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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기술 - 심리학자의 용서 프로젝트
딕 티비츠 지음, 한미영 옮김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을 살아가다보면 사람이란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에 설 때가 있다. 거창한 것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사소한 일에서 우리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된다. 아니 매일 매일 그런 상황속에 맞닥뜨리는게 인생같기도 하다. 농담으로 던진 말 한마디나 무심코 한 행동 때문에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고, 자신은 심리적 곤경에 빠지는 일이 있다.
성인병의 상당 부분이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부족에 기인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마음의 상태가 자신의 건강을 결정짓는 근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직까지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 그래서 몸에 좋다는 음식이라면 찾아가며 챙기면서도, 정작 자신의 마음이 가시덩굴밭을 구르며 피흘리고 있는데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하고 살고 싶은가 ? 오래 살고 싶은가 ? 어느날 의사로부터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섬뜩한 말을 듣고 싶지 않다면, 오늘 당장 `용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겸 심리상담사 딕 티비츠는 자신의 저서 <용서의 기술>(원제:Forgive to live)에서 단언한다. "살고 싶으면 용서하라"
`용서'란 말은 우리가 평소 자주 입에 올리고 듣기에 참 좋은 말이긴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단도직입적으로 선언한다. 용서하는 것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본인을 위한 것이라고. 왜냐하면 용서란 행위 자체가 대개 자신의 마음속에서 암묵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의 잘못에 대해 그 앞에 대고 `당신을 용서할게'라고 말하진 않는다. 마음속의 분노와 관계의 갈등을 치유하고 중화시키는 것이 바로 `용서'인 것이다.
"인생은 카드 게임과 같다. 어떤 패를 받느냐는 당신 뜻과는 관계없다. 그러나 그 패를 가지고 어떤 게임을 할지는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용서는 좋지 않은 패로 좋은 경기를 하는 방법이다. " 딕 티비츠, <용서의 기술> p.69
복잡한 사회속에서 살아가다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경우의 수를 만나게 된다. 상대가 잘못된 패를 던지면 나또한 그에 반응하게 돼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매번 반응하다보면 마음은 병들고 또한 몸이 상하게 돼 있다. 잘못된 행동을 하는 타인을 바꿀 수는 없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이고, 나의 반응이다. 내가 상대를 용서하는 순간, 나 자신은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와 미래를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용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과거속에 머물고, 자신을 어둠속에 가둬두게 된다. 결국 용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타인의 행동 하나하나에 구속받는다. 인생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넘겨주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저자 딕 티비츠는 책의 후반부에 용서와 고혈압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보고서에서, 용서하고 관용적인 사람, 용서하는 연습을 하고 그것이 체화된 사람은 고혈압 증상이 상당부분 완화 됨을 증명해 보인다. 이쯤 되면 이 책의 제목이 왜 `살아가기 위해 용서하라(Forgive to live)'인지 눈치채게 된다.
외부적인 하나의 현상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것은 현상이 아니라 현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다. 저자는 이것이 상당히 중요하며 그런대로 기분좋은 일이라고 얘기한다. 왜 그런가 ? 벌어진 현상은 곧바로 우리의 신체를 공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그 현상에 대해 일차적인 인식을 하게 돼 있고 그 말은 곧 벌어진 일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인식의 관점은 우리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는 말이다.
오늘 하루 사람들과 보낸 시간이 맨발로 자갈밭을 걸어온것처럼 고통스러웠더라도, 당신은 마음속 주문을 통해 자갈밭이 부드러운 모래밭으로 변화하는걸 목격할 수 있다. 그 주문을 외우는 마법사는 용서라는 요술 지팡이를 한손에 쥐고 밝게 웃고 있다.
"당신이 어떤 불쾌한 상황을 겪더라도 의도(당신에게 상처를 주거나 해를 입힌 사람이 왜 그런 일을 했는가)와 효과(그 사람의 행동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구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딕 티비츠, <용서의 기술> p.64
회사에서 기분나쁜 소리를 동료에게 듣는다. 당장에 쏘아 붙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다. 그러나 한번 생각을 바꿔보자. 당장에 화를 내면 당신의 이미지만 실추되고, 그 사람과의 관계는 파탄날 수도 있다. 여기서 용서라는 마술과도 같은 관계의 윤활유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과 반응 사이에는 언제나 이같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선택을 잘 하면, 우리의 마음은 평화롭고 인간관계는 발전하며, 인격은 한층 성숙될 수 있다.
우리의 관점은 우리의 현실을 결정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관점을 바꾸기 위해 우리의 마음을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분노라는 현상이 삶을 망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리가 품은 생각이 우리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우리가 분노 대신 용서를 택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당신이 용서하기로 선택했다면 당신은 다른 길로 들어선 것이다. 여기서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떨쳐버리고 가야 한다. 그리고 당신 삶에 책임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이라는 깨달음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책임은 당신의 몫이다. 당신의 과거가 아니라 당신의 꿈이 당신을 안내하게 만들어라. " 딕 티비츠, <용서의 기술> p.220
저자는 그러나 무턱대고 용서하는 것은 용서의 방법이 아니라고 일축한다. 분노의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용서하지 마라. 용서란 용기 있는 행위다. 용기란 상대의 잘못을 분노하지 않고, 반박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는 동력이다. 그것은 냉정함과 지혜가 요구되는 일이기도 하다. 버릇 나쁜 상대는 당신의 관용을 역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와 같은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동질감, 내가 상대에게 실수 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겸손, 그리고 따뜻한 시선과 관용을 먼저 베풀면 그가 변화할 것이라는 신뢰. 용서하는 사람이 품고 있는 마음 상태다. 무엇보다 이 세가지에 대한 생각을 숙의하는 사회는 용서받는자도, 용서하는 자도 없을 듯 하다.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용서임에는 분명하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껏 용서가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곧 나를 위한 행위임이 이 책을 읽은 지금 분명해졌다. 먼저 내가 살기 위해, 라는 생각을 하면 상대의 무례함과 거친 언행에서 오는 분노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 분노와 화냄, 자체가 나의 생명을 단축시킨다. 섬뜩하지 않는가? 마음속을 훑어서 용서해야 할 사연들, 사람들을 불러내자. 그리고 지금 당장 `살기 위해' 그들을 용서해 주자. 아주 흥쾌히!

2009.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