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다락방 -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
이지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연초에는 자기계발서를 한 권 정도는 읽어줄 필요를 느낀다.  무엇보다 1년을 달려갈 이에겐 의욕과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처방전이 자기계발서엔 있기 때문이다.  서재를 힐끔거리다 <꿈꾸는 다락방>이 눈에 들어왔다.  3년 전 사둔 책을 아직도 못 읽었다니?  그것도 사고나서 얼마 후엔 선물로 또 한 권이 들어왔다.  이지성이란 작가,  출판계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어려운 가정 환경을 극복하고 스무살 무렵부터 작가가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서 이젠 어엿한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었다.  그에 관한 신문 기사를 읽은적이 있는데 나름 배울게 많은 분 같았다.

 

하지만, 처음 그의 저작 <꿈꾸는 다락방>을 접하곤 약간 실망했다.  그가 그 이후로 어떤 책을 썼는지는 내 알 바 아니다.  오직 이 책에 대해서만 논하자면 책안에서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한 몇가지 공식들이 보인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하향 평준화한 듯한 문체,  천편일률적인 자기계발서의 맹목적인 신앙이 엿보이는 반복과 강조, 성공에 관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개념적 서술 태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납득해야 할까?  

 

이 책의 주제는 단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 즉, Vivid Dream = Realization, 줄여서 R=VD 라고 한다.  저자는 이 공식을 증명하기 위해 동,서양의 수많은 인물과 역사적 예화들을 들고 온다. 책을 읽는 동안 이 공식을 독자의 뇌리에 각인시키겠단 의지가 대단하다.  어디서 그같은 예화들을 수집하셨는지 그 열정에 탄복하게 된다.  세계적인 위인들의 성공사례를 분석해 보면, 모두가 하나 예외없이 R=VD를 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여기서 위인이란 주로 성공한 정치인, 예술가, 부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성공한 사람들은 긍정적인 R=VD를 했고,  실패한 삶을 산 이들은 부정적인 R=VD를 했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부를 잘하고 각종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를 원하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른다.  공부 때문에 걱정하고, 시험에 떨어질 것을 두려워한다. 공부가 너무 좋아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자신의 모습은 있는 힘을 쥐어짜도 그리지 못하지만,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모습은 너무 쉽게 그린다. 전교 1등, 전국 1등, 사내 1등 하는 자신의 모습은 감히 상상할 엄두조차 못 내지만 평범한 성적을 받는 자신의 모습, 시험을 망친 자신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상상한다. 자신의 소망을 파괴하는 VD를 매일 매순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지성 <꿈꾸는 다락방>, p.126

 

단적인 예로, 피카소는 무명의 세월동안 언제나 마음속에 부와 명예를 생생하게 꿈꿨다고 한다.  나는 내 그림으로 억만장자가 될 것이며,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을 것이며, 갑부로 살다가 갑부로 죽을 것이라고 말이다. 반면 말년 정신병으로 자살한 화가 반 고흐는 평소 비참하게 살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었고, 돈과 인연이 없다 혹은 불행은 나를 절대로 떠날 것 같지 않다는 부정적 R=VD를 했다.  결국 피카소와 고흐는 생전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오늘날 피카소와 고흐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누가 성공한 예술가인지, 예술가의 성공과 실패를 생전 그의 불우한 삶으로 평가하는게 맞는지는 일단 의문으로 남겨두자.

 

개인사업자로 일본 최고의 부자인 사이토 히토리는 "노력하면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대신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를 끊임없이 상상하라"고 말한다.  그러면 부가 "저절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즉, R=VD만 하면 모든게 이루어진다.   저자의 이같은 서술 방향은 이 책안에서 대게 이런 식이다.  이 책을 자기계발서가 아닌 종교서적으로 읽어줄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자기 삶에서 지금 절박한 소망을 암송하면 살아 생전에 모든게 이루어지고 행복해지고, 부자가 된다는 것을 교리로 하는 종교가 실제로 존재한다.

 

이 예화의 클라이막스는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이다. 마치 신앙 간증을 듣는 기분이다.  저자는 복사기 한 대를 집안에 들여놓고 싶어했다.  하지만, 수중에 있는 돈은 30만원으로 무일푼이나 마찬가지였고, 중고복사기 가격은 60만원이 넘었다. 결국 저자는 R=VD를 선택했고 복사기를 방안에 들여놓는 것을 생생하게 꿈꾼다. 저자의 표현으로 풀이하자면 `상상력이 시공을 초월해서 복사기를 끌어오는 장면을 온 힘을 다해' 상상했다는 것이다.  그 후 놀랍게도 정확히 일주일만에 복사기를 갖게 됐다.  어떻게?

 

수퍼마켓에서 대파를 반 단 샀는데, 수퍼 아주머니가 대파를 생활정보지게 돌돌말아 주었고 그 생활정보지를 벗겨보니 거기에 이렇게 쓰여있었단다. "중고 복사기 초특가 판매 34만원"   약간 싱겁긴 하지만, 이 예화를 보며 무척 황당하면서도 재밌었다.  근데 왜 한 편의 허무개그를 보는 듯한지?

 

또, 예화로 들고온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례에 과연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서 생생하게 꿈꾼 뒤 마침내 그것이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면, 전 직원을 상대로 성공을 선포하는데, 그것을 가리켜 이건희의 `꿈의 청사진' 기법이라 부른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에버랜드, 삼성의료원, 골프장, 미술관, 탁아소 사업 등의 성공이 그 좋은 사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같은 성공에 이르기 위해 그가 어떤 탈법과 부정을 저질렀는지 `개념있는' 독자들은 다 알고 있다.  저자가 이것을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라고 규정한다면,  성공의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 아닐까?

 

저자가 신봉하는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공식은 어느 정도 맞고, 또 일리도 있다. 간절히 소망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는 사람에 비해 그 꿈에 다가설 가능성이 높다.  속담에도 있듯이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이니까,  먼저 뜻(꿈)을 품어야 하는게 먼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같은 좋은 덕담의 의미가 훼손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성공을 하기 위해 먼저 성공을 꿈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와 실패에 대한 극복,  자신의 일에 대한 헌신과 의지 등도 중요하다.  또 성공이란 목적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의미의 성공인가 하는 점이다. 그 모든 의미를 삭제하고 도달하는 성공의 지점에 독자들은 수긍할 수 있을까?

 

이렇게 R=VD를 경직되게 설명하지 않아도, 하나의 덕담을 신앙으로 만들지 않아도, 그 좋은 뜻을 자기계발서로 살려낼 수 있었다.  일방통행식 성공의 사례가 아닌 저자의 따뜻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예화가 더 풍부했으면 좋았을 거다.  저자는 무일푼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미 성공을 이룬 사람이다.  최근엔 인문서적의 독서를 강조하는 책도 낸 것으로 안다.  그러한 저자가 반 인문적인 성공 사례들을 들고와 독자를 설득하려 하다니 앞뒤가 안맞는다.  

 

자기계발서가 사람들에게 주는 오해와 편견의 모든 불편한 진실을 이 책은 담고 있다.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는 공식과 집필 방식까지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자기계발서와 베스트셀러의 편견과 허상을 이 책을 통해 되돌아보게 된다.   물론 좋은 독자는 불필요한 작가의 넘치는 의욕을 웃음으로 넘기고 필요한 부분만 자기것으로 만들 것이다.  나또한 이 책의 R=VD 기법을 적극 수용하고 싶다.  하지만, 이 책의 교훈은 또 다른 곳에도 있다.  꿈을 꾸더라도 개념있게 꿈꾸자는 것이다. 

 

세상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성공에 이른 과정이 꼼수로 가득차 있다면 그를 진정 존경할 수 있겠는가?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삶에 공감하고 존경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책의 최대 오류는 그 둘을 구분하지 않고 있음이다.

 

 

 

 

 

 

 

201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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