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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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주로 겨울 스웨덴을 배경으로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눈이 내리는 도시, 마치 이 지구가 아닌 저 먼 우주의 어느 행성 같은 공간이다.  기차가 설원을 달리는 장면이나 설원 한 가운데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는 눈덮인 대저택은 영상이 아닌, 그림 같단 착각을 주기도 한다.  헐리우드가 만들었지만 유럽의 분위기가 나는 이 영화는 이렇게 스웨덴이란 공간이 주는 이점을 만껏 활용한다.  스웨덴은 노르웨이와 핀란드를 국경으로 맞대고 있는 북유럽 선진 3국 가운데 하나다.   안정적인 사회보장과 질높은 문화수준을 향유하는 나라로서, 카메라가 어느 곳을 비춰도 그러한 이미지를 대변해주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의 이면에는 성폭력,근친강간,연쇄살인 등이 자라고 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이 촬영지로서 스웨덴을 손꼽은 것은 원작의 배경때문이기도 하겠다.   북구 겨울 스웨덴의 풍광에는 아름다움과 음산함이 함께 곁들여 있다.  저 푸르스름하고 어둑씬한 화면이라니?  스릴러 영화는 스토리로 얘기하는 법이다.  하지만, 감독은 어느곳에서 그 스릴러의 본질이 잘 살아날 수 있을지 잘 간파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은 소설을 영화화 하는 것은 이러한 세밀한 공력이 필요한 법이니까.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의 10부작 소설 <밀레니엄>은 작가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3부작에서 멈춘다.   이 영화는 그 가운데 1부만을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2,3부는 봐도 보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영화는 완성도가 있다

 

 

독특한 풍광에다 이제 두 명의 범상치 않는 배우가 등장한다.   007 22탄 <콘텀 오브 솔러스>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터브가이 다니엘 크레이그는 부패 기업의 비리를 폭로하는 지적인 기자역할을 수행한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그는 몸과 얼굴로 우선 관객을 압도하는 배우다.  특유의 무표정과 날카로운 눈매는 그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스파이나 기자 역할을 잘 수행할 거란 느낌을 전해준다.  해결사 본드 역할에 익숙한 관객이 지적이긴 하지만 약간 나약해 보이는 기자 미카엘에 적응되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미카엘과 더불어 미스터리를 푸는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  얼굴 곳곳에 피어싱이라니?   몸 전체가 개성이다.  마치 개콘의 패션NO.5 에 비견되는 포스.   깡마른 바디,  마른 눈에 진한 눈화장은 섬뜩하다.  온 몸에 문신을 하고 히피룩을 즐기는 여자 해커.  사건을 맡으면 놀라운 집중력과 추리력으로 자료를 찾고 분석하는 뛰어난 능력을 소유한 여자.  단 한 번도 웃지 않는 이 주인공은 소설속에서 묘사된 등장인물의 성격과 외양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이야기.  루니 마라, 그녀는 스물 일곱의 신인으로 재벌가 출생에다 뉴욕대학교 심리학과를 나온 재원이란다.  이 영화가 19금 판정을 받은건 다 루니 마라 덕분인데, 그가 양갓집 귀수라니 ? 의외로다.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영화를 즐기지 않는 나같은 관객도 영화 내내 빠져들 수 있는 건 다 이런 이유다.   영화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풍경과 인물을 이렇게 적절히 배합한 영화를 찾기란 어렵다.   40년 전 살해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재벌가의 손녀는 할아버지 헨리크 방예르에게 평소 압화 된 꽃을 선물하곤 했다.  하지만, 아이가 실종 살해 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 이후에도 방예르에게 똑같은 방식의 선물들이 도착한다.   그리고 손녀를 잊지 못한 헨리크는 재벌 비리를 폭로하는 기사로 명예훼손 사건에 패소한 기자 미카엘을 자신의 자서전 대필자이자, 이 사건의 `사설 탐정'으로 고용한다.   재벌 가문의 유산 상속녀가 될 것이 확실한 손녀 하리에트는 누가, 왜, 어떻게 살해 했을까? 

 

영화는 이러한 미스터리를 푸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사건의 본질과 실체는 비교적 단순하다.  영화는 소설이 주는 긴장감과 흥미를 잠시도 놓지 않으면서 긴박하게 흘러간다.  러닝타임 158분은 그리 길지 않다.  피곤한 몸으로 관람석에 앉은 관객조차 잠시도 눈을 떼게 할 수 없는 장치들이란 역시 풍경과 인물에게서 오는 흥미로움이지 스토리가 주는 아니란 느낌을 받는다.  독특한 것은 이 영화의 포스터와 제목도 마찬가지다.   두 주인공 다니엘 크레이그와 루니 마라를 앞과 측면에 배치한 포스터는 그 자체로 미스터리다.   제목은 어떤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길 없다.  밀레니엄과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  포스터와 제목에서도 고도의 마케팅이 살아숨쉰다.  결국 그게 잘 먹혀들었는데 이것도 능력이지.

 

밀레니엄은 영화 속 미카엘이 소속된 신문사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라?  그들은 영화속에서 연쇄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나 성폭력범들을 가리킬까?  원작자가 3부작을 쓰고 요절했으니, 10부작에서 그리려한 것은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명작의 이런 요소가 독자와 관객의 흥미를 더 끄는 법이긴 하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이해되지 않는 설정들이 있다.  영화 초반과 후반의 이야기 흐름은 생략과 요약이 반복되며, 명확히 잡아내기 힘들게 해놨다.  감독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이러한 촬영 방식을 택한 듯 하다.  영화는 스토리로 미스터리를 말해야지만, 여러 씬들의 편집으로도 말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긴 한데, 영화를 다 보고 난후 원작을 뒤져보고 싶은 이 충동은 뭐지?

 

 

결국 영화는 현실의 미스터리를 차용하기 마련이다.  그게 소설이든 영화든, 모든 것의 바탕엔 `날것의 현실'이 있다.  이 영화도 스웨덴의 높은 성범죄를 바탕에 두고 있다.  요절한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은 스웨덴 사회의 정치,경제적 비리를 파헤친 작가였다고 한다.  그는 상시적인 암살위협에 노출되었다고 하는데 영화의 음산한 분위기는 그 때문일까?

 

한 편의 미스터리를 보며, 영화보다 더한 미스터리도 겪고 있는 시절을 되돌아본다.   국민 세금 14조원을 들여 깔아논 KTX 노선을 정부는 왜 투자한번 한적 없는 민간 토건 기업에 던져주시려는 걸까?  오늘자 <프레시안> 기사는 KTX 노선에 군침을 흘리는 민간의 수장들이 MB와 대학 동문이라는 기살 쏟아냈다.  선거를 앞두고 권력쟁탈전이 불을 튀기고, 디도스 사건으로 국가기관이 침탈을 당한 이 엄중한 시기에도 아량곳 없이, 국토부는 무슨 꿍꿍이로 대체,  운영권만 쥐면 백퍼센트 돈을 벌게 될 KTX 알짜 노선을 대기업에 기부할 요량인지 모르겠다.  국토부는 4대강을 진두지휘한 그곳?    또, 그것을 지시한 빅브라더의 의중이야말로 진정 이 시대의 미스터리 아닌감?   네 정체가 모냐 진짜?

 


 

 

개츠비의 영화읽기 20

201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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