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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다시 한 번 공부에 미쳐라
김병완 지음 / 함께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특정 세대를 타켓으로 삼는 자기계발서들이 많다. 재미있는 것은 특정 세대가 한정 돼 있다는 것이다. 10대나 50대, 60대를 주제로 한 자기 계발서가 흔치 않은 것이다. 출판 시장의 주 독자층이 20에서 40대 사이에 주로 분포하기 때문일까? 출판 마케팅 차원에서 10대나 50대 이후의 독자들 보다는 책을 많이 사보고 자계서 독자들이 포진해 있는 층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그것보단 20부터 40대 까지가 인생을 설계하고 꿈꾸고 바꿀 수 있는 기회이자 마지노선이며 자계서들이 이야기할 주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0대는 세상에 무지한 청년이 거친 세상에 발딛는 시기다. 30대는 온 몸으로 그 세상을 견디어 내야 하는 경험의 시기다. 2,30대는 주위의 멘토가 절실한 때다. 자계서들이 이 층의 독자들 사이에서 호황을 누리는 것은 이상할 것도 없다. 40대는 어떤가? 공자가 불혹(不惑)이라 이름 붙인 시기가 바로 40대다. 공자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는 이 조어(造語)는 사소한 일에 마음이 흔들려 미혹되지 않았음을 가리킨다. 하여, 공자는 40대부터를 진짜 어른이 되는 시기로 규정했다. 심지가 굳어 자신의 철학이 있어야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나아갈 길에서 이탈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40대를 돌아보면 이 말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심지가 굳고 자기 삶에 철학이 있는 40대가 우리 사회에 흔치 않다. 먹고 사는데 정신이 팔려 철학 따윈 생각할 겨를도 없고, 매일 반복된 삶 속에서 중심없이 방황하며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른채 하루하루 연명하는 사람들이 많다. <40대, 다시 한번 공부에 미쳐라>의 저자 김병완은 40대를 보내는 해법으로 `공부'를 제시한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40대 공부란 토익처럼 승진을 위한 도구로서의 공부가 아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40대 공부는 그렇게 협소한게 아니라, 차라리 포괄적이고 전체적이다.
저자는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바로 40대 공부에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2,30대의 실패나 성공은 인생 워밍업에 지나지 않는단다. 20대에 실패한다는 것은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30대에 성공한다는 것은 어쩌면 득보다 해될게 더 많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천재들의 집합소라는 카이스트에서 20대 청년들이 얼마 전 4명이나 자살했다. 또, 우리나라 20대 사망률 1위가 자살이다. 젊었을 때 너무 이른 성공 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도 흔이 있다. 20대의 실패와 30대의 성공을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게 현실이다. 그들은 천재이고 유능할지 모르지만, 인생공부는 덜 된 게다. 저자는 청년기의 성공과 실패를 겪고 도달한 40대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에서 진정한 성공을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걸 가능케 하는것이 바로 40대에 시작하는 공부라고 한다.
100년 전과 달리 지금은 사람의 생명주기가 다르다. 100년 전에는 40대에 죽음을 생각했다면, 지금의 40살은 80년 인생의 출발점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의료,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은 40살에 제 2 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 세대의 인류가 맞이하는 축복이라고 저자는 간파한다. 40살까지 한정된 삶을 살았던 과거의 사람들은 인생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저자의 주장대로 청년기의 다양한 경험을 본전삼아, 40대에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 20대 때, 좋은 대학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으면 평생을 그 지식으로 우려먹고 잘 살 수 있던 시대가 분명 있었다. 오늘날의 시대는 그와 정 반대다. 더 이상 대학에서 받은 4년치 교육으로 평생을 버틸 수 없다. 40대 다시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또, 우리가 맞이하는 40대는 20대에 실패한 사람에겐 패자 부활의 기회가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모든 이에게 패자부활의 기회가 찾아오는게 아니다. 40대에 공부하는 사람,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만이 그 기회와 마주할 수 있다.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도 공부하지 않으면 40대에는 뒤쳐진다. 학벌위주의 사회라지만, 사람의 진면목은 결국 실력으로 드러나고 만다. 능력이 있는 자에게 기회가 찾아오고,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사람을 세상은 절대 그대로 놔두지 않는 법이다. 우린 흔히 기회가 없음을 한탄하곤 하지만, 기회의 존재가 아닌 기회를 잡을 능력이 없음을 한탄해야 한다는 이 책의 한 귀절이 크게 마음에 와 닿는다.
"인생의 산전수전을 겪은 나이인 40대는 비로소 타인과 비교를 위한 공부가 아닌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다. 오롯이 자신을 위한 공부, 즉 위기지학(爲己之學)을 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시험이 없기 때문에 진정 즐기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남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신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인생의 후반부에 제대로 된 멋진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공부, 그리고 출세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참된 자아 완성을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40대는 무엇보다 공부를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라는 점이다." 김병완 <40대, 공부에 미쳐라> p.58
이 책은 40대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읽으면 무척 도움이 될 게다. 지금 40대를 보내고 있는 독자들도 일독하면 좋은 책이다. 책의 주장은 한결같이 `공부'에 가 닿는다. 회사와 가정, 친목과 운동, 미팅과 회식 등에 휩쓸려 다니는 40대가 대체 언제 공부할 시간을 만든단 말인가?, 항변하는 사람도 있겠다. 주위에 둘러보아도 책을 가까이 하는 직장인이 흔치 않다. 40대의 삶을 일과 유흥으로 반분하는 부류도 흔하다. 하지만, 50대나 60대를 응원하는 자계서들이 흔치 않은 이유를 알겠는가? 5,60대에겐 인생을 바꿀 기회가 거의 없다. 5,60대는 40대에 뿌린 씨앗을 수확하는 시기다. 그런 의미에서 40대는 인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는, 또다른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라 봐야 옳다. 저자가 40대에, 공부에 미쳐라고 한 이유다.
40대에 공부가 필요한 이유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다. 동,서양의 유명 인사 가운데 젊은 시절, 실패를 딛고 40대에 공부를 시작해 성공한 사례를 많이 들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전반부의 주장이 반복되는 지루함만 제외한다면, 꽤 잘 쓰여진 자기계발서다. 좋은 사례와 좋은 인용구와 저자의 탄탄한 논리가 독자의 동기를 부여하고, 의욕을 불러온다. 저자 김병완은 삼성그룹에서 10년동안 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뜻이 있어 회사를 그만 둔다.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고향 부산에 내려와 3년 동안 9천권의 책을 읽었다 한다. 이 책에서 저자의 삶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어 아쉽지만, 공부에 미친 자신을 투영한 듯 보인다.
주목할 것은 책에서 정의하는 `공부'가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저자가 은연중 정의하는 공부는 다양하고 끊임없는 독서를 통한 `인생공부'에 가깝다. 좋아하는 경지를 넘어 즐기는 경지로 넘어서는 공부이기도 하다. 40대, 진정 우린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인생에서 가장 절대적인 공부의 주제는 무엇일까? 사업과 학업, 혹은 승진을 위한 공부인가? 아니라고 본다. 특정한 주제를 정해놓지 않은 독서가 무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삶의 목적이 돈과 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우린 `나'를 찾기 위해 공부한다. 삶을 알기 위해 공부한다. 그런 공부를 통해 세상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포용하고, 즐길 수 있다. 이런 공부는 살아갈 이유를 충전시킨다. 그런 공부를 통해 인생의 목적과 의미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런 사람이 행복하다. 결국, 우린 행복해지기 위해 공부하는 거다.

201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