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거리>, 2006 감독/ 유하, 출연 / 조인성,진구,이보영,천호진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진 `무지'는 대게 그 사람으로 하여금 필요없는, 그리고 쓸데없는,
공포나 아니면 그 반대의 동경을 품게 만드는게 사실이다.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 갖는
이같은 일반대중의 심리를 이용해 특정 세계의 진실을 왜곡하고, 부풀리는 일은 수도 없이
많다. 우리나라의 `조폭영화'들이 대게 그러했다. 일명 깍두기 들이 영화에 등장할땐 언
제나 그들은 우리와 다른 별나라 사람으로 그려지기 쉽상이다. 범접할 수 없는 그들의 세
계가 스크린에 옮겨질때 그들은 대게 코미디의 소재가 되거나 폭력적이긴 하나 의리는 아
는 소위, 매너있는 조폭들로 탄생되기 일수였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로 `웃기는 사람' 들
이거나 `의리가 넘치는 진짜 남자'들인가 ?


유하 감독의 영화 <비열한 거리>는 여자앞에선 정의에 넘치는 듯하며, 그리고 너무 잘생긴
또 같은 집단간에는 의리가 넘쳐나는듯한 `병두(조인성)'라는 조폭의 삶을 통해, 우리 영화
가 대중들에게 잘못 주입시킨 조폭에 대한 오해를 시원스레 풀어주고 있는 영화다. 그래서
이렇게 결론을 짓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조폭은 조폭일 뿐이다, 그러니 착각하지 말자.'
얼마나 간단한가 ? 근데, 그것이 이 영화의 진수가 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감독
의 의도는 결국, 우리네 삶에 대한 은유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은유는 나와
너가, 그리고 조폭의 세계와 우리의 세계가 너나할것없이, `비열하기 짝 없군' 하는 냉소를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다. 그러나 섬짓한건 조폭이 아니라,
현실의 우리다. 조폭은 원래 비열해도 별 상관없다. 근데 현실의 우리의 일상화된 비열함은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세상에 깔린 비열함은 언제나 이중적인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삼류 조직의 2인자 병두(조인성), 그는 가난하다. 가족은 철거민촌에서 기거하고, 어머니
는 병들었고 동생들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 자신의 일(조폭생활)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세상은 비정한 것. 조직 보스는 그를 결코 키워주지 않는다. 보스도 편애를 하는 법이니
까. 어떻게든 그 세계에서 성공해 그 세계를 벗어나고픈 병두는 인생 역전을 위해 `과속'을
결심한다. 조직의 큰손 황회장(천호진)을 발판삼아 질주를 결심하는데, 그러한 질주엔 공짜가
없다. 사람을 죽이고, 그것이 그의 업보가 된다. 그의 곁엔 조폭 세계를 그려서 성공하고픈
삼류 영화감독 민호(남궁민)가 있고, 그는 다름 아닌 이 영화의 감독 유하의 분신처럼 보인다.
그리고 영화는 잘 흘러가는 것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병두의 해피엔딩을 거부한다. 초
등학교 동창 현주(이보영)와 사랑에 빠지면서 그의 인생엔 핑크빛이 감도는 듯 했는데,
딱 아쉽게도 거기까지다. 그는 사람을 죽였고, 원죄는 모든걸 처음으로 돌려놓는다. 과속
하며 앞질러간 인생은 빠른 종착지에 도달할 뿐이다.


그런데 영화가 너무나 허무하고 음습하게 보이는 건, 왜일까? 혀를 찔려서인가 ? 병두는
극과 극을 달리는 인물이다. 보스를 칼로 요리할때는 잔혹하지만, 아픈 어머니를 간호하
는 그는 효자이며, 사랑하는 현주앞에서 수줍어하는 그는 사랑에 미숙한 청년이고, 동생들
을 챙겨주는 그는 따뜻한 오빠이자 형이다. 또 어떤가 ? 영화감독 민호에게 자신의 과거를
아무런 꺼리낌없이 들려줄때, 그는 여리디 여린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영화가 단
순한 조폭 영화와 갈리는 지점이다. 조폭이 아니라 바로 현실의 우리를 보고 있는 듯 한
착각, 그리고 섬뜩함은 유하 감독이 관객들에게 요구하는 반성문이자, 이 영화를 보는 사
람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나는, 너는, 왜 그렇게 살아왔니 ? 왜 그렇게 각기 다른 모습으
로 살아왔니 ? 하는 그러한 섬뜩한 질문을 감독은 친절하게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영화 한 편을 보고, 반성문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것이 완전한 것 같은 내 삶. 직장이 있고 그렇게 가난하지 않으며, 또 나를 사랑해주는 사
람이 있고, 내가 사랑할 사람이 존재하고, 마음 넉넉한 친구들이 있다. 그것 뿐인가 ?
더 많을 것이겠지. 그러나 나는 정말로 `비열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세상의 얼마를 살아
오지 않았던가 ? 아니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외줄타기와 같다. 치우치면 떨어지며 정체되면 흔들린다. 살아남기 위해선 끝없이 줄위
에서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은 `비열함'을 일상화 시
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열하지 않고도 외줄을 잘 타는 방법이 있지 않겠는가?
이 영화가 내게, 그리고 관객에게 던진 질문이다.









2006.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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