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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까칠교수님의 글쓰기 수업
로저 로젠블랫 지음, 승영조 옮김 / 돋을새김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글쓰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글쓰기교실이 여기저기 동네방네 생겨났고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글쓰기가 일상에서 그리고 사회에서도 대단히 중요해졌습니다. 비록 작가가 되기를 바라지 않더라도 인터넷에 차고 넘치는 수많은 블로그의 의미는 사람이라는 존재는 언어 안에 있을 수밖에 없음을 선보입니다. 지난날에도, 오늘날에도, 앞으로 다가올 나날들에도, 인간은 언어를 만나 ‘주체’가 되고, 글을 통해서 ‘나와 너’는 이어집니다.
이에 따라 글쓰기 책들이 쏟아집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이야기와 방법들을 담은 책들이 꾸준하게 잘 팔려나가죠. 글을 더 잘 쓰려고 머리를 쥐어짜본 사람이라면 여러 책을 읽어보았을 테고, 책방을 거닐다 보면 나름 읽을 만한 책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렇지만 글쓰기 책들을 통해서 얻어야 하는 건 글 쓰는 ‘재주’가 아니라 한 시대를 떳떳이 살아나가겠다는 ‘영혼’이며,『하버드대 까칠교수님의 글쓰기 수업』도 이것을 얘기합니다.
이 책에서 눈길이 가는 건 ‘형식’입니다. 지은이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를 글로 써서 바로 알려주기보다는 자신의 수업 ‘현장’을 글로 적습니다. 글을 쓰려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글쓰기를 설명하는 것이죠. 다시 말하면 1. 어떻게 해라, 2. 어쩌고저쩌고, 3. 미주알고주알 등등 이렇게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학생들과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읽는 이들이 스리슬쩍 느끼도록 책의 구성을 짰습니다.
한마디로 지은이는 손쉽게 그렇지만 읽고 나면 머잖아 잊히는 글을 쓰지 않고자 책 자체를 글쓰기의 방법으로 쓴 셈입니다. 마치 자신이 왜 소설 같은 글로써, 대화가 물결치는 글로써 글쓰기 책을 썼는지 생각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읽듯 책장은 술술 넘어가지만 뒤로 넘어갈수록 쉬움을 통해서 특별함을 만들려는 글쓴이의 욕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흔하디흔한 글이 안 되려면 글에 불멸의 영혼을 불어넣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요. 작가가 겸손해 하는 걸 믿지 마세요. 우리는 누구나 불멸을 갈망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에 대해 각별한 공포와 혐오감을 품고 있어요. 작가는 오로지 작품을 통해서 성취될 수 있는 다채로운 많은 것들 속에서 계속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모든 작가들이 젊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라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젊은 독자들은 선배들의 성취를 모방하고 거듭 재창조하죠. 108쪽
어떻게 하면 글을 더 잘 쓸 수 있는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귀띔을 하지만 글쓴이가 얘기하듯 저마다 취향이 다르고 감각이 다릅니다. 누군가의 가슴을 뒤흔드는 글도 다른 이에겐 지루할 수 있죠. 그러니까 숱한 기교로 ‘멋들어진 글’을 쓰는 것도 좋겠지만, 왜 글을 써야 하는지 글을 잘 쓴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고민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달콤함만을 담뿍 뿌려대어 읽을 때는 그냥저냥 재미나지만 읽고 나면 금세 가먹는 글을 써서는 안 되는 것이죠. 그런 글쓴이들은 잠깐 반짝할 순 있을지언정 금세 이웁니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마치 미래에서 지금으로 되돌아온 듯 사회에 놀라고 시대와 싸워야 하죠. 그저 자신의 즐거움 때문에 쓰는 글이 아니라 시대를 아우르는 글을 쓰라고 지은이는 속삭입니다.
여러분이 되고자 하는 그런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부조리함에 자신을 내던져야 합니다. 자기 내면의 값진 것과 고결한 모든 것을 부정하는 시대에 잘못 태어난 사람처럼 글을 써야 합니다. 모든 위대한 작가는 그 모든 시대에 그렇게 했습니다. 여러분은 모든 시대를 아울러야 합니다. 243쪽