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을이다 - 위험 사회에서 살아남기
조한혜정 지음 / 또하나의문화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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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왜 패기가 없느냐?”

기성세대는 꿈도 의욕도 없는 젊은이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죠. 자기 때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았는데 요즘 애들은 고생을 모르고 살아서 그런지 고마운 것도 모른다는 말을 덧붙이며.

그렇죠. 시대는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고용 없는 성장시대, 자본만이 ‘자유’를 얻는 신자유주의시대지요. 어릴 때부터 경쟁만을 배운 젊은이들은 불안과 공포감을 조장하는 체제 안에서 놀라 어쩔 줄 몰라 허둥대고 있어요.

제도권에서 하란대로 했는데 직장이 없어

일본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미 캥거루족, 백수, 인터넷폐인, 니트족 등으로 불리는 몇 백만의 젊은이들이 부모에게 빌붙어 살아가고 있고, 빌붙을 부모가 없는 이들은 국가가, 아니면 친구와 동료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스런 존재가 되고 있지요.

 유럽의 ‘천유로 세대’와 일본의 ‘미니멈 라이프족’이 있듯이 한국에는 88만원세대가 등장하였죠. 제도권 교육에서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무더기로 쌓여가고 있지요. 어렵게 신입사원이 되어도 마구 잘려나가는 세태를 보면서 새삼 사회현실을 깨닫게 되죠.

“지금까지 하란대로 경쟁을 하며 살아왔는데, 이거 평생을 긴장해야겠구나.”

 오랫동안 교육과 청소년에 대해 연구하고 참여해온 조한혜정 교수의 칼럼집<다시, 마을이다>[2007. 또하나의 문화]을 보면 왜 젊은이들이 현실에 낙담하는지 날카롭게 설명하고 있어요. 

암울한 미래를 감지한 불안세대

 
88만원 세대는 어린 나이에 IMF 금융 위기를 접하고 암울한 미래의 도래를 일찌감치 감지한 ‘불안 세대’예요. 안정된 직장을 얻기 힘들고 직장이 있더라도 독립할 집을 마련하기 어렵지요. 어릴 적에 갖게 된 소비수준을 유지하려면 부모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고, 이런 경제적 의존성은 젊은이들을 나약한 기회주의자로 만들고 있다고 조한교수는 분석하네요.

 
다섯 개의 선택 항목이 주어지는 객관식에 익숙한 청년들은, 부모나 어른세대의 말을 들어야 돈이 나오는 세상에서 그들의 말에 순종하거나 숨어드는 생활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알지요.

 좋은 미래가 올 거라는 믿음이 없기에 그들은 긴 계획은 세우지 않지요.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것이 적응력 있는 삶의 방식임을 이미 알고 있지요. 생각할 틈도 없이 일할 수밖에 없는 ‘소모성 건전지’살면서 패기 있기란 어렵지요. 지성과 낭만으로 가슴이 뛰어야 할 청년들은 영어와 학점에 연연하며 취직에 몰두하고 있네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눈빛이 반짝여야 할 청소년들은 무기력증에 빠져서 학원에 틀어박혀 있지요. 청년 실업과 불안한 현실, 영리한 십대들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가 지나갔다는 것을 어른들보다 일찍 간파한 듯합니다. 학교라는 ‘제도’에 남아있으면서 부모에게 ‘순종’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린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책은 전하네요.

시대의 덫에 걸린 청년들

배고픈 시절에는 더 잘 먹고 살고 싶다는 바람이라도 있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꿈이 없죠. 그저 기성세대가 물려주는 생존기반 유지에 급급하지요. 잘나가는 사람은 ‘속도의 덫’에, 빈자는 ‘제도의 덫’에 걸린다고들 하네요. ‘시대의 덫’에 걸린 젊은이들은 언제 그들의 날개를 펼 수 있을까요?

이대로 가면 세상은 점점 험악해질 것이고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진퇴양난이 될 것이라며 조한교수는 교육으로 사회를 살려야 하고 ‘소통하면서 서로를 살리는 마을을 만드는 돌봄사회’로 전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네요. 그러면서 20대를 위해서 클린턴 정부에서 구상했던 제안을 소개하지요.

미국에서는 클린턴 정권 때 노동 정책을 담당했던 로버트 라이시 장관이 청년 기금을 마련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는 ‘고용 없는 성장’ 정책을 고수할 때 초래될 사회적 파탄을 경고하면서 해결책의 하나로 모든 젊은이가 18세가 될 때 일정한 금융 자본금을 주어서 계속 공부를 하건, 벤처를 하건, 무엇을 하건 각자의 생각대로 재투자를 하게 하자고 했다. 국가의 미래를 청년들과 함께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 책에서

절망스런 현실이지만 희망버리지 않아

노인은 어린아이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하고, 청소년 역시 든든한 후원자들과 잘 늙어가는 어른들이 곁에 있을 때 건강하지요. 그러나 가족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공동체 기반’이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있지요. 

생존의 기본은 소통과 나눔이지요. 꿈도 없고 직업도 없고 이웃도 없는 젊은이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지요. 통계청 발표에서 알 수 있듯이 2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은 절망스런 88만원 세대의 소리 없는 절규이지요. 소수만 잘 먹고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놓고 모든 젊은이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할 수 없지요. 꿈을 소중히 갖고 세상을 나오는 순간 바스러지는 게 보이니까요.

자기 속도로 배우면서, 타인과 건강한 관계 속에서 안정되게, 그리고 자존감을 지키며 살기가 어려운 세상살이네요. 그럼에도 희망을 얘기하고 싶네요. 지나친 속도에 내내 치었기에 집단화된 경쟁의 폐단을 배웠고 파편화되는 세태에서 외로움을 겪었기에 협력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꼈지요. 절망을 알기에 바꾸려는 욕구가 강하지요.

패기 없다고 꾸지람을 듣는 88만원세대지만 살기 힘든 세상에서 눈물겹게 자신의 나래를 간직하고 있어요. 꿈이 없는 그들이 누구나 꿈을 갖는 사회를 꿈꾸며 자신들의 산뜻한 비상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곧, 88만원이 주도하는 시대가 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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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래, 다시 마을이다! - 조한혜정, &lt;다시 마을이다&gt;, 또 하나의 문화, 2007
    from Fly, Hendrix, Fly 2009-04-17 17:41 
    2009/04/10 - [Book Reviews/Literature] - 도시의 뒷켠, 우리의 밑바닥 - 이명랑, , 뿔, 2009 2009/03/17 - [Reasoning] - 늪에서 벗어나기 - 문화, 지역, 교육을 통한 변화 ① 총론 2009/03/10 - [Culture/TV] - 커피 프린스 1호점 2009/02/19 - [Reasoning/Current Issues] - 20대여! 이제 우리의 말을 하자! 2009/03/23..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다릴 앙카 지음, 류시화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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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당신이 내보내는 파장에 따라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라디오를 켜 봅시다. 어떤 채널에서는 긍정적인 프로그램을 하고 있고, 다른 채널에서는 부정적인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고 합시다. 당신스스로 선택한 채널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가 나옵니다. 그것을 듣고 있을 때 다른 채널의 방송은 들리지 않습니다. - 책에서 

모든 것은 자신이 선택한다는 이 내용은 <가슴뛰는 삶을 살아라>[1999. 나무심는사람]에 나와요. 관념론이라고 단정 짓고 외면하기엔 곱씹을 게 많네요. 자신이 어디에 주파수를 맞추느냐에 따라 감정이 달라진다는 얘기에 자신을 돌아보네요. 지금 두려움에 맞추었는지 기쁨과 신뢰를 골랐는지. 

이 얘기는 틱낫한 스님의 ‘긍정하는 마음에 물주기’와 똑같지요. 물론 외부 환경이 영향력이 크지만 중요한건 스스로 마음을 느끼고 선택한다는 것이죠. 이것은 조금 확장시켜보면 “내가 부처다.”라는 불교계 화두와 ‘성령의 역사’라는 개신교 개념과도 맞닿아있지요. 그렇게 넓은 마음으로 본다면 이 책의 신비한 이야기가 그렇게 황당하지는 않을 것이에요. 

지은이 다릴 앙카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우드랜드 힐즈에 살고 있는 아랍계 미국인이에요. 그는 오랜 수양을 하는 사람인데, 어느 날 명상 중에 ‘바샤르’라는 이름을 가진 어떤 존재가 텔레파시를 통해 말을 걸어와요. 바샤르는 자신이 오리온 성좌 근처, 우리들 3차원 세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에사사니 별에서 온 우주 존재라고 하지요. 


'채널링'을 통해 우주 존재와 대담 

명상 상태에서 텔레파시를 통해 다른 의식체와 연결되는 것을 ‘채널링’이라고 불러요. 바샤르는 채널링된 다릴 앙카를 메신저 삼아 뉴욕과 일본에서 일반인들과 대담을 하지요. 대담을 녹음해서 옮긴 것이 바로 이 책이에요. 바샤르가 전하는 삶과 죽음, 우주론, 신, 존재이유는 비과학이라고 무시하기엔 여러 모로 의미를 주는 게 많네요.
 

가슴이 뛴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자신에게 무엇이 진실한 것인가를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곧 마음의 평화이고 조화로운 상태입니다. 마음의 평화는 자신에게 진실한 것을 할 때 얻어집니다. - 책에서 

자신에게 진실하며 가슴이 뛰는 삶을 살라는 간결한 메시지는 마음 깊숙이 파문을 던지네요. 대담 때마다 강조한 명제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가 사회에서 유의미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가슴이 뛰지 않는 삶을 살기 때문이겠죠. 현실에 끌려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러 핑계로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하고 진정한 삶에서 소외되지요.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간단한 말 ‘가슴 뛰는 삶’은 쉽지 않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바샤르는 “우주의 에너지는 자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갖는가에 따라 그것과 같은 파장을 가진 에너지가 끌려옵니다.”도 얘기하며 어려울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어렵게 되는 거라고 하지요. 무엇이든 출발점은 자신이고, 믿는 대로 보이기 때문에 자신의 관념을 바꾸라고 하지요. 한마디로 ‘인식의 혁신’을 하라네요. 

옮긴이 류시화는 “이것을 믿을까 말 것인가를 놓고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우리는 모든 것으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으며, 어떤 대상이든지 우리에게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네요. 류시화는 자신이 그동안 소개해 온 명상 분야의 책들을 신뢰한다면 아마 이 책도 마음에 들 것이라며 이렇게 소개하네요. 

보통 배우고 경험하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름 걷힌 날 오솔길 산책하듯이 책장을 넘기기를 바랍니다 - 책에서   

지금 이 순간, 실천해야 할 때
 

북회귀선의 지은이 헨리 밀러는 원치 않는 일을 하는 것이 진절 머리가 난다고 말하며 일하던 것을 그만두지요. 그리고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던 일을 하며 남은 생애를 끝까지 한 사람이에요. 그는 ‘인간이라는 것은 너무 앞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앞만 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코끝에 매달려 있는 것을 전혀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하여 현재 자신에 진실하고 충실하게 살라고 하지요. 

변화는 처음에 불편하지요. 도전은 언제나 반발을 일으키지요. 그래도 ‘바로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면 영원히 그대로일 것이라고 책은 알려주네요. 내일하겠다는 말은 내일이 왔을 때 다시 사용되니까요. 웅크리고 머무르려고 하는 관습을 깨뜨리고 달라지라고 용기를 주는 문장을 마지막으로 전합니다.   

당신이 가진 에너지와 지식은 실제로 사용할 때만 가치가 있습니다. 아무리 어떤 것을 알고 있다 해도 하루종일 의자에만 앉아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현실에서 실천하는 일, 환경은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남은 것은 실제로 그것을 경험하고 즐기는 것뿐입니다. 그 일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시간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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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의 두 얼굴
제정임 지음 / 개마고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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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요동치고 있어요. 유가폭등과 미국 경제 위기는 세계경제를 침체시키지요. 한국도 올해만 주식과 펀드로 날린 돈이 어마 어마하지요. 경제를 살리겠다고 들어선 정부는 물가를 잡겠다고 뒤늦게 선전포고를 하고 환율에 널뛰기를 하며 헤매고 있네요.

 

6% 안팎의 금리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물가와 집값 상승은 서민들에게 한숨거리지요. 주식과 펀드로 목돈을 벌 수 있다는 연방 나오는 경제뉴스에 솔깃하여 뛰어든 요즘, 어김없이 개미들이 손해를 입고 있지요. 정보가 부족한 시민들은 경제뉴스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데 경계해서 볼 필요가 있어요. 많은 뉴스가 그렇듯 진실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경제뉴스의 두 얼굴>(개마고원, 제정임 지음)은 그동안 숱한 오보들을 기반으로 경제뉴스를 비평하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려주는 책이에요. 부제가 '화려한 유혹과 은밀한 배신'이듯이 화려하게 유혹하는 기사로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나중에 일이 터져서야 '큰일 났다'고 보도하는 경제기사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네요.

 

지은이 제정임은 오랜 시간 경제부 기자 경험을 바탕삼아 미국 유학 가서 공부한 것을 묶어서 이렇게 책을 냈어요. 그는 정치권력보다 더 위력 있는 실세로 부상한 광고주, 대재벌의 파워 앞에 언론은 눈치 보며 숨죽이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해요.

 

이것은 신문의 대부분 수입을 차지하는 광고 때문이죠. 경제섹션 증면과 함께 홍수를 이루는 기업인 인터뷰, 칭찬일변도의 기업소개 및 상품소개 기사의 범람도 광고유치와 관련이 있다고 하네요. 자세히 보면, 광고지인지 일간지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광고가 많아요. 기사를 읽는 것인지 광고를 보는 것인지 헷갈리기 쉽죠.

 

물론 재벌의 부정과 비리사건이 터졌을 때, 언론은 호기롭게 기사를 쓰고 파헤치는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대부분 사법당국이나 금융당국이 발표를 했기 때문에, 두 말할 필요 없이 모두가 쓸 수 있게 되는 경우에 한해서라고 지은이는 말하며 언론사들이 외부 압력으로 얼마나 몸을 낮추는지 보기를 들어 설명하네요.

 

책에는 신문사와 기업사이 짬짜미 사례를 모아서 분석해놓았어요. 외환위기를 더 크게 불리며 국가신인도를 더욱 떨어뜨린 기아사태와 기아를 끝까지 보호하려고 했던 국민일보, 기자들에게 뇌물을 줘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여러 매체에서 우호적인 기사가 나왔던 한보, 내실을 다지고 거품을 줄여야 할 때 오히려 몸집을 늘리려고 무리를 한 대우에 대해 비판 기사가 없었다는 사실 등은 지금까지 경제뉴스의 한계를 보여주지요. 

 

광고주에 대한 압박 못지않게 신문사 자체가 갖는 투명성과 공정성도 도마에 올리죠. 지난 번 국세청의 23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는 충격이었죠. 중앙 언론사와 그 계열기업, 대주주 등의 총 탈루 소득이 무려 1조3594억원이었어요. 이 세무조사를 통해 언론사들의 불투명한 회계처리와 언론사 대주주의 주식 우회증여 등 탈법과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어요.

 

사주가 구속된 <조선> <동아>와 과거에 비슷한 세무조사 파동을 겪은 일이 있는 <중앙일보>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권의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하지요. 이들 언론은 세무조사를 단행한 정권의 의도가 '반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세무 조사 때는 핏대 높여 주장을 하더니 오늘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권에 대해 옹호하는 기사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지요.

 

당시 흔히 말하는 '조중동'은 세무조사의 핵심인 언론사의 탈세는 쏙 빼고 정부에 의한 언론탄압이라는 선동만이 지면을 지배하고 있었지요.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조선과 동아일보의 태도예요. 지난 99년 <중앙일보> 홍석현 당시 사장이 보광그룹의 탈세와 관련해 구속되면서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을 때, <조선> <동아>는 탈세를 한 기업에 대해서는 사법처리와 추징 조치가 있어야 마땅하다고 엄중하게 꾸짖었거든요.

 

중앙일보의 신뢰추락에 <조선>과 <동아>는 반사이익을 얻을 테니까요. 공익보다는 자사의 이익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논조는 신문기업이 사주와 회사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적 기업에 불과하다는 실상을 알리는 것이지요.

 

경제뉴스가 더 발전하고 심층 보도가 되기 위해서 지은이는 공정한 언론, 편집권 독립, 신문시장의 품질경쟁을 주장하지요. 원론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만큼 기본이고 중요한 것인데 제대로 안 된다는 방증이네요. 할 말을 하는 신문, 할 말은 하는 독자가 되어 정직한 경제뉴스를 받아보아 터무니없는 투기 열풍을 조장하거나 참여하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경제뉴스만 보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 같지요.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기사를 보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시민들이 부딪히는 경제현실을 얼마나 위험한지요. 신뢰를 기반으로 심층 취재가 정착되지 않고서는 경제뉴스만 믿었다가는 쪽박 차기 십상이지요. 독자 스스로 경제 안목을 갖추고 뉴스를 여러 각도에서 뜯어볼 수 있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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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채식을 원한다
이광조 지음, 최달수 그림 / 현암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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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채식을 한 산모의 경우 태반과 양수가 모두 깨끗하고 갓 태어난 아기도 씻기지 않아도 될 만큼 깨끗하다고 한다. 건강한 태아를 낳으려면 고기 섭취량을 줄이고 채소와 과일의 섭취를 늘리라는 말에 태어날 아이들을 그려본다. 미국의 한 조사에서 비채식인의 모우 99%에 맹독성 살충제인 DDT가 포함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있다. 반면 채식인의 모유에는 살충제가 포함된 비율이 8%에 불과했다.



우리 몸은 채식을 원한다[현암사. 2006]에 나오는 이야기다. 고기 씹는 맛을 버리지 못하고 ‘내 몸 내 마음대로’하겠다는 생각에 잠깐 식은땀이 났다. 내 몸이 내 것만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아래 글은 여러 가지를 고민하게 한다.

 

단국대 의대 고경심 교수팀은 4년여 동안 4만 2015건의 분만을 수집하여 분석한 결과, 신생아 100명에 1.7명꼴로 선천성 기형아가 태어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선천성 기형의 83.2%가 원인 불명으로, 환경오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주로 음식을 통해 태아에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 책은 음식과 관련된 우리 몸의 생리 작용을 풍부한 삽화와 도표로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채식이 어떻게 아픈 몸을 다스려 건강한 상태로 되살리는지, 육식 위주의 식단이 어떻게 우리 몸의 조화와 균형을 파괴하는지 풍부한 연구·조사 자료와 실례를 들어 명쾌하게 보여준다.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육식 위주의 식단이 초래하는 각종 질병의 관계를 설명한다. 소화계 · 심혈관계 · 비뇨계 · 골격계 · 신경계 · 호흡계 · 생식계 · 면역계 · 내분비계 · 피부계 등 고기가 파괴하는 우리 몸을 긴밀하게 알려주며 고기를 먹지 않으면 어떻게 건강한 생명체로 되살아나는지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하나 보기를 들면, 단백질의 과다 섭취가 뼈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실험 결과다. 단백질이 필요이상으로 섭취하면 칼슘 흡수량보다 배출량이 더 많아져 칼슘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출하게 된다는 설명은 ‘튼튼하다’의 개념을 다시 정립하게 한다.

 

2부에서는 채식의 영양학전 원리를 설명하고 실제로 어떻게 채식을 하면 좋은지를 안내한다.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질문을 중심으로 채식영양에 관한이해를 돕는다. 채식이 건강에 좋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점, 단백질 섭취문제나 에너지 문제, 막상 채식을 시작하면서 겪는 막연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채식 영양에 관한 다양한 질문에 대해 상세한 답변과 매우 구체적인 실용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채식 영양에 대해 애매하고 산만하던 정보를 명쾌하게 정리하여, 식물성 식품만으로는 필수아미노산이나 비타민B12 등을 제대로 섭취할 수 없다는 일부 사람들의 염려를 불식하고 채식인을 위한 건강한 식품군의 대안을 제시한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 몸에는 채식이 맞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으며 고마운 마음에 지은이를 살펴본다. 국내 처음으로 채식동호회를 열고 한국채식인 협회 공동대표인 이광조다. r그는 채식의 이로움에 대해 강연을 하는 채식 분야의 가장 활발한 선구자이자 전문가다.

 

인간이 다른 동물을 잡아먹고 인간의 이익을 위해 생명체를 마음대로 이용하는 것의 정당성에 대해 깊은 의문이 생긴다. 인간을 도구로 삼지 않는 세상은 바로 지구의 생명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채식은 식탁 위의 생명 혁명이자 내 몸의 생명혁명이다. 무엇을 먹는지가 바로 세상을 바꾸는 혁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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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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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하게 아름답다,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2007.창비]을 읽고 든 느낌이다. 채식주의자라는 제목을 썼지만 실제로 채식과는 크게 상관없는 소설이다. 다만 사회에서 채식주의자가 갖는 느낌을 빌려서 소설분위기 형성에 쓴다. 제목이 주는 평화로운 느낌과는 다르게 강렬하면서 깊게 책 속으로 빨아들인다.

이 책은 표제작인 <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처럼 소설마다 내용을 이끄는 1인칭 주인공이 달라지고 서로가 관계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모이면서 전체 큰 그림이 그려진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채식을 하는 영혜의 남편이 주인공이고, 몽고반점에서는 영혜의 형부가, 그리고 나무 불꽃에서는 영혜의 언니의 시점으로 소설이 진행된다.

먼저 ‘채식주의자’를 살펴보자. 꿈을 꾸면서 채식을 하게 되는 영혜의 변화에 따라 결혼생활은 위기에 이르게 된다. 피와 살생을 배제하려는 영혜와 그것을 막기 위해 영혜가족들까지 동원되기에 이르고 가족 간 식사에서 소설은 절정에 달한다. 억지로 먹이려는 친정 아버지와 뒤에서 영혜의 손을 잡은 영혜의 동생, 그리고 필사로 뿌리치며 자해하는 영혜의 상황은 끔찍하지만 여러 가지를 질문을 던진다.

‘채식은 사랑 없는 결혼생활의 뒤엎음인가? 고기를 먹어야만 하는 남편과 최초 결혼은 무엇을 말하는가?

육식의 ‘보편성’을 믿는 가부장제도 아래 사람들이 채식의 ‘특이성’을 얼마나 외롭고 힘겨운가? 소수가 되는 것은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이상문학상을 받은 ‘몽고반점’은 비디오작가인 영혜의 형부가 채식을 하는 영혜에 이미지를 사용하여 비디오를 찍는 내용이다. 글로 보여주는 다채로운 색감 표현은 놀랄 만하고 그들이 몸에 페인트를 칠하고 섹스를 하게 되는 과정은 치밀한 심리 묘사와 자세한 상황 연출은 대단히 흥미롭다

나무 불꽃은 영혜의 언니가 나무가 되겠다는 영혜를 수발하며 겪는 이야기다. 병원풍경과 환자들에 섬세한 관찰이 돋보이는 서술과 언니의 심리변화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단아한 문체와 섬뜩한 상황묘사로 작가의 개성을 뽐낸다. 서로 연결되면서도 스스로 하나의 작품이 되는 연작 소설이란 틀은 소설을 한층 더 맛깔스럽게 한다. 그러나 뭐니 해도 소설 내용자체가 갖는 높은 완성도로 소설 읽는 맛을 깊게 낸다. 등장인물들의 욕구들과 지니고 있는 상처들은 서로 엇갈리면서 파국으로 몰아가는 채식주의자는 상당히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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