 북한의 3차 핵실험 예고는 그 어느때보다 한반도의 정세가 급박히 돌아가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시진핑과 오바마는 G2 시대의 첫 중,미 지도자로 2013년 임기를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강대국들 사이의 대결 무대로 이용되곤 했던 한반도의 미래가 곧 결정될 것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까? 미국과 북한은 대결과 평화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미국과 중국은 G2 체제에서 어떤 관계를 구축해 나갈까? 센카쿠 열도(중국명: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갈등하는 중국과 일본은 전쟁과 평화 가운데 어떤 길로 나아갈 것인가? 어느 하나 해결이 쉽지 않은 질문들이자, 2013년 동아시아의 구성원들이 풀어야할 난제들이다.

 

 

손자병법에 이르기를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더불어,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병법이자 진정한 승리'라고 덧붙인다. 한국은 동아시아의 난제들을 풀어가야할 직접적 당사자이기에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파악하고, 관계국의 지도자들의 면면을 살펴야하며, 그들이 내세우는 비전에 주목해야 한다. 전쟁이라는 파국을 맞지 않고 평화가운데 승리하기 위해, 우리는 직접적 난제들을 회피해선 안 된다. 이 엄중한 시기 어디서 지혜를 구할 것인가? <시진핑과 오바마>의 제 7 장의 주제는 `시진핑과 오바마 시대의 신 한국책략'이다. 국제관계에 정답은 없지만, 최선과 차선의 해답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책은 정답은 아닐지라도, 외교 전문가들의 정교하고 폭넓은 논리와 지식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지혜와 전략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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