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법칙 - 명품 인생을 만드는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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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모든게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는 1년 뒤를 내다보기가 무척 어렵다.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치여, 1년을 하루처럼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신의 직업과 삶안에 갖혀 미래가 아닌 현재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야는 좁다.  이들의 성실함은 높이 사줄만 하지만, 인생을 넓고 멀리 보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순간 전망과 비전없는 인생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10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러나 그 시간은 생각하기에 따라, 몹시도 짧은 시간이 될 수 있다.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려놓지 않는다면 그 10년동안 우리는 언제나 제자리 걸음만 할게 분명하다. 어떻게 준비하고 시작하는가에 따라 10년 후 내 인생은 명품과 폐품으로 나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나이가 어딘가에 상관없이 앞으로의 10년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공병호 경영 연구소 소장은 <명품 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이란 저서에서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우리 시대를 대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10년 법칙을 내걸었다. 10년 법칙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성취와 성과를 이루기 위해 최소 10년의 지속적이고 정교한 훈련"이 필요함을 말한다.

정교한 훈련은 곧 전문가로 도약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연습'을 의미한다. 1946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이작 펄만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된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핵심이 되는 말을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연습(practice)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 언급한 적이 있다. 

공병호 소장은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작가로서의 능력은 그야말로 연습의 산물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학창 시절 특별한 훈련을 받은 것은 아니다.  논술이나 글짓기, 작문에 대해 특별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15년 전부터 원고지 10장, 즉 2,000자를 쓰는 훈련이 오늘날 작가로서의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공병호, <10년법칙> p.57

10년 법칙은 뇌과학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는 뇌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얘기하면서 단적으로 `사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잃게 된다'라고 뇌의 특성을 요약한다.  뇌는 적절히 쓰면 쓸수록 좋아지며 사용하지 않은 회로는 사라지게 된다. 심지어 노령에도 자극받은 뇌는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치매같은 질환 예방 효과를 낳게 된다.  즉 꾸준한 뇌의 자극이 "기존의 신경회로망을 좁은 도로에서 사통팔달(四通八達 )의 대로"로 바꾸게 된다.  전문가가 되는 길은 이 뇌의 신경 회로망을 확장하는 일이다.

10년간의 지속적인 뇌 자극이 한 분야의 전문가로 대성하는 지름길이다.  왜 전문가로 성장해야 하는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할 수도 있겠다.  CEO들의 멘토였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1969년 출간된 저서 <단절의 시대>에서 최초로 `지식 근로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오늘날 `지식경영'이나 `지식근로자'라는 용어는 보통명사가 되었지만, 그 당시는 몹시 생소한 말이었다.  그는 또한 미래 사회가 지식 기반 사회가 될 것으로 예언한 바 있다.  그는 21세기 근로자의 존재 조건을 지식에 두었다. 왜 그랬을까?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유수 기업의 평균 수명이 30년밖에 되지 않으며 반대로 근로자의 수명은 점점더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평생 직장이란 개념은 20세기에 이미 무너져 내렸다.  신자유주의 바람을 타고, 생존을 위협받은 기업들은 평생 고용이란 개념을 파괴하고, 노동 유연성을 강화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가치사슬에서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자신을 차별화 할 수 없는 노동자는" 존립 기반 자체를 잃게 된다.  이 차별화와 가치 사슬의 상위 레벨을 점유하기 위해 평범한 직업인은 전문가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소속돼 있다고 지금의 안정감을 향유하는 일은 공병호나 피터 드러커의 미래지향적 안목에 비춰보면,  벼랑끝 부러지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그 잎사귀에 묻은 꿀을 핥아 먹는 일처럼 어리석은 짓이다.  꿀의 단맛에 취해 일순간 행복하겠지만 나뭇가지가 부러져 목숨을 잃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꿀을 먹을게 아니라 부러지는 나뭇가지를 잡고 벼랑끝을 벗어날 궁리부터 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병호 소장이 얘기하는 10년 법칙의 핵심과 그 전략은 무엇인가?

그는 우선 현재의 삶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환경이 열악하다고 불평불만 할것이 아니다. "환경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 세상 그 누구도 나를 도와줄 수 없으며, 내가 한 선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의 냉엄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위한 투자에 나서자. 공병호 소장은 기업의 연구원으로 있다가 경영자로 자립한 경험을 얘기하면서, 끝없는 자기 개발의 과정을 이렇게 회고한다.

"나는 경영자로서 내 연구소를 단시간 내에 국내 어느 곳에서도 관찰할 수 없는 곳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와중에서도 나 개인의 역량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경영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나란 사람은 무엇인가? 나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는 일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공병호, <10년법칙> p.31

그는 또 `어느 분야에서나 무엇을 하고 있든 간에 10년 전후의 집중적인 선행 학습이나 경험, 투자와 같은 정교하고 집요한 노력을 행하지 않는다면, 그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 되기 힘들다'라는 말로, 10년 법칙의 핵심을 요약한다.  또한 자연스럽게 정교한 연습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의 뇌가 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배움의 열정을 가지라" "자기 경영은 엔진이다" 등 이 책에는 10년 법칙을 실행으로 옮기는데 필요한 공병호식 전략들이 가득하다.  책의 모든 페이지들에는 저자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원 생활을 하다, 기업 이사와 경영 연구소 소장 겸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현재까지 자신이 거쳐온 삶의 이력들에서 건져올린 경험과 인생의 전략, 전문가로서 발돋움하는 독창적인 지혜가 가득하다. 살아 있는 10년 법칙의 멘토로서 독자에게 동기부여와 희망을 공급하는데 이 책과 저자의 조언은 부족함이 없다.

요즘 같이 경제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하는 시절, 직장인의 10년 후를 상상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꺼림칙한 일이다.  IMF 시절부터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깨어졌다. 돈많은 은행도, 무소불위의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도, 망할 수 있음을 경험한 적이 있다. 최근의 쌍용 자동차 사태를 보면 자본과 노동자의 애증을 묘파한 잔혹동화 한 편이 연상된다.  한 노동자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미는 기자에게 "20년 넘게 노동자로서 죽도록 일한 것밖에 죄가 없다"라며 울먹였다.  

소위 전문가는 자본에 의해 버려지는 일이 적다.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기업간 이동성을 바탕으로 오히려 기업을 버리고 더 높고 좋은 일자리를 찾아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먹여 살리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그들의 두뇌다.  끝없는 아이디어와 창조적인 발견이란 전문가의 두뇌에서 나온다.  그들의 두뇌 자체가 바로 생산기지이며, 도구다. 

자신의 인생을 외부적인 상황과 조건에 맡겨놓지 않고 인생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이끌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 바로 `10년 법칙'이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어렵고, 당장의 회사일도 벅찬데, 10년 후의 나를 생각하는 것이 힘든가?   좁게 볼일이 아니라 넓게 보고 멀리 볼 일이다.  당신도 언제든지 직장의 폐품으로 폐기처분될 수 있다. 섬뜩한 상상이지만, 지금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 이웃의 일상다반사한 일이다.   단지, 당신의 차례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10년후를 상상하는 것은 그래서 필요하다.  명품은 되지 못할지언정, 폐품으로 버려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바로 지금 스스로 인생과 직업세계의 명품이 되는 장도(壯途)에 나서야 한다.  



 

2009.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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