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가 온다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대개 물건을 살때 아내와 나는 좀 다른 견해를 갖는다.  아내가 가격과 실용성에 비중을 두는 반면, 나는 무엇보다 디자인을 우선한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디자인이 좋다면, 매번 오케이하는 쪽은 나다.  남자들의 장난감이라 부를 수 있는 자동차를 보자.  신차가 발표될때면, 내가 보는 것은 그 차의 실용성이나 첨단기능 보다는 차의 전체적인 모양새,  즉 디자인이다.  물론 첨단기능이 뭐가 추가됐는지 보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기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디자인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내가 과연 그 차를 선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것은 전자제품을 살 때나 책 한 권을 고를때까지도 마찬가지다.  물론 지금껏 책은 내용이나 작가를 보고 샀지만,  책 표지가 예쁘면 내용이 실망스러워도 크게 손해봤단 생각은 안 들것 같다.  책이란 장식적 기능도 갖는 거니까.  서점을 가끔 둘러볼때가 있는데, 나의 발길을 `일단' 잡는 것은 책제목과 표지 디자인이다. 

이런 디자인 우선적인 시각은 나의 독특한 성향 때문일까?  그런건 아닌것 같다.  모든 상품의 기능적 차이는 좁혀지고 있다.   후진국은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고 있다.  선,후진국간 기술격차는 많이 해소되었다.   이제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 그러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보다 기발한 디자인이다.  현대차 YF소나타를 예로 들어보자.  내 시각으론 YF소나타는 기능적인 면에서 오히려 후퇴했다는 느낌이 든다.  낮게 깔리는 유선형의 지붕을 갖는 바람에, 키가 큰 사람이 뒷 좌석에 앉을 땐 머리가 차의 지붕에 닿는다는 얘기가 있었다.  또한 초기 출시 때, 작은 결함으로 리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도로에 나가보면 이 차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많이 팔렸다는 것이다.   이 차의 디자인은 중형 승용차 가운데 가장 독특한 것이다.  디자인이 실용성을 대체하면서,  많은 남자들이 이 독특한 디자인의 자동차가 풍기는 분위기에 반하여 차를 구입한다.  

산업화 시대는 대량생산으로 상품의 가격을 낮추고, 고품질로 고객에게 신뢰를 얻어야 상품을 잘 팔 수 있었다.  6시그마 운동처럼 상품의 결함률을 최저로 낮추려는 경영기법들이 기업에 전수되었고,  무엇보다 중시한 것은 기술력과 품질이었다.  현대 정보화 시대는 하나의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지식근로자들이 대우받은 시대였다.  비상한 머리는 높은 IQ로 무장했고, MBA를 가진 경제 전문가들은 회사에서 대우받았다.  수리 능력이 뛰어난  컴퓨터 프로그래머처럼, 정보화 시대를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을 사회는 중요시 했다.  그들의 높은 성과는 좌뇌의 계산적 지능에 기반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미국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정보통신 계통의 지식근로자들은 한 해 연봉이 수십만달러에 이르렀다.  변호사들은 법률 문서 하나를 대필해주는 것만으로도 먹고 살만한 돈을 벌어들였다. 그런데, 최근에 접근불가할 것이라 여겨지던 이들 지식근로자의 업종에 활발한 아웃소싱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도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빠르게 미국의 고연봉 지식근로자들을 대체하고, 인도의 법조인들이 미국의 법률서비스에 진출함으로써, 가격파괴를 앞장선다.   

다니엘 핑그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 A Whole New Mind>에서 이 주목할만한 현상을 세가지 개념으로 풀이한다. "풍요,아시아,자동화"라는 것이다.  풍요로움의 시대에 고객이 선택하는 서비스는 사소한 `차이'에 기반한다.   공교롭게도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이다.  그간 대우받았던 계산적인 지능이 뛰어난 지식근로자들을 아시아의 값싼 지식 노동자가 대체함으로써,  고액연봉을 받던 선진국의 근로자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법조인처럼 정보독점으로 고수익을 누리던 직종은 이제 법률서비스의 원거리 자동화라는 과정을 통해 기계에게 일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좌뇌중심의 지식근로자들의 시대가 가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다이엘 핑크는 이 혁신적인 변화의 시대를 맞으면서 미래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인재상을 이 책에서 6가지 테마로 묶어 설명한다. 그걸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비선형적, 직관적, 전체론적 능력을 소유한 우뇌 중심형 인간의 탄생이라 부를 만 하다. 

우리의 두뇌는 크게 두 개의 반구로 나뉜다.  좌뇌와 우뇌가 그것이다.   좌뇌가 순차적,논리적,분석적인 기능을 갖는반면, 우뇌는 비선형적,직관적,감성적이다.  지금껏 세상은 좌뇌 중심형 인간이 이끌었고, 대우받던 시대였다.   모든 학교 시험은 좌뇌 중심형 인간에게 맞춰져 있었다.   수리능력과 암기능력에 기반한 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은 다른 이들보다 계산적인 문제 풀이를 더 잘 할 수 있어야 경쟁 사회의 상위층을 점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량 생산과 기계화, 정보화 과정을 거치며 수리적인 문제는 사람보다 컴퓨터가 더 잘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는 컴퓨터처럼 일처리를 빨리, 정확히, 잘 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다. 아니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높은 상상력과 뛰어난 감수성으로 무장하고, 다른 이들이 볼 수 없고, 흉내낼 수 없는 물건을 디자인하거나, 세상에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이야기와 상품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인재를 찾게 된 것이다.  세상엔 지금 명석한 인간이 아닌 창의적 인재가 부족하다.  즉, 예술적인 감각을 지닌 창재(창의적 인재)가 긴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다니엘 핑크는 이 책에서 미래를 하이컨셉과 하이터치의 시대로 명명하고,  미래 인재의 6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하이컨셉이나 하이터치는 모두 우뇌속에 담긴 인간의 예술적인 감각, 감수성을 상징하는 단어다.  

디자인   - 하이컨셉 시대의 핵심 능력
스토리   - 소비자를 움직이는 제3의 감성
조화      -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성의 원천
공감      - 디자인의 필수 요소
놀이     - 호모 루덴스의 진화
의미     -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원동력

" 하이컨셉은 패턴과 기회를 감지하고, 예술적 미와 감정의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며, 훌륭한 이야기를 창출해 내고, 언뜻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과 관계가 있다.  하이터치란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잘 유도해 내고, 목적과 의미를 발견해 이를 추구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 "   14p. <새로운 미래가 온다>, 다니엘 핑크

이 책을 읽으면서 요즘 회사의 분위기가 데자뷰 현상처럼 아른 거렸다.   갑자기 회사가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고객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이 지긋한 상사들이 어렵게 스토리텔링의 작문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이들이 쓴 글 몇 편을 공교롭게 내가 `감수'한 일이 있었다.   작년에 사내 공모전에서 상을 받게 된 이후에 가끔 이런 일이 내게 맡겨진다.   평소 글을 잘 써보지 않고, 책도 잘 읽을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써낸 글은 맞춤법과 어법이 엉망이었다.  그들의 사내 업무 추진력은 내가 보기에도 대단한 것이다.  대중을 사로잡을만한 위엄과 품위를 지니고 뛰어난 연설능력을 갖춘 분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들이 쓴 글엔 구어와 문어의 혼란이 가득했고, 상상력의 빈곤을 피할 순 없었다.  그들이 받은 교육이 좌뇌 중심형 교육이고, 그들이 회사에서 지난 수십년간 요구받았던 능력또한 수치로 환산 가능한 성과물일 것이다.  그러하니, 그러한 성향이 글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이끌 인재의 기본 요건은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잘 쓰는 인재임이 분명하다.  하이컨셉과 하이터치는 먼저 인간의 글 속에서 풍겨져 나와야 한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감수성 훈련에 도움이 줄 테니까. 

안타깝게도, 사교육이 만발한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들은 지금 이 시간도 좌뇌를 혹사시키는 교육을 받고, 수능 문제 하나를 더 풀어,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들이 궁극적으로 소망하는 직업또한 의사나 변호사 등 천편일률적이다.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내듯 우리의 교육은 미래엔 쓸모없는 인재를 양산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다니엘 핑크는 이 책에서 의미심장한 이야길 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적 현상들을 반영한 것이다.  MBA를 위해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하기는 UCLA 예술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하버드 MBA 과정의 합격률이 약 10% 인 반면, UCLA 예술대학원의 합격률은 겨우 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MBA라는게 그저 공부만 잘하면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예술대학원이란 예술적 감각이나 재능이 없으면 진학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희귀성의 측면에서 MBA를 앞지르는건 MFA임이 자명하다.   과거 MBA를 갖고 있는 이들은 회사의 최고 엘리트로 대우받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 업계에서 MBA보다는 MFA(Masters in Fine Arts, 미술학 석사학위)가 더 대우받고 있다.  회사는 이제 예술적인 감각을 지닌 인재를 더 선호한다.  계산적인 능력이 뛰어난 인재는 흔하다.  그러나 감성적인 능력이 풍부한 인재는 찾기가 어렵다.  우리 주위에 공부잘하는 아이는 널려있지만,  미술이나 문학적 소질이 있는 아이란 흔치 않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니엘 핑크는 대량 생산, 아웃소싱,정보화,풍요로움을 지나온 미래의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선, 감성적인 상품을 내놓아야 하고 그것을 잘 할 수 있는 인재란 MBA가 아닌 MFA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MFA를 가진 인재는 물론 우뇌형 인간이다. 

"동시에 기업들은 공급 과잉의 시대에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다른 상품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예술가의 하이컨셉 재능을 경영대학원 졸업자들의 좌뇌형 기술보다 귀중한 가치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p.85  

저자의 예언은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그의 예언과 정 반대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우린 학교에서 미래 인재가 아닌, 과거 인재를 키우고 있다.  예전에 아이들이 커서, 작가가 된다거나 그림을 그리겠다거나 하면 부모들은 밥굶기에 딱 적당한 직업이라며 두손 두발 들고 말렸다.  훗날 이같은 풍속은 바뀔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도 작가가 되겠다고 하면, 부모들은 흥쾌히 예스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니엘 핑크의 예언이 맞다면 가까운 미래엔 작가나 예술가가 가장 크게 대우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들의 창의성이란 단시간내에 흉내낼 수 없는 재능이다.  꾸준히 감성적인 인간으로 교육받고, 오랜 수련을 거쳐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족집게 강의가 수능에는 고득점을 얻게해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돌덩이같은 무딘 인간을 감성적인 인간으로 일순간 변신케 할 순 없다. 그러한 면에서 교육자체에 사고 전환이 요구된다.  

"정보화 시대에서 하이컨셉 시대로 이동하면서, 좌뇌 중심적 사고에서 우뇌 중심적 사고로 이동해 가는 것, 논리와 분석적 사고에 예술과 감정을 불어넣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중요하다.  빅터 프랭클이 우리에게 말했듯이 이상적인 삶은 두려움 속에서 치즈를 추구하는 삶이 아니다.  그보다는 여행 자체가 목적인 라비린스와 더욱 비슷할 것이다."  p. 246  

다니엘 핑크가 미래 인재의 요건으로 내건 6가지 재능은 모두가 지금껏 소홀히 생각해 왔던 것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사람들은 남과 공감하는 능력, 돈이 되지 않은 이야기를 창조하는 능력,  삶의 여유와 기쁨을 만드는 놀이, 종교적이건,철학적이건 우리 삶의 목표에 닿아 있는 의미의 추구를 멀리해 왔다.  경쟁 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해선, 뭔가 실적이 필요했고 그것은 쉽게 수치화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세상은 이제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  비지니스의 세계에서조차 고객의 감성을 자극해야 물건이 팔리는 세상이 찾아온 것이다.  다니엘 핑크가 미래 인재의 요건으로 내건 6가지 요건을 갖춘 인간은 전인적 인간이다.  그것은 좌뇌와 우뇌 모두를 쓸 줄 아는 ` A Whole New Mind ' 를 가진 인간이다.  

그간 인류의 문명은 좌뇌의 이성적 기능에 의탁해 과학기술을 발전시켰고, 산업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이제 인류는 방치해둔 우뇌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모든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이 예술가들로만 구성된다면, 이 세상에 전쟁과 살육이란 우둔한 역사는 더이상 반복되진 않을 거란 얘기가 있다.   남과 내가 다르지 않고, 세상이 모두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아래서 우리는 조화로운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타인의 기쁨과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란 수능 문제 한 두개를 더 풀어 낼 수 있는 계산적 지능에 비할 바가 아닌, 고귀한 인간만의 재능이요, 가치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선물한 두뇌 모두를 조화롭게 쓸 수 있는 인간이 전인적 인간이다.  그는 영혼의 절름발이가 아닌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들이 지배하는 미래는, 진정 새로운 미래일 것이다.
 

 

2010. 3.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