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정봉주 - 나는꼼수다 2라운드 쌩토크: 더 가벼운 정치로 공중부양
정봉주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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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현상을 목격하는 경우가 있다.  나꼼수의 MC,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구속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그의 표면적인 죄명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고 4년 가까이를 끌어오던 재판은 작년 12월 21일 대법원이 1,2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하면서 그는 결국 구속되고 말았다.   나꼼수의 국민 깔데기, 노원구 공릉동을 지역기반으로 하며 `위대하고도 맑은 영혼의 소유자'라 자칭하던 그는 구속과 동시에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사실상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다.

 

세계 팟캐스트 순위 1위를 자랑하며, `나꼼수 돌풍'을 일으킨 4인방 가운데 한 명이 바로 그였다.  나꼼수에서 그는 유일한 정치인 출연자였다.  BBK 스나이퍼를 자칭하며 지난 대선 때, 그는 BBK 의혹을 제기했고 4년이 지난 지금,  그와 함께 의혹 제기에 앞장선 의원들은 모두 사면을 받았지만 그만 유일하게 이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고 피선거권까지 박탈당했다.   이를 두고 나꼼수의 영향력을 죽이려는 수작이 아닌가 의심들을 한다.   21세기 대명천지에 무고한 사람을 그것도 1년간이나 감옥에 보낼 수 있을까?   무죄가 심히 의심되는 그런 사람을 말이다. 그가 검찰청에 출두해 감옥에 입감 되던 날, 붉은 색 스카프를 두르고 검찰청 앞에 모인 그의 수많은 지지자들은 하나같이 외쳤다.  " 진실은 감옥에 가둘 수 없다' 고 말이다.   

 

정치인이 쓴 책은 되도록 읽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 나같은 독자들이 많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선거에 득이 될까 해서 많은 정치인들이 책을 낸다.  책을 본인들이 직접 쓰는지 의심스럽지만, 자화자찬이 가득하고 함량미달의 선거팜플렛 같은 서적은 선물이라도 받고 싶지 않다.  그런 내게 나꼼수에서 상시적 깔데기(자화자찬)를 들이대는 이분의 책을 구속되자마자 구입해 읽었다.  왜 그랬나?  정봉주가 무죄라는 확신 때문이다.  정봉주의 구속은 4년 전 매듭지어진 듯한 BBK 사건을 국민의 뇌리 속으로 다시 불러오는 기능을 했다고 본다.  그러니까, 이것은 정권의 자충수 ?

 

먹고 살기 바쁜 생활인이 대부분인 국민들은 사실 BBK 인지 비비큐인지 내 알 바 아니었다.  사실, 알고자 해도 사건이 너무 복잡했다.  등장인물도 한 두 명이 아니다.  대체, 이걸 알아서 내 생활에 득이 될 게 없다.  무슨 사건이 이렇게 복잡할 수가 있나?  하지만, 정치가 본래 꼼수라고 헷갈리는 이 정부 하에서 `국가가 수익모델'인 이 정권에서 `나꼼수'란 팟 캐스트 방송은 결국 초유의 `가카 헌정 방송'을 하기에 이른다.  4개 종편,YTN를 비롯한 모든 공중파를 접수한 정권하에 소위 뉴스라는 게 진실을 왜곡하고, 이슈의 곁가지만 다룬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보는 채널은 EBS다.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공정성을 잃은 방송은 이미 시청자에게 존재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한 찰나 나꼼수의 등장은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아, 수다는 본래 여자들의 전유물 아니었나?  하지만, 이들 4인방은 남성 수다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 어떤 방송에서도 이렇게 시원하게 국민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했다.  4명의 남자가 웃고 떠들고 시답짢은 수다를 주고받는 듯 하지만, 이들은 그 사이사이에 세상의 공식적인 뉴스와 언론이 다루지 않고 국민이 가장 듣고 싶은 진실을 들려주었다.  나꼼수라는 괴물 팟캐스트의 등장은 이 땅의 언론 현실이 얼마나 척박한지, 이 정권들어 인권과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퇴보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바로비터 아닌가?

 

그는 감옥에 갈 것을 예상했을까?  스스로 폭풍집필이라 평한 이 책에서 정봉주는 자신의 정치역정을 가감없이 들려준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역풍을 타고 당선된 `탄돌이' 의원으로서 그는 정치계를 잘 몰랐던 순박한 초선 의원이었다.  정치가 여,야 할 것 없이 계보로 이루어지고, 그 알량한 계보 없이는 그 어떤 유능한 젊은 정치인도 성장할 수 없다는 우리 정치 현실을 그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한다.  이 책의 가치는 무엇보다 BBK 사건의 본질을 그것의 최전선에서 파헤친 장본인에게 직접 듣는 데 있다.   그는 이 사건의 핵심과 진실이 무엇인지 추정과 추측이 아닌, 증거를 갖고 풀이한다.  요즘 초등학생이 얼마나 똑똑한가?  걔들도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다 알 정도의 사건이 BBK다.

 

"얼마 후 2007년 대선 직전, MB가 광운대에 가서 직접 강연한 내용의 동영상이 나와 다시 전세가 역전되었다. 동영상에서 MB는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지만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말도 안 되는 유명한 논평으로 이 사건을 덮었다. `설립했다고는 했지만 `내가'라는 주어가 없다'는 논평이었다. 실소만 나올 뿐이었다.  이후 나경원 대변인은 `주어 경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검찰이 이 논평을 믿었는지 아니면 국민이 동의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수많은 연관성을 말해주는 자료들에도 MB와 BBK는 관련이 없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BBK 사건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달려라 정봉주>, p.229

 

명백한 증거와 상당한 의심과 분명한 꼼수가 BBK 사건에는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주가조작이며, 분명한 피해자도 존재한다. 그것도 수천명의 개미 투자자들이다.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은 큰 죄이다.  금전적인 피해를 불러왔다는 것도 그렇지만, 자본주의의 근본인 신뢰를 흔드는 범죄행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한 정봉주 의원은 대법원의 최종심에서 1년의 실형을 언도받았다.  상식을 뒤엎는 이 판결 하지만 우린 안다.  재판이 항상 정의롭지는 못했음을.  우리 현대사를 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승만, 박정희 독재 정권 하에서 법원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사법살인을 저지른다.

 

1959년 7월 31일 이승만의 정적이었던 독립운동가 죽산 조봉암 진보당 당수가 사형을 언도받는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에 이어 2위를 차지하던 그를 독재자 이승만은 간첩 혐의를 씌워 사형시킨다.  52년이 지나서야 우리 대법원은 재심을 통해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974년 독재자 박정희 정권은 중앙정보부를 시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23명을 구속 기속했고,  법원은 이 중 8명에게는 사형, 15명에게는 무기징역 및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하는 인혁당 사건을 일으킨다.  역시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 조사 결과 이들의 범죄 혐의는 모두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모두 무죄나 면소(기소 면제) 판결을 받았다.  정봉주의 재판이 훗날 어떻게 평가받을지 두고볼 일이다.

 

정봉주는 명랑한 정치인이다. 그는 입감되는 날, 검찰청사 앞 현장에 모인 수천명의 지지자들에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 지역기반에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그 지역기반을 옮기고 있는,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 치명적인 매력의 남자, 위대한  정치인, 21세기 융합시대의 융합 지도자..."  그의 깔데기 언설이 계속되는 동안 객석도 함께 호흥하고 웃고 떠들었다. 구속을 앞두고, 우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웃고 있었다.  마치 축제 같았다.  그날 KBS 9시 뉴스는 단 10초에 걸쳐 그의 입감 소식을 알렸다. 그것도 뉴스가 시작되고 35분이 지나서야...?

 

광장에 모인 나꼼수의 4인방과 그 관객들의 웃음과 유머를 두려워하는 자들이 있다.  그 두려움에 떠는 자들은 뭔가 켕기는 게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그가 감옥에서 나올즘이면 울면서 감옥으로 직행하지 않겠는가 `졸~라' 추정 된다.   그것이 곧 정의라 확신하는 바이다!   진실은 어떤 순간에도 감옥에 가둘 수 없다.  진실은 지금 국민의 머리속을 배회하고 있다. 

 

 

 

 

 

 

 

201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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