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귀환 - 위기의 시장경제 경제학 거장에게 길을 묻다
마크 스쿠젠 지음, 박수철 옮김 / 바다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경제가 어렵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경제는 이슈였고 문제였다. 한번이라도 경제 문제 없었던 때가 있었던가? 지금도 여전히 세계 경제는 위기에 봉착해 있고, 국내 경기와 물가는 불안하다고 한다. 내년 경제 전망치는 예측임에도 희망적이지 않다. 사람들은 왜 거시적 경제 상황과 문제들에 신경을 쓰는 걸까? IMF를 겪으며 경제문제가 곧바로 개인의 생존권과 직결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국가 관료나 경제학자들의 관심사에 머물던 경제학이 대중들의 관심사로 등장한 것은 이때부터다.

 

그리고 2008년 금융 위기를 거치며 사람들은 경제 위기의 파고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복습하게 된다. 교양 경제학서들이 출간 붐을 이룬 것은 이같은 경제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등에 업고 서다. 모든 일이 그렇듯 지식은 실수를 막아주고 올바른 선택을 돕는다. 경제상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경제와 금융에 대한 지식은 필수적이다. 보험,주식,펀드,저축 등 개인의 일상에서 선택하는 금융 상품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보는 수년 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경제 이득과 낭비의 결과물을 만든다.

 

실용적인 경제,금융 지식이 개인에게 필요하다.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경제가 돌아가는 기본 원리에 대한 교양적인 이해도 필수적이다. 그것은 세계 경제와 세계 역사를 이해하는 단초가 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투자 전문가이며 경제학 교수인 마크 스쿠젠의 저서 <거장의 귀환>은 경제학이 흘러온 역사를 경제학의 거물, 세 명을 통해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그들은 애덤 스미스와 카를 마르크스, 그리고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경제학에 문외한인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이름들이다. 경제학을 논할 때, 언제나 그들을 피해갈 수 없으며, 여전히 현대에도 경제학의 거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근대 경제학의 출발점을 1776년으로 본다. 왜냐면, 1776년 3월 9일 대서양 건너편 영국에서 `미국의 독립선언서에 버금가는 기념비적인 저작'이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총 1000 페이지에 이르는 2권짜리 책 <국가의 부의 본질과 원인에 관한 연구> 즉, <국부론>이 막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책의 저자는 사색을 즐기고 조용한 성품의 소유자며 영국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도덕철학을 가르치던 애덤 스미스였다. <국부론>의 출간은 전 세계에 울려퍼진 지적 총성이었다고 마크 스쿠젠은 단언한다. 왜냐면, 중상주의를 강조하던 국가주의 경제가 이제 개인의 부에 집중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길을 <국부론>은 설명하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부를 증진할 수 있는 원리를 설명한다. 그 전 중상주의 경제에선 국가의 부는 식민지를 개척하고 약탈하며, 식민지와 거래에서 무역수지 흑자나 은의 축적 등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는 부의 증진 기법을 `분업'에 뒀다. 분업을 통한 노동 생산성을 증가시키고 산출량을 늘리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기 위해 국가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자유를 부여하라'고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주장한다. <국부론>의 가장 중요한 논점은 `국가의 개입을 받지 않는 자유의 원리'다. 스미스의 이 논리는 오늘날까지 여러가지 주장으로 변주돼 온 중요한 테마다.

 

"위대한 사람들이 자기 힘으로 생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들지 못하도록 억압하고, 스스로에게 가장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한 곳에 자본금과 근면성을 동원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인간의 가장 신성한 권리를 명백하게 침해하는 행위이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

 

19세기로 들어서자 애덤 스미스의 주장에 반기를 드는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카를 마르크스다. 스미스가 자유방임 자본주의의 창시자였다면, 마르크스는 약탈적 자본주의의 파괴자였다. `스미스가 개인의 이기심 추구가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마르크스는 이기심의 추구가 무정부상태와 위기, 그리고 사유재산에 기초한 체계 자체의 소멸을 불러올 것'으로 봤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 공포를 불러왔고 1세기 넘게 자유방임 자본주의에 약탈당한 노동자들은 그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된다. 마르크스는 계급투쟁을 선동하고 노동자들의 단결을 호소하며 `공산당 선언'을 앵갤스와 합작한다.

 

"프롤레타리아는 사슬밖에 잃을 것이 없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고 호소하던 혁명적인 경제학자의 말에 자본가들의 횡포와 빈곤에 고통받던 노동자들이 혹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어떤 평론가는 마르크스를 `인류의 진보라는 미명 아래 역사상 가장 많은 죽음, 고난, 퇴보, 좌절 등을 초래한 사람'으로 혹평했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긍정적인 면도 나름 평가한다. 마르크스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든 최초의 경제학자였다. 오늘날 비평가들은 마르크스를 철학자와 역사가, 정치학자와 사회학자, 문학비평가로서 살펴봐야 할 정도로 그는 다작으로 유명했고, 모든 문제들에 관해 끊임없이 글을 썼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그토록 길고 장황하고 추상적이고 지루하고 형편없게 쓰였고 복잡한 미로 같은 책이 어떻게 이 세계의 절반에서 탈무드와 코란이 되었는지 궁금해 한다. (중략) 카를 마르크스는 전적으로 무시할 만한 인물이 아니다. 그의 경제이론에는 결점이 있고, 그의 혁명적 사회주의는 파괴적이며, 그에게는 성급한 점이 엿보이지만, 시장 자본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의 철학적 분석에는 분명 관심을 기울일 만한 미덕이 있다." p.161 마크 스크젠 <거장의 귀환>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며 불안전한 자본주의는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은 산업생산량이 30퍼센트 넘게 떨어지고, 상업은행은 3분 1 이상이 파산한다. 실업률은 25퍼센트 이상 치솟고 주가는 88퍼센트 폭락한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발생한 대공황은 유럽과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자유세계의 자본주의는 실업과 굶주림, 전쟁 등에 대한 공포를 불러왔다. 이 위기의 시절,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 등장한 경제학자가 있었다. 바로 케임브리지학파의 거물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1936년 케인스는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이란 저서에서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고, 완전고용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즉, 자본주의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또 그는 경제의 국유화, 물가 임금의 통제, 공급과 수요의 미시적 토대에 대한 개입 등에 반대한다. 스미스의 자유방임 자본주의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파괴 이론을 넘어서 그는 새로운 정반합의 변증법을 경제학에 적용하고자 했다. 케인스의 해결책은 ` 정부가 자본주의라는 불안한 자동차의 운전대를 잡고서 그 자동차가 다시 번영의 길로 달리도록 도와주는 것' 이다. 그것은 `물가와 임금을 떨어뜨리는 대신에 의도적으로 적자예산을 운영하는 것과 총수요를 늘리고 공공사업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케인스의 총수요관리 모형은 우울한 과학이 낙관적 과학으로 변모한 계기가 되었다. 즉 인간은 자신의 경제적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필요한 경우 정부가 총수요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자본주의의 뿌리를 뒤흔들지 않으면서 자본주의 특유의 경기순환을 뿌리 뽑을 수 있을 듯했다. 그러면서도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방임 정책을 미시적 차원에서 추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p.222 마크 스크젠 <거장의 귀환>

 

2009년도 대한민국학술원 기초학문육성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기도 한 마크 스쿠젠의 이 책은 경제학에 문외한인 독자들에게 지식의 기초적 보폭을 넓혀주는데 도움을 준다. 경제학의 역사적 원로들이자 경제학을 창시하고 수정한 이들 세 거장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개인사에 대한 기록을 양념처럼 바르고 있다. 그것이 지루한 경제학 이론과 흐름을 읽어내는데 쉼을 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서술하고 있는 주장은 그를 미국식 신자유주의 전도사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는 서문에서 한국 경제가 치중해야 할 앞으로의 과제를 `자유무역을 가로막는 장벽을 낮추고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대놓고 주장한다. 금융위기를 불러온 원흉인 미국식 신자유주의자의 탐욕이 깃든 발언이다. 경제학 거장들을 분석하고, 경제 이론사에 대한 충실한 해설이란 긍정적 측면과 더불어 그것을 종합하는 서술자인 마크 스쿠젠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읽어나갈 필요가 있다.

 

 

 

 

201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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