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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라이터 - 대한민국 베스트 여행작가들이 공개하는 여행.글.사진의 트리플 노하우
박동식 외 지음 / 시공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뭐든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우리 삶의 블루오션은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 블루오션에서 황금을 건져올리는 것도 조그만한 용기에서 시작된다. 타고난 재능이나, 풍부한 자금도 그리 중요치 않다. 삶은 단순한 것이다. 특히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여행자에겐 용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 지참물이다. 여행기를 읽을 땐 항상 생각한다. 언젠가 나도 떠날 것이다. 주문처럼 마음 깊숙한 곳에서 새어나오는 다짐은 매번 똑같다. 그러나 나는 아직 떠나지 못했고, 언제 그들처럼 용기있고, 자유롭게 배낭을 꾸릴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고서 칸트처럼 일평생 자신이 살았던 마을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있었음을 상기한다. 중요한 것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떠남으로서 우리가 얻게 되는 무엇이 아닐까?
<슈퍼라이터>는 4명의 여행작가가 자신이 걸어온 여행을 기록하고, 찍는, 작가로서의 삶을 소개한 책이다. 여행은 직업인에겐 휴식의 개념이긴 하지만, 그들에겐 첫째 의미가 생계수단이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 우리의 일은 재밌거나 즐거워서 하는게 아닐 수도 있지만, 그들은 여행을 좋아하고 그것을 통해 생을 꾸린다. 더군다나 자신의 일을 모두 다 사랑하고, 더 잘 하고 최고가 되기 위해 모든걸 걸고 노력한다. 싱거운 월급쟁이 직장인이 상상할 수 없는 일과 삶이다.
여행작가, 여행가, 포토그래퍼, 등 이들의 직함은 그럴 듯 하게 세련되고, 멋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나니 그게 몹시도 피상적인 느낌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들은 화려한 직함과는 다르게, 그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 처절한 노력과 삶을 견뎌내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신종플루 여파 전까지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은 국가 무역적자에 일조할만큼 붐을 이뤘다. 이제, 누구나 `쓸 만큼의 돈, 머물 만큼의 시간, 떠날 만큼의 용기'만 있다면 해외 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산다. 외국을 드나드는 일은 더이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만큼 희귀한 체험은 아니다. 그러니 경쟁이 이곳에도 움트기 시작한다.
블러그 등 개인 미디어의 발전으로 이제 인터넷에는 수많은 국내,국외 여행기와 사진들이 넘쳐난다. 진정 여행작가로서 살아가는 이들에겐 이러한 붐 자체가 그리 반가울 것도 없다. 여행기 출판 시장은 좀 더 벽이 높아지고, 컨텐츠의 충실성과 독창성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그 비좁은 업계에서 이들은 자신만의 색깔과 개성, 열정을 바탕으로 여행작가로 당당히 이 시대를 걸어오고 있다. 이러한 배짱과 용기가 바로 평범하게 똑같은 하늘밑에 갖혀 살아가는 우리와 여행작가들을 가르는 차이점이다. 비록, 경제적인 궁핍함을 예상하면서도 그들의 삶이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에는 4명의 여행 작가들의 삶과 역경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리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때론 불안정한 미래가 걱정되기도 하다고, 토로한다. 일이 곧 여행인 이들 작가들에겐 여행지가 그들이 생과 맞닿아 치르는 험난한 싸움터가 되기도 한다. 여행지에는 예상키 어려운 수많은 난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 모든 것들에도 그들을 여행작가로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천성적인 방랑기나 평생 한곳에 정착하지 못할 역마살의 기운인가 ? 이들 여행작가 4명은 여행을 위해 잘 나가던 직장을 포기하고, 안정된 생활에 대한 미련을 일찍 버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때론 떠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이 모이면 다시 모든걸 팽개치고 배낭과 카메라를 챙긴다. 여행은 그들이 이 세상에서 찾은 가장 훌륭한 직업이며, 생계 수단이다. 쓸만한 직업과 생계수단은 때론 목숨과도 같은것이기에, 그것과 맞바꾼 자유로운 삶은 얼마나 크고 높은 가치를 지닌것인가?
"하지만 여행이 깊어갈수록 분명해지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아파트 평수나 연봉이 아니라 매 순간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일에 가치를 두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선명해졌다. 사람들이 정한 시간표에 꼭 맞춰 살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기 시작할 때 이미 내 발은 그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슈퍼 라이터>, p,163, 조현숙
여행작가는 빛좋은 개살구인가 ? 누구나 현재의 직장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대개의 일상이란 인간을 기계 부속품의 일부분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기계란 반복해 돌아가야 하는게 첫째 매카니즘 아닌가? 찾아온 휴일, 찌든 피로에 정신줄 놓다보면 정작 늦은 브런치를 먹고, 내려앉는 하루 해를 안타깝게 지켜보아야 한다. 그것이 직장인의 평준화된 자화상이다. 우리는 자유, 즉 시간을 팔아 빵을 살 돈을 번다. 요즘같이 제대로 된 직장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운 시절은 여러가지 불안감이 직장인을 엄습해온다. 여기서 밀리면, 벼랑인데 라는 일종의 공포증이 직장인의 자유를 좀더 좀먹고 있는 시절이다.
그러니 자유로운 정신을 추구하는 작가들에겐 직장인이야말로 빛좋은 개살구다. 그들에게 여행은 생을 숨쉬게 하는 공기같은 것이다. 공기없이 인간이 살 수 없듯이, 그들에게 여행은 오래된 외투처럼 몸에 맞고 즐거운 생의 도락이다. 이 책에 소개된 4명의 여행작가는 하나같이 경제적 여유를 누리고 있진 않다. 허나, 자기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둔 세상에서 직업만족도가 가장 높은 부류의 사람들이다. 그 만족도는 직업뿐만 아니라 생의 만족도 높일 것이다. 부러울 수밖에.
내 방에는 두 대의 카메라가 놓여 있다. 큰 맘 먹고 샀던 캐논사의 DSLR 카메라와 똑딱이 디카. 아무래도 저들을 볼 때마다 미안하다. 주인을 잘못만나 제 역량을 맘껏 발휘해 볼 기회도 찾질 못하고, 방 한 구석에 쳐박힌지 기삼년이다. 이 책에 수록된 저 이국의 사진들을 바라보며, 내 카메라에 미안한 감정이 가득하다. 여행작가의 손과 눈, 발이 합심하여 잡아낸 풍경과 인물들을 쳐다보며, 생이 이렇게 아름답고 다채롭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 사진들을 보면 이들이 여행에 생을 내맺긴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된다. 내 삶의 터전인 이 도시 근교에는 전국에서 발품을 팔아 올만한 관광지들이 넘쳐난다. 문화와 역사가 오랜 시간의 세례를 받고, 그 자체로 빛을 발산하고 있는 저 보물같은 풍경들에도 나는 한참을 무심했구나.
"몇 년만 더 다니면 해외 지사에 파견 나갈 수도 있었고 평상시에도 할인표가 나와서 여행하기에는 정말 좋은 직장이었다. 몇 달을 망설였으나, 결국 사표를 내기로 결심했다. 즐기고 돌아오는 짧은 여행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사건들이 매일 매일 축제처럼 터지는 `삶의 모험'을 원했기 때문이다." <슈퍼 라이터>, p,314, 이지상
이 책의 제목이 왜 슈퍼라이터Super Writer일까? 여행작가로서 글과 사진 모두에 능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떠날 수 있듯이, 누구나 여행작가로 살아갈 수 있다. 꼭 직장을 내팽겨쳐야 하는건 아니다. 전업작가로 클 만한 능력이 되지 못하더라도, 여행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화려한 왕관을 씌어줄 것이다. 현실이 고달프다면, 여행은 그 여행지에서 만난 삶또한 고달프기 마련이란 진실을 알려줄 것이다. 이 책은 내게 용기를 건내준다. 이 4명의 열혈 여행작가님들의 패기와 자유의 정신을 수혈받는 기분이었다. 이 책이 내 옆구리를 찌른다. 휴일날 브런치는 그만먹어야 겠다. 블러그와 성능좋은 카메라 그리고 내 사랑스런 애마가 저 아파트 주차장에 하루종일 버려져 있다. 흰 색의 차 윗 본넷에 붉은 낙엽이 스잔히 휫날린다. 아, 보기 민망하구나.
4명의 여행가, 사진가의 열정적인 여행 작가로서의 삶을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생이 이렇게 아름답고 생기로울 수 있나를 깨닫게 해준, 이 평화롭고, 권태로운 일상에, 한 명의 구원투수처럼 나타난 이 책을 칭찬해주고 싶다. 프로 작가들의 글 뿐만 아니라 그들의 열정, 성실함, 열혈인생에 훌륭한 사진들까지 보고 느낄게 많은 책이다.

200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