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속고 있는 28가지 재테크의 비밀 - 현 자산관리사가 폭로하는 금융사의 실체와 진짜 부자 되는 법
박창모 지음 / 알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이런 책 제목 딱 질색이다.  책 제목은 좀 은유적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님 고상하던지. 이렇게 직설적으로 내부고발자라도 되는 척 드러내 놓는다는건 책 제목에서 또다른 음모(?)를 유추하게 한다.  이 책을 통해 돈좀 벌어보겠다?  이유야 어쨌든 별 다섯개를 주고픈 책이다.   세상사 모두가 그렇듯이 돈이 얽히는 세계엔 피도 눈물도 없는 법이다.  속고, 속이는 건 투전판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게 말끔하고 공정한 일상의 금융거래일 수도 있다,는 상식을 이 책은 가르친다. 

현직 자산관리사로 자신을 밝힌 지은이 박창모는 네이버 카페 `자산관리는 거북이처럼'의 운영자다.  이제 지은이가 자신의 이력을 바탕으로 금융업계가 어떻게 당신의 돈을 정당하게(?) 갈취하는지 알려주겠다고 선포한다. 그런 호언장담은 믿음이 가지 않지만, 책을 읽어갈 수록 머리가 복잡해짐은 어쩔 수 없다.  내가 넣은 보험, 연금, 적금 등이 어쩌면 금융업자의 영업전략에 말려든 결과물일지도 모른단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그런 불쾌한 의심은 안타깝게도 책장을 덮은 후 확신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럼에도 저자의 이야기는 생소한 것이 아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금융업자의 본심과 선량한 미소를 구별하는 일이다.  그리고 당신에게 다가온 모든 금융업자는 본질적으로 선량한 척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회사로 금융상품을 팔기 위해 찾아오는 그 말끔한 금융업자들을 보라.  마치 당신에게 일확천금을 안기겠다는 의지나 당장에 부자가 될 수 있는 놀라운 상품을 소개하겠다는 태도로 가득하지 않은가?  그리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보험 혹은 저축성 보험 상품을 팔러 다니는 그 금융잡상인의 감언이설에 속아, 오늘도 운영기간이 거의 직장인 수명에 가까운 상품에 덜컹 사인하고 만다.  

나도 그랬고 당신도 그랬다. 이제, 이 책을 읽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저자는 직장 초년생에게 무척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돈을 벌기 위한 첫걸음은 재테크에 있지 않다.  돈관리에 있다.   그래서 지은이가 주장하는 것은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완벽한 현금흐름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이다.  

새나가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저자는 통장을 세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나의 통장을 사용하면 무엇이 나쁠까?  월말에 고정 지출되는 돈까지도 여유자금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있다. 급여로 들어왔다 바로 나가는 돈은 내돈은 아닌 것이다. 자동이체일이 급여일 이후라면 이런 가능성은 충분하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신용카드를 버려라.  대신 체크카드를 사용할 것이며 잔액통보는 SMS로 연계시켜라.  신용카드의 편리함과 다양한 혜택이 아깝다고?  신용카드사가 노리는 것이 바로 이 두가지다.  지갑에 든 신용카드는 언제든 확 긁어버릴 수 있다.  다양한 혜택의 기십배가 한순간 사라진다.  술이 깨면 내가 왜 긁었나?  의아하지. 

이 책의 하일라이트로 넘어가자. 챕터 제목이 `빛 좋은 개살구, 비과세 저축보험의 정체'다.  요즘 가는곳마다 이 상품을 추천한다.  근데 이게 빛좋은 개살구라?  저축보험을 팔러온 금융잡상인은 이렇게 읊퍼댄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아서 좋고, 더군다나 복리로 운영되서 좋고, 10년 이상만 넣으면 비과세로 세금이 한푼도 없다.  노후 자금으로 30만원 정도 넣으시면 좋죠?  그리고 고객이 혹해서 사인이 끝나고 나면 지나가는 소리로 짧게 말한다. 사업비가 있고(몇% 라고 말하지 않는다),  10년 안에 찾으시면 손해입니다.  맞다. 이 상품 사업비가 무려 10%다.  매달 넣는 불입금 가운데 10%를 7년간 뗀다. 그러니까 30만원을 넣으면 실제로 27만원만 적립되는 것이다. 10%를 지고 들어가는데 어떻게 비과세로 그걸 따라잡겠다는건지, 저자는 `도적놈들'이란 과격한 표현까지 쓰신다.  7년안에 해지하면 해약금이 원금보다 적다.  10년간 불입하면 되지 않냐고?  10년간 예,적금을 운용했을때 오히려 예,적금의 수익률이 더 높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하고 나면 도대체 금융업자들의 정체가 의심스러워진다.   

직장초년 시절, 무료재무설계를 내세우며 접근하는 보험설계사들을 많이 만난다.  하나같이 깔끔한 용모와 매너, 친절함이 그득한 그들은 누구일까?  그간 넣은 보험상품이나 재테크에 대해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었던 그녀들.  몇 년이 지난 후 보면 그녀들이 추천한 상품에 한 두개씩은 가입해 있곤한다.   이 책은 무료 재무설계를 내세우며 당신에게 접근하는 그들의 영업전략을 놀랍도록 상세히 적고 있다.  친절함 속에 날카로운 비수 하나씩을 품고 당신에게 접근했던 것을 알게 되리라.  교과서적인 영업 메뉴얼대로 그들은 친절, 친교, 설득, 가입이란 단계를 거쳐 당신에게 금융 상품을 팔아먹었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는 속속들이 알려준다.  

문제는 그들이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 상품 (싸고, 질좋은)을 판 것이 아니라, 설계사 수당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설계사와 그 회사에 득이되는) 상품을 당신에게 팔아먹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변액유니버설보험'이나 `종신보험' 같은 것이다.  저자는 변액유니버셜보험을 보험설계사의 희망으로 비유한다. 희망=꿈?  보험이기에 적립금 가운데 사업비를 떼이고, 해약환급금은 일정 기간 동안 원금보다 적으며,  펀드와 연계되다보니 수익이 반토막 날 수도 있는데,  설계사는 절세효과와 고수익과 노후자금 마련을 이유로 고객을 설득한다. 이유는 단 한가지?  설계사 수당이 다른 상품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많기 때문이다.  종신보험도 마찬가지다.  쓸데없이 보장기간을 길게 잡고 특약을 많이 넣어 효율성이 높은 정기보험보다는 비싼 상품인 종신보험을 팔아먹는 것이다.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금융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금융산업의 본질은 착취산업이라고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금융기관의 실적은 고객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수수료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 금융기간과 고객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새롭게 출시되는 상품들은 고객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대우해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합리적으로 교묘하게 고객의 돈을 착취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물일 뿐이다. "  p.298 

의심은 가는데 물증이 없어 애매한 경우가 있다.  금융상품을 팔아치우는 업자들의 본심은 그들의 선량한 미소속에 감추어져 있다. 우리는 지금껏, 그들의 말끔한 용모와 매너에 속아 그들의 본심과 본질을 놓치고 말았다. 그들은 우리을 통해 돈을 벌고자 했던 것이다. 보다 많은 상품을 높은 가격에 팔아먹어야 그들은 돈을 벌고, 행복해질 수 있었던 거였다.  우리는 그들이 건네는 친절과 사탕발림의 본질을 애써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려 했다.  이제는 그러지 말자.   그들이 걸으면 달리고, 그들이 달리면 날자.  이것이 인정사정볼것 없는 재테크의 세계다.  

지금껏 읽은 재테크 서적이 몇 권 되지 않는다.  재테크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던 적이 있다. 난 위험한 투자는 안했으니까.  난 주식투자는 안하니까, 스스로 안심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했다.  알게 모르게, 수많은 유혹과 사기의 손길이 여기저기서 무지한 우리의 돈을 노리고 있었다.  정체가 불분명하고, 애프터서비스가 의심스럽고, 질이 애매한 상품을 팔아먹고 다니는 자를 `잡상인'이라 부른다.  우리가 회사에서, 집에서, 누군가의 권유와 소개로, 만나게 되는 그 금융업자들은 그저 `금융잡상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금융상품은 내가 속속들이 알고 가입하는 것이지 권유와 설득으로 가입하는 것이 아님을 이 책은 가르친다.    그러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속이는 자만큼 속아넘어가는 자도 나쁘다.  그들은 앎에 게을렀기 때문이다.


201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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