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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공식 - 인생을 변화시키는 긍정의 심리학
슈테판 클라인 지음, 김영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장가를 들기전에는 결혼한 유부남이 제일 부러웠던적이 있다. 사실이 그랬다. 나는 유부남을 선망해왔다고 해야 하나 ? 말이 좀 이상한가 ? 아무튼, 유부남은 총각보다 행복한 `지점'에 닿아 있다고 생각했었다. 결혼하고 좀 지나서 언젠가 부부싸움을 하고 난 날 저녁, 총각때 가졌던 그같은 생각이 몹시도 순진했음을 느꼈다. 물론 그날 저녁 아내와 화해를 하기 전까지 말이다. 다시 나는 유부남이 총각보단 더 행복하단 생각을 유부남의 입장에서 재정립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사실, 총각때 가졌던 그같은 마음은 내가 결혼을 하게 될까? 라는 기본적인 의문점에서 출발한게 분명한 거 같다. 몇해전까지도 내게 결혼은 현실이 아니라 몽상이나 환상이어서 도무지 결혼후의 나란 상상이 안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도 결혼은 행복의 왕국이란 관념속에서 세상의 모든 유부남이 선망의 대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어떤 술자리에서 어느분이 내게 `요즘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은적이 있다. 나는 그의 급작스런 질문에 이렇게 조건반사적인 답변을 했다. `네 행복합니다' 그런데 좀 지나 내마음속에서 누군가 다시 그 질문을 되받아하고 있었다. `너 정말 행복하니?' `솔직히 말해봐, 정말로 모든게 만족스러워 ? 매일 아침 일어나면 오늘도 어떤 일이 내게 일어날까? 가슴이 떨리니?'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는데, 솔직히 모두다 `예스'라고 답변할 수만은 없었다. 나는 그러니까, 내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행복한 척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평균적인 삶이 가진 복잡다단한 일상에 대해 천편일률적으로 행복하니 불행하니 이렇게 재단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는게 아닐까? 또다른 의문이 내 마음에 솟아났다.
자, 지평을 개인에서 사회로, 타인으로 넘겨보자. 요즘 대한민국이 행복할까? 국민이 행복할까? 여기에 모두 예스라고 답변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매일 아침 조간신문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저 푸른지붕밑에 사는 높으신 분은 국민을 하인 다루듯하고 있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 정도가 아니라, 입만 있고 귀는 없는 돌연변이가 아닌가 의심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치솟는 물가, 높은 실업률, 불안정한 직장, 어느것 하나 출근길에 만나는 내 이웃의 얼굴에서 밝은 표정과 행복의 흔적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이라면 좀더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것이 본능이다. 동물은 이성이 없어서일뿐이지, 아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나무나 바이러스까지도 생을 행복으로 그득 채우려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담, 행복에도 행복에 이르는 비법이 있을까? 슈테판 클라인이라는 독일 뮌헨 출생의 과학저널리스트가 철학,물리학,뇌과학,심리학,사회학 등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지식을 활용하여 우리에게 행복에 이르는 과학적인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 있다. 그의 <행복의 공식>이다.
이 책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주위의 자기계발서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궁극의 이상을 탐구하고 있는 방법이 지극히, 과학적 지식을 십분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이 발원하는 지점은 누가뭐래도 인간에겐 뇌라는 분명한 사실을 기반으로, 이 책의 저자는 뇌를 탐구하는 다수의 최신 논문들을 일반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쓰고 있다. 우리는 언제 행복을 느끼는가? 뇌의 물리적 현상만을 두고 보자면, 뇌속의 흥분물질인 천연마약 도파민이 극도로 분비될때다. 우리가 바람을 피우는 이유도, 담배를 피우는 이유도, 연애를 하는 이유도, 모두 이 뇌호르몬 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량을 늘리기 위한 것이란다. 이렇게 보면, 행복에 이르는 뇌의 물리적 원칙은 너무 단순한가 ? 그러나 어떻게 그러한 물질의 분비를 건전하게 촉진시키는가? 하는 문제는 또다른 난관이다.
"욕망은 기계처럼 자동적으로 될 수 있다. 그런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 캐나다의 신경학자인 제임스 올즈는 1954년 전설적인 실험을 통해 이것에 대한 답을 주었다. 그는 쥐들의 간뇌에 있는 시상하부, 즉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물질이 방출되는 곳에 `전기 자극기'를 삽입했다. 그리고 올즈는 자극기의 선을 스위치에 연결시켰다. 즉 쥐들이 이 스위치를 건드리면 약간의 전류가 흐르게 되고, 그러면 시상하부가 자극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결과는 한마디로 말해서 엄청났다. 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이 스위치를 떠나려 하지 않았다. 이 가여운 짐승들은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미친 듯이 스위치만 거듭 눌러댔다. 쥐는 한 시간에 6,000번이나 스위치를 눌렀다. 올즈는 놀랍게도 쥐들이 교미조차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쥐들은 약간의 행복을 위해 죽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올즈는 며칠 후 자극제를 꺼서 쥐들의 목숨을 구하였다." 본문, 167p
책의 후반부로 들어서면 저자는 행복에 이르는 무수한 원리들을 나열해 놓는다. 몇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이 무언가에 중독돼 있다는 것은 욕망이 지나칠 때 생긴다. 우리가 불행하다는 생각이 중독에 빠지게 하는데, 애연가들이 담배를 끊고 싶다면 `행복하다라고 최면을 걸어보라'고 저자는 주장하는데, 그게 체인스모커들에게 먹혀들지 모르겠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라는 뇌 호르몬이 방출되는데, 이 물질은 도파민과 함께 신뢰감과 유대감을 강화시켜, 마음을 평화롭게 진정시킨다고 한다. 사랑하면 모든게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나 ? 남자들은 괴로운 일이 생기면, 골방에 틀어박혀 생각에 몰두하는 습성이 있는데, 나또한 그런 습성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이후, 생각을 바꾸게 된다. 외로움과 고립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만 가중시킬 뿐이다. 괴롭다면 가족과 친구와 함께 보내는게 낫다. 열정을 태울때, 무언가에 몰입할 때, 긍정의 호르몬 분비가 촉진된다. 그러한 일을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욕심내지 않는 것이 때론 행복할 때가 있다. 가지고 싶은 모든 것을 다 갖는것도 불가능하지만, 그게 가능하더라도 거기에 다다르면 허무와 권태가 빠르게 그 자리를 채워넣는다.
이 책 가운데 이러한 잡다한 지식 빼놓고 내 마음에 드는 한가지 행복 처방전이 눈에 들어왔는데, 소위 `로빈스 크루소의 절망 극복 프로그램'이다. 로빈스 크루소는 배가 난파돼 외딴 무인도에 혼자 살아남게 되었는데, 그는 어떻게 절망을 극복하고 살아남았을까? 저자는 그가 분명히 자신의 현 상태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작성하진 않았을까,하고 유추해본다. 그러니까, 그의 배가 난파되서 무인도에 내동댕이쳐진것은 불행한일이지만, 또다르게 생각해보면 다른 동료들은 모두 죽고 자신만 살아남았으니, 그는 소위 선택받은 행운의 사나이로 돌변하게 된다. 로빈스 크루소가 깨어났을때, 달랑 옷 한벌 걸치고 있었는데, 앞으로가 막막했을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 무인도는 다 벗고 다녀도 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더운 열대의 섬이었으니, 꽤 운이 좋은거 아닌가? 인간이란, 먹다가 반정도 남은 컵속의 물을 보고, 긍정과 부정의 두가지 심리 모두를 선택할 수 있는데, 행복의 여신은 긍정의 시선으로 컵을 보는 자에게 달려가기 마련이다. 우리 삶 속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행복에 이르는 길의 비밀은 결단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다."라고 달라이 라마는 말하고 있다. 과학은 그의 말에 그저 동의할 뿐이다." 본문, p102
우리는 인간이지만, 인간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다. 자신을 비롯하여, 타인까지 말이다. 모든 전자제품의 박스를 뜯어보면, 반드시 그 제품의 사용설명서가 함께 들어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우리의 뇌속에, 삶속에, 사회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기 위한, 우리 자신의 행복 길라잡이 내지 뇌 사용설명서에 비견될 수 있는 책이다. 슈테판 클라인의 책들은 <시간의 놀라운 발견>과 <우연의 법칙> 등, 내가 접한 모든 책에서 그의 역량을 백십프로 발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풍성하고, 교훈적이며, 신선하다. 이 책 <행복의 공식>은 행복에 대해 모든걸 말해주진 않으며,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여전히 내 행복지수는 올라가진 못했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지는지 여러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큰 재미이자 수확이었다.
200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