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 Think Hard! 몰입
황농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매순간 우리는 어딘가에 몰입하며 살아간다. 어떤 감정에 젖어드는 것도 우리의 생각이 거기에 몰입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슬픈 일을 겪어서 의기소침한 것이나 즐거운 일에 마음이 들뜨는 것도, 모두가 내 마음이 그 순간 거기에 정신을 빼앗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 순간이 몰입이며,  몰입의 순간 정신은 우리에게 하나의 감정속에서 허우적 거리게 한다.  

내가 일상속에서 몰입을 경험하는 순간은 책을 읽을 때이다.  특히 나는 집에선 요즘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오직 출퇴근 길에 기차 안에서 약 40분간 책장을 넘기는 일이 잦다.  내가 하루 중 순수하게 책에 온통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20분 남짓이 전부다.  그러니 정말 그 시간이 짧고 그러기에 더욱 소중하다.  책을 한번 잡기 시작하면,  눈이 책의 행을 따라가며 정신은 온통 저자의 생각과 소통하는데 쓰여진다.  그럴 때면,  저자가 어떤 생각으로 그러한 글들을 쓰고 있는지 글을 쓰는 순간의 저자의 마음 상태까지를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험만큼 내가 몰입에 대해 직접적인 경험을 하는 순간은 없을 것이다.  그 목적지에 도착해서 기차에서 내릴 순간이 다가오면, 내 마음은 약간의 아쉬운 감정이 일고, 그러나 발걸음과 기분은 놀랍도록 가볍고 상쾌하다.  나는 내 안으로 깊이 몰입되다 다시 현실로 되돌아와 버린 것이다.  이렇게 생활 자체가 몰입과 그리 멀리 있지 않다보니 몰입의 유용성과 그 위력을 설명하는 책을 읽는 순간에도, 그것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부교수로 재직중인 황농문 교수의 이 책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몰입>은 이같은 일상속의 몰입의 중요성을 다루면서 오늘날의 시대를 `WORK HARD'가 아니라 THINK HARD' 의 시대로 설명하는 책이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과학자나 예술가들은 몰입을 통해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원리를 발견할때나 뉴턴이 중력이론에 도달했을때, 베토벤이 위대한 음악들을 작곡 했을때도, 또 에디슨의 수많은 발견들도 모두 그들이 자신들의 작업에 몰입하며,  세상일을 잊고 그들만의 공간에 틀여박힌 순간에 찾아든 아이디어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문제를 처음 대면했을 때 도무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고 난감하게 느껴지는 경우,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생각하면 고도의 창의적인 두뇌가 활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두뇌 능력의 한계를 계속 사용하게 된다. 자신이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를 풀려고 매달릴 때 비로소 자신의 두뇌가 최대로 가동되고 최대의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 p.203

그렇다면, 몰입은 위대한 사람들만 하는것인가 ?  그렇지 않다.  이 책은 마치 몰입 트레이닝 북이나 되는 것처럼, 우리들에게 몰입하는 방법을 타전하고 있다. 몰입에 뛰어들기 위해선, 아이큐가 높을 필요도 없고, 거창한 테마를 갖출 필요도 없다.  어떤 주제로도 또 범상한 사람들조차도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들이 즐겨 사용했던 몰입의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순간 우리도 그들처럼,  몰입 그 자체를 통해 어떤 행복감에 젖어들 수가 있다는 얘기다.  내가 일상속에 독서체험을 통해,  매일 몰입을 체험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몰입에 들어가는 5단계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1단계의 생각하기 연습에서 5단계의 가치관의 변화에 이르는 길까지.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도 몰입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부여한다.  이 책에서 설명한 몰입의 방법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매일 일정 시간을 투자해서 오직 한가지 주제로 몰입 연습을 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시간을 늘려가며,  한달 넘게 한가지 생각만을 하면서 몰입에 완전히 매몰돼 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몰입이 성공하기 위해서 저자는 반드시 최상의 몸 컨디션이 필요하므로 운동이 꼭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 이유로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이 요절했다는 사실을 그 근거로 두고 있는데, 장기간 몰입이 건강을 해칠 수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맞는 얘기다. 그러나 이 책의 후반부로 들어서서 몰입을 설명하는 저자의 방법에 모두 찬성할 수가 없었다.  저자는 연구 교수이기 때문에,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한달 넘게 온통 그 문제만을 갖고 몰입할 수 있겠지만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야 그게 가능하겠는가?  또 몰입을 설명하면서 사례로 든, 유대인의 교육방법을 길게 소개한 부분도 몰입이라는 주제와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체적으로 몰입에 대해 한번 `몰입'해 보고자 이 책을 고른 다수의 순진한 독자들은 아마도 제대로 `몰입'에 대해 `몰입'도 해보지 못하고 수박겉핥기 식으로 지식을 얻고 책장을 덮지는 않았을까하는 우려가 들었다.  전체적으로 책의 응집력과 구체성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다. 

이미 세계적으로 몰입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이론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책들을 읽어보는 것이 몰입에 대해,  더 많은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그러나 몰입이 행복에 이르는 마법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분명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된 것은 이 책에서 얻은 소득 가운데 하나다.  종교적 체험이나 학습, 독서 등 일상속에서 우리가 몰입하는 순간들은 많다. 그리고 그 순간이 행복감을  체험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몰입에 관심가져볼 이유가 거기에 있진 않을까?  

 

 

 

2008.3.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