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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미 정보기관 CIA의 비밀 암살요원으로 활동하면서 전 세계에서 수많은 요인 암살을 수행해왔던 주인공 크리시(덴젤 워싱턴)는 한 때 동료이자 친구인 레이번(크리스토퍼 월켄)의 권유에 따라 멕시코의 한 부유한 집안에 보디가드로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의 임무는 어린 피타(다고타 패닝)를 경호하는 것인데, 멕시코는 하루에 평균 네 건의 유괴 사건을 비롯해 각종 범죄가 줄을 잇고 있다. 수많은 살인과 그로인한 죄책감을 술로 이겨내며 삶의 기쁨을 상실한채 살아왔던 크리시가 티없이 맑고 상냥한 피타를 만나 비로소 웃음을 되찾지만, 곧 피타가 유괴되고 그는 자신의 삶에 한줄기 빛이 되어준 아이의 죽음앞에, 처절한 복수를 다짐한다. 이런 평범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토니 스콧 감독의 <맨 온 파이어>는 스토리 보다는 소녀와 킬러의 우정과 희생을 그렸던 <레옹>을 연상시키면서, 두 주연 배우의 뛰어난 연기에 주목하게 하는 영화다.
한 편 한 편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어떤 것이 있을까 ? 감독의 연출력, 화면의 예술성,스토리의 흥미 모두 즐거움일 수 있겠지만, 새로운 배우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같은 것도 있다. 이 영화속의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 다코타 페닝, 10살짜리 이 자그만 여자아이의 내면 어딘가에서 뿜어나오는 천재적인 연기력은 높이 살만하다.
토니 스콧 감독의 <맨 온 파이어>는 따스하고 잔혹한 영화다. 147분의 상영 시간을 둘로 구분해 볼 수 있다면, 정확하게 두 부분으로 떨어질만한 대조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러한 명백한 구분은 이 영화의 안정감을 방해하는 요소다. 불의에 대한 철저한 응징, 복수를 보여주기 위해서 아마도 감독은 후반부의 철저하고 잔혹한 복수에 논리를 부여해줄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문제점은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불의를 설명하는 부분에 논리성이 너무 희박하다는 것이다. 몇마디 대사로서 이야기의 중요한 복선들을 관객이 잡아낼거라고 상상했다면 너무 지나친게 아니었을까?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 아이의 유괴속에 내포한 의미를 이 영화는 정확하게 설명해주기 못하고 있다.
더불어 후반부에 불어닥치는 피의 복수는 지금껏 보아왔던 그 어떤 영화보다도 잔인함을 더하는데, 그것은 덴젤 워싱턴이란 배우가 풍기는 지적이고 감성적인 느낌에 반한다.그러나 그는 냉혹하고 처절한 복수의 서막을 열어재끼고, 하나 둘씩 유괴의 범죄자를 처단해 나간다. 유괴라는 가장 반 사회적이고 반인간적인 범죄앞에 그의 응징은 어느정도 설득력을 획득하는 듯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지나치단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 그러나 한편으론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해준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보디가드의 자책과 분노로서 이해될만한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후반의 그런 복수가 가능하려면, 아이와 보디가드의 유대가 더욱 더 긴밀해질 필요가 있었는데 이 영화에선 왠지 레옹에서와 같은 킬러와 소녀 사이의 유대와 우정이 깊이있게 그려지지 못한다.
덴젤워싱턴과 다코타 패닝의 연기 모두 좋았지만, 확연히 구분되는 두 파트의 스토리 구조가 이야기의 비약을 가져오고, 영화의 균형감을 위태롭게 한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킬러와 소녀의 대비라든가, 어른과 아이의 우정이라는 설정이 뿜어내는 따뜻한 감성과 포근함은 높이 살만하다. 멕시코 시티의 이국적인 배경도 볼만한 요소다. 그러나 영화내용 가운데 멕시코 경찰들의 철저한 부패와 범죄율의 과장 같은 것은, 멕시코에 대한 그릇된 인상을 관객에게 심어줄 위험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영화 끝 부분에선 멕시코 정부와 멕시코시티에 촬영에 대한 사의를 표하는 자막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매우 아이러니하다. 자국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포함하는 영화라는 것을 알았다면, 과연 촬영을 허락하기나 했을런지 ? 미국의 편견은 항상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며 타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언제나 오만이 깃들어 있음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200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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